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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소방차 출동 막는 불법주정차…당신 때문에 누군가 죽을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지난 21일 충북 제천 화재의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는 불법 주차였다.

소방청 문건에 따르면 소방청은 출동 당시 불법 주차로 인해 지휘차와 펌프차만 먼저 현장에 접근하고 굴절사다리차 등은 500m를 우회해 진입했다며 "이로 인해 초기 진압과 인명구조가 지연됐다"고 밝혔다.

불법 주차는 고질병이다. 차량 흐름에 방해가 되는 것은 물론, 운전자들의 사각 지대를 만들어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이번 제천 화재 사건처럼 인명 구조에 장애물로도 작용한다.

불법 주차 차량에 막힌 제천 현장 출동 소방차 (제천=연합뉴스) 조현후 인턴기자 = 지난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차의 진입을 가로 막고 있던 불법 주차 차량이 옮겨지는 장면이 인근 상가 CCTV에 기록됐다.

◇ 5년간 서울서 발생한 불법주정차...5만건

불법주정차는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 서울시의 불법주청자 위반건수는 2천604건이었다. 이듬해 132.1% 증가하며 6천 건을 넘어섰다. 2015년에도 전년의 두 배가 넘는 1만5천439건을 기록했다. 불과 4년 만에 7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최근 5년간 단속된 건수만 4만5천676건이다.

주정차 위반자들은 "주차할 장소가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남들도 대서 문제 안 될 줄 알았다"고 말한다.

지난 21일 자정 무렵 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 있는 서울 연남동과 합정동 부근에는 수십대의 불법 주정차 차량이 늘어서 있었다. 불법 주정차한 20명에게 이유를 묻자 "별 문제될 게 있냐?"고 되묻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연남동 진입로는 일방통행로다. 이곳에 불법 주정차를 해놓은 박모(27) 씨는 "남들도 다 댔는데 왜 나에게만 뭐라 그러냐"며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합정동의 한 주택가에 위치한 횡단보도에 차를 세운 김모(30) 씨는 "잠깐 볼일 보고 빼려고 했다"며 "불편한 사람이 돌아가면 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자전거 보호 구역 한 가운데 차를 대놓은 한 20대 여성 운전자는 "아무리 둘러봐도 주차장이 없다"며 "여기 아니면 주차할 데가 없는데 어떡하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불법 주정차의 이유로 "주차 공간이 부족해서"라고 답한 이는 70.6%에 달했다.

최근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모니터가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절반 이상이 주차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주차장 부족'을 들었다. "공영주차장 시설이 적기 때문"이라 답한 이도 39.9%(복수 응답)이나 됐다.

그러나 실제 주차장 면적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갈수록 넉넉해져 가는 형편이다.

서울시 주차장 확보율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3년 92.5%를 기록한 이후 3년 후에는 100%를 넘겼다. 가장 최근인 2016년에는 129.2%로 나타났다.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도 마찬가지다. 2003년 81.7%에 불과했으나 2014년 처음으로 100%를 넘겼다. 지난해는 101.51%를 기록했다. 역시 역대 최고 수치다 [https://youtu.be/x4OjPYafRBU]

◇ 처벌 강화와 인식 개선 시급

전문가들은 운전자들의 인식 구조 개선과 처벌의 강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불법 주차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로 부족한 주차 단속을 들었다. 임 위원은 "불법 주차한 차량을 찾기 힘든 일본의 경우는 우리보다 1.6배 많이 주차 단속을 실시하고, 유럽의 일부 국가는 많게는 60배 넘게 주차 단속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 주정차 단속을 꾸준히 해야 운전자들도 '이것이 잘못된 행위'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로교통공단 김진형 교수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주차를 무료의 개념으로 보는 인식이 크다"며 "관련 과태료가 부과돼도 '재수가 없어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경우만 봐도 주차비는 당연히 운전자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유비나 고속도로 통행료, 자동차 세금처럼 주차비 역시 차가 있으면 지불해야 할 금액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장택영 삼성교통문화안전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불법 주차 벌금은 4만 원 안팎인데 1980년대 당시와 크게 차이가 없다"며 "벌금을 올려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지자체들이 꾸준히 단속을 실시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영국이나 일본처럼 주차 단속을 민간 업체에 위탁해 엄격하고 지속해서 단속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황운기 교통안전교육센터 원장은 "국가나 지자체 등에서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주차 단속을 실시하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황 원장은 "불법 주차는 단순히 불편함을 끼치는 것 정도가 아닌 인명피해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교차로에 세워둔 불법 주정차는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사각지대를 만들어 사망사고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는 "특히 이번 제천 화재 사건처럼 소방 도로에 차를 대놓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 수위를 높이고, 벌금도 기존보다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소방차 출동을 막는 불법 주정차...방법 없을까

실제로 소방차 출동 시 장애물로 작용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불법 주차된 차량이다.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 화재사고 현장 대응성 강화를 위한 소방력 운용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소방차 출동을 더디게 하는 원인 중 세 번째로 높은 항목은 '불법 주정차'다. 취약 건물 밀집지역이나 협소한 도로 등에 이은 순위다.

지난달 11일 충북 충주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 당시 소방차의 진입을 막은 것도 바로 ‘불법 주정차’였다. 당시 주택가 이면도로에 주차된 승용차들이 소방대원들을 가로막은 것이다.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진화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부족한 주차공간 탓에 골목 이곳저곳 불법 주차된 차량이나 비좁은 골목길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김진형 교수는 "미국의 일부 주는 소방차 진입로에 세워둔 차량에 대해 강제 견인은 물론, 때에 따라 파손도 가능하다. 그래도 소방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며 "일단 생명을 빨리 구하는 게 급선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반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그렇게 한다면 운전자가 소방관에게 과실을 묻고 피해 보상을 청구하면 꼼짝없이 갚아줘야 할 판이다"라면서 "법 개선을 통해 이런 부분을 개정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소방관이 소방 활동 중 발생한 피해를 자비로 변상한 사례는 총 20건이다. 금액으로는 1천732만 원에 달한다.

한 대형 손해보험사에서 구급 출동 기사 일을 하고 있는 오형택(34) 씨는 "불법 주차는 말 그대로 운전의 기본 중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주차비가 아깝다고 하는데 5천원, 1만원이 없으면 차를 몰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shlamaze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12/23 15: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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