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실시간뉴스]

최종업데이트YYYY-mm-dd hh:mm:ss

검색

[연합이매진] 제주로 떠나는 해넘이 여행

갈 때마다 새롭고 다시 가고픈 무한매력 발산

(제주=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어허 저거, 물이 끓는다, 구름이 마구 탄다./ 둥둥 원구(圓球)가 검붉은 불덩이다./ 수평선 한 지점 위로 머문 듯이 접어든다.// 큰 바퀴 피로 물들며 반 남아 잠기었다./ 먼 뒷섬들이 다시 환히 얼리더니,/ 아차차, 채운(彩雲)만 남고 정녕 없어졌구나.// 구름 빛도 가라앉고 섬들도 그림진다./ 끓던 물도 검푸르게 잔잔히 숨더니만/ 어디서 살진 반달이 함(艦)을 따라 웃는고."

제주도 서쪽 끝자락인 신창리 앞바다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사이로 해가 지고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제주 어디서든 일몰이 아름답지만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아 있는 신창 풍차해변과 차귀도 앞바다의 해 질 녘 노을은 시조시인 이태극이 '서해상의 낙조'에서 읊조린 모습 그대로다. 노을이 더욱 붉고 아름답기를 고대하며 찾아간 한경면 신창 풍차해변과 판포리 포구. 검붉은 불덩이가 풍력발전기의 은빛 날개 뒤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때마침 풍력발전기 사이로 고깃배가 지나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구름을 붉게 태운 해가 수평선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눈과 마음을 취하게 하고, 붉은 해가 바다에 잠긴 직후의 형언할 수 없는 풍광은 보는 이의 넋을 잃게 한다. 옷깃을 여미듯 마음을 추슬러 본다. 문득 죽음을 앞둔 두 남자가 바다를 보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 로드무비인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g on heaven's door)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천국에서 주제는 하나야 바다지. 노을이 질 때 불덩어리가 바다로 녹아드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지.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불은 촛불과도 같은 마음속의 불꽃이야."

해는 늘 뜨고 지지만 해거름을 품은 해안에서 얽히고설켰던 마음의 실타래를 풀고, 한 해의 인연을 곱게 갈무리하고 싶은 계절, 제주의 바다는 아름다웠다.

차귀도 앞바다의 해 질 녘 노을

◇ 해안 드라이브의 '화룡점정' 일몰

제주는 화산섬이다. 서울의 3배만 한 면적을 바다가 둘러싸고 있다. 까만 현무암에 부딪히는 거친 파도와 푸른 바다가 여행객의 마음을 훔친다. 제주의 겨울 바다를 만끽하고, 해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해안 드라이브가 제격이다. 달려도 달려도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를 맘껏 즐길 수 있다.

해안일주도로의 동쪽 코스가 일출 드라이브 코스라면, 서쪽 코스는 일몰 드라이브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서쪽 코스에서는 용담이호해안도로, 애월해안도로, 신창해안도로, 노을해안도로, 형제해안도로 등이 드라이브 명소로 손꼽힌다. 오전에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나 색달해안 갯깍주상절리대,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 등을 둘러본 뒤 오후부터 송악산과 수월봉을 거쳐 해 질 무렵 사진작가와 관광객이 많이 찾는 자구내 포구에서 '차귀도 일몰'을 보는 것은 환상적인 일몰 여행 코스다.

송악산 둘레길은 눈이 시릴 만큼 푸른 바다를 곁에 두고 걷는 길이다. 절벽에 파도가 부딪치는 풍광은 한 폭의 그림을 보든 듯하다.

◇제주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송악산

제주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송악산(104m)은 99개의 작은 봉우리가 모여 있어 일명 '99봉'이라고도 한다. 송악산 공영 주차장에서 제주올레 10코스 구간인 송악산 둘레길을 천천히 오르다 보면 해안절벽 아래에 바다를 향해 뚫려 있는 일제 동굴진지(등록문화재 313호)가 눈에 들어온다. 해안 동굴진지는 일제강점기 말 일본군이 제주사람들을 동원해 뚫어놓은 군사시설로, 제주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해안 동굴 진지

억새가 은빛 물결을 이루는 언덕에 올라서면 산방산이 손에 잡힐 듯하고, 썰물 때만 모습을 보이는 새끼섬과 암초 때문에 보기에 따라 섬의 개수와 모양새가 달라지는 형제섬, '효리네 민박' 촬영지인 갯깍주상절리대가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저 멀리 마라도와 가파도의 풍력발전기가 보이고, 절벽 아래로는 유람선이 푸른 파도를 가르고 하얀 물보라를 뱉어내며 거침없이 바다 위를 미끄러져 간다. 정상인 주봉에는 둘레 500m, 깊이 80m 정도 되는 분화구가 있는데 2020년 7월 31일까지 자연휴식년제로 가는 길이 폐쇄됐다. 바다에 씻겨온 바람을 맞으며 주차장으로 돌아와 송악산을 바라보니 초승달 모양의 동산이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수월봉 화산재층은 화산활동으로 생긴 층리의 연속적인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 수억 년 빚은 자연의 예술 '수월봉 화산재층'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로 향한다. 햇살 머금은 망망대해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고, 차창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자동차를 멈추게 한다. 바닷가를 산책하며 바다로부터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는다. 해안길 곳곳에 정자와 전망대가 자리 잡아 붉게 물든 해 질 무렵 풍경도 볼 수 있다.

노을로를 지나면 제주 서부지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수월봉(77m)에 닿는다. 약 1만8천 년 전 땅속에서 올라온 마그마가 바닷물을 만나 폭발하면서 뿜어져 나온 화산재들이 쌓여 형성된 수월봉은 한라산, 성산 일출봉, 만장굴, 서귀포 패류화석층, 천지연폭포, 대포동 주상절리대, 산방산, 용머리 해안과 함께 2010년 10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다.

수월봉 아래 바다 쪽의 절벽은 '엉알'이라 부르는데 화산재 지층이 종잇장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다. 해안선을 따라 걷게 되면 자연 풍광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수억 년 빚은 자연의 예술에 경건함마저 든다.

정자인 수월정과 고산기상대가 자리하고 있는 수월봉에는 안타까운 남매의 전설이 전해져 온다. 그 옛날 아픈 어머니를 보살피던 수월이는 수월봉 낭떠러지 절벽 아래 있는 오갈피를 캐다가 떨어져 죽었다. 누이를 잃은 동생 녹고는 슬픔의 눈물을 흘리다 죽고 만다. 해안절벽의 화산재 지층을 통과한 빗물이 화산재 지층 아래 진흙으로 된 불투수성 지층인 고산층을 통과하지 못하고 절벽 곳곳에서 흘러나오는데 사람들은 이 물을 '녹고의 눈물'이라 불렀다.

수월봉 앞바다에는 해 질 녘 풍경이 아름다운 차귀도가 떠 있다. 제주도에 딸린 무인도 가운데 가장 큰 섬인 차귀도는 대섬, 지실이섬, 와도 등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수월봉 아래의 자구내 포구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제주에서도 손에 꼽는 명 풍경이다.

송악산에서 바라본 산방산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7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chang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12/08 08:01 송고

광고
광고

댓글쓰기

배너
비주얼뉴스
  • 포토
  • 화보
  • 포토무비
  • 영상
배너
광고
AD(광고)
광고
AD(광고)
AD(광고)
광고
AD(광고)

위키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