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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왼손으로 운전, 오른손에 휴대전화…생명 위협하는 사람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이충민(34·강원도 원주시) 씨는 최근 출근길에 잡아 탄 택시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신호가 바뀌어도 한참 동안 출발을 안 해서 확인했더니 기사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식 정보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 씨가 몇 번씩 채근하자 그때야 차를 움직였다. 그는 "손님을 태우고 어떻게 운전 중에 스마트폰을 보고 있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백 모(35·부산시 수영구) 씨는 지난 6월 교통 사고를 냈다.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정지한 앞차량을 못본 것이다. 백씨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체 구간이라 잠시 스마트폰에 한눈을 판 사이에 앞차와 추돌했다"며 "운전 경력만 15년이 넘는데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불법이다. 위험성도 크다. 그러나 이 씨나 백 씨처럼 직접 경험을 하거나 목격한 사례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경각심도 부족할뿐더러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운전대와 스마트폰을 동시에 쥐고 있는 운전자 현황과 이에 대한 해결책을 짚어봤다.

◇ 지난해만 7만3천여 명 적발, 매년 급증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이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이 경찰청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적발된 운전자는 모두 7만3천276명이다. 5년 전보다 곱절 이상 늘었다. 같은 해 발생한 사고는 241건이며, 사상자는 390명이다.

사진 출처=아이클릭아트

스마트폰 보급률이 급증하면서 운전 중 휴대전화 적발 건수도 늘고 있다. 한국 갤럽에 따르면 2012년 61%에 불과했던 스마트폰 보급률은 올해 93%까지 늘었다. 5년 만에 32%포인트가 증가한 것이다.

휴대전화 사용 적발 현황도 비슷한 추이다. 2013년 3만3천여 건이었으나 1년 뒤 3만8천여 건으로 증가했다. 2015년에는 전년 대비 2만 건 가까이 늘기도 했다.

운전자 대부분이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는 통계도 있다. 현대해상 교통기후연구소가 올해 초 발표한 '국민 교통안전 의식 조사'에 따르면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85.5%에 달했다. 4년 전보다 8.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 시점은 신호 대기 중이 64.9%로 가장 많았지만, 고속도로에서 사용했다고 답한 비율도 23%가 넘었다.

미국 포드 자동차에서 제작한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자제 캠페인 애니메이션 #parkyourphone

◇ 생각보다 위험한 휴대전화 사용

위험성은 생각보다 크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교통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운전 중 휴대전화를 이용해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을 경우 사고 위험성이 23.2배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선이 분산됨에 따라 전방을 주시하는 집중력이 떨어져서다.

실제로 문자 메시지를 사용하는 데 평균 4.6초 걸리며, 이 시간 동안 운전자는 도로에 눈을 뗄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운전자가 눈을 가린 채 축구장만 한 거리를 시속 88km로 달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사용이 음주 운전보다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교통연구소가 실시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운전자가 문자 메시지를 작성할 경우, 평소보다 반응 시간이 35%나 떨어진다. 반면 음주 운전 시 반응 시간은 12%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나 트럭 등 대형 차량의 심각성은 더 하다. 많은 승객이 타고 있고, 제동 거리도 길어서 대형 사고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교통안전공단이 버스 운전기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운전자 중 절반이 운행 중 휴대전화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시내버스는 34.3%, 고속버스는 66.7%다.

특히 고속버스 운전자의 경우, 매일 사용한다고 답한 이가 26.5%에 달할 정도였다.

지난달에는 운전 중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는 광역버스 기사와 드라마를 보는 고속버스 기사의 영상이 잇달아 공개되면서 불안감을 가중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수원으로 가는 광역버스로 통학하는 김모(23·여) 씨도 마찬가지다. 버스 맨 앞자리에 탄 김 씨는 왼손으로는 운전대를, 오른손으로는 휴대폰을 잡고 운전하는 기사를 목격하고 기겁했다. 그는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한 뒤에도 운전기사의 스마트폰 보기는 여전했다"며 "목숨의 위협을 느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 휴대전화, 놓게 할 방법은 없나

도로 위 스마트폰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15일 영국 법무부는 운전 중 휴대전화를 이용하다 사망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처벌 수위는 징역 14년에서 최고 종신형까지 높아진다.

미국의 블룸버그닷컴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급증한다며 이에 대한 교통 당국의 인식 부족을 지적했다. 또 미국의 교통안전 시민단체들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 강력한 금지·단속 입법의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우리 역시 도로교통법 제49조 10항에 따라 승용차의 경우 벌점 15점과 범칙금 6만 원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에 앞서 운전자의 근본적인 인식 개선이 먼저라는 지적이 크다. 여전히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해상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을 가장 위험한 행위라고 생각한 운전자는 17%에 불과했다. 같은 조사에서 음주 운전이 55.5%인 것을 고려한다면 낮은 비율이다.

김태호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박사는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안전불감증에 대한 의식개선을 위해서는 강력한 단속 및 법적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데이터 분석=신아현 인턴기자

인포그래픽=김유정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11/10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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