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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박종철 열사 31주기에 돌아본 참된 민주주의 가치

(서울=연합뉴스) 14일은 전두환 정권 때 경찰의 물고문을 받고 숨진 고 박종철 열사의 31주기였다.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내 민주열사 묘역에선 '민주열사 박종철 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추모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박 열사의 친형 종부 씨와 이부영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박 열사의 모교인 서울대와 부산 혜광고 재학생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박 열사가 고문을 당한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에는 이날 헌화하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철성 경찰청장 등 경찰 간부들도 전날 이곳을 찾아 헌화했다. 김기출 경기 북부지방경찰청장은 박 열사 묘소를 참배했다. 경찰의 총경 이상 간부가 박 열사 묘소에 공식적으로 참배한 건 처음이다. 서울 관악구 '녹두 거리 대학5길 앞 골목에선 '박종철 거리' 선포식도 열렸다. 박 열사의 의로운 죽음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흔히 '1987년 체제'로 불리는 현행 헌법은 그 당시 민주항쟁의 결과물이다. 30여 년 전의 치열하고 숭고했던 민주화 과정을 이런 추모 행사를 통해 되새기는 건 젊은 세대에 의미가 크다.

올해 박 열사 추모 열기가 예년과 다른 데는 6월 항쟁을 그린 `1987'이란 영화가 한몫한 것 같다. 개봉 18일째인 13일 현재 500만 관객을 넘어섰다고 한다. 젊은 혈기로 6월 항쟁을 경험한 지금의 50∼60대는 물론이고 10대와 20대 관객도 꽤 많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최근 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단체관람도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서울 용산의 한 영화관에서 관람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라는 질문에 이 영화가 답을 했다고 말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이철성 경찰청장 등도 이 영화를 봤다. 민갑룡 경찰청 차장 등 본청 경찰관 200여 명은 아예 상영관 하나를 빌려서 단체관람했다. 박 열사 고문치사 사건의 가해자 위치에 있던 기관이어선지 유난히 경찰의 관람 열기가 높다. 물론 경찰뿐 아니라 다른 유관기관 수장들도 참담한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을 어떻게 미래지향적 개혁으로 승화시킬지가 더 중요하다.

이부영 전 상임고문은 추모사에서 "1987년 6월 항쟁이 승리한 것처럼 보였으나 정치권이 협상하면서 성과가 왜곡 변질했다"면서 "박종철·이한열 열사 등 수많은 민주열사의 혼백이 엄호하는 가운데 유예됐던 6월 항쟁의 개혁이 다시 전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염두에 둔 발언인 듯하다. 박 열사 사건이 기폭제가 된 6월 항쟁의 구호는 '호헌 철폐'와 '독재 타도'였다. 결국 '넥타이부대'까지 가세한 맹렬한 투쟁으로 군사정권으로부터 '6.29선언'과 대통령 직선 개헌을 끌어냈다. 그 항쟁의 결과물인 '1987년 체제'를 놓고 개헌 논의가 벌어지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공기나 물은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이지만 풍족할 땐 그 가치를 잊고 산다. 민주주의도 다르지 않다. 온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뽑겠다는 염원 하나로 최루탄 가스가 진동하는 거리에서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게 불과 30여 년 전이다. 박 열사의 숭고한 희생이 철권 독재정권의 무릎을 꿇리는 데 큰 힘이 됐기에 우리는 한 세대가 지난 지금 그의 죽음을 되새기는 것이다. 박 열사의 31주기를 맞아 온 국민이 쟁취한 민주주의의 참된 가치를 되새겼으면 한다. 정치권에서 공전 중인 헌법개정 논의도 하루빨리 활력을 되찾기 바란다. 온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안겨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드러난 반민주적 폐단을 극복하는 게 시급하다. 지난 세월 달라진 시대적 요구를 온전히 담아 새로운 헌법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이 시대의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길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1/14 19:1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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