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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이 복지혜택 줄이려는 정당에 투표하는 이유는

조지 레이코프·웨흘링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투표
투표[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가끔 가난한 사람들이 사회복지 축소를 주장하는 정당에 표를 던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사회복지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이들이 왜 자신의 이익과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것인가.

인지언어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조지 레이코프는 신간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생각정원 펴냄)에서 프레임 이론으로 이런 현상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프레임 활용을 이야기했던 레이코프는 자신의 제자인 엘리자베스 웨흘링과 주고받는 문답 형식으로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형성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책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세계를 은유적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다. 여기서 은유는 낱말이나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의 문제이고 행위의 문제다.

이야기는 '국가는 가정'이라는 은유로 시작한다. 우리는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가정에서 처음 배운다. 어렸을 때는 부모라는 합법적인 통치자의 권위에 의존한다. 가정에서 통치를 받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가정보다 더 큰 사회집단 내에서 통치를 생각할 때 자동으로 가정을 떠올린다. 우리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가정의 운영방식이 바로 '올바른 국가 운영방식'이 되는 것이다. '국가는 가정'이라는 은유가 성립하는 것이다.

책은 '국가는 가정' 은유로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들의 세계관을 설명한다. 가정의 양육모델에는 엄격한 아버지 모형과 자애로운 부모 모형이 있다. 레이코프는 어떤 양육모델을 지지하느냐가 정치적 도덕관을 결정한다고 본다.

가장 지지하는 모형이 엄격한 아버지 도덕성이라면 우리는 정치적으로 더 보수적일 가능성이 크고 자애로운 부모 모형을 지지한다면 더 진보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엄격한 아버지 모형에서 아버지는 가정의 수장이자 도전을 허락하지 않는 권위자다. 가정에 그런 권위가 필요한 것은 세상이 위험한 곳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위험한 세상에서 악에 맞서 가족을 보호할 임무를 지닌다.

이 모형에서는 세상을 경쟁적인 곳으로 바라보고 따라서 아버지는 경쟁하는 법을 자녀에게 가르친다. 자녀들은 상벌을 통해 옳고 그름을 구분한다. 이 모델에서는 도덕적인 강인함과 자기 절제를 통해 모든 이가 자수성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은 절제력이 없고 도덕적으로 강인하지 못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반면 자애로운 부모 모형은 자녀들에게 자애로움을 베풀고 개인적 책임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지는 것이 도덕적이라는 개념을 토대로 한다. 타인과의 협동을 경쟁보다 중요시한다.

이 모형에서도 부모가 가정의 권위자고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결국 부모다. 그러나 결정을 자녀들과 논의해서 내린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모형에서 성공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한 성공이 아니라 자신의 잠재력을 다 발휘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들 두 모형을 토대로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한 태도를 설명한다. 보수주의자들이 복지제도에 반대하는 것은 절제력이 없고 도덕적이지 못한 사람들을 평안하게 살도록 도와주는 나쁜 일이기 때문이다. 세금 강화 역시 자기 절제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에게 내리는 '벌'이라는 관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보수주의자들이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이유 역시 엄격한 아버지가 가정을 운영하는 가치 체계가 위협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총기규제 역시 마찬가지다. 엄격한 아버지 모형에서는 세계가 위험한 곳이니 가정을 지키기 위해 총기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자애로운 부모 모형에서는 시민들이 서로 해를 끼치지 않게 하려고 총기 소지 금지를 지지한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의 양육모형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직장에서는 엄격한 아버지 모형으로 움직여도 가정에서는 자애로운 부모일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책은 이들을 '이중개념' 소유자들로 부른다. '이중개념'은 자신이 속한 계급의 이익에 따라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집에서는 엄격한 아버지였지만 노조에서는 자애로운 가치에 살아가는 블루칼라들을 겨냥한 선거전략을 폈다.

레이건은 가정의 예산이 떨어지면 당연히 소비를 멈춰야 하는 것처럼 국가 예산에서도 사회보장프로그램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블루칼라들의 경제적 이익과 어울리지 않는 주장이었지만 그들은 레이건에게 투표했다.

저자들은 레이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에서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더 많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를 보수의 정치적 가치를 수십 년 동안 더 많이 말하며 성공적으로 소통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중개념 소유자들의 마음속에서 보수적인 세계관을 활성화해 그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것. 보수주의자들이 왼쪽으로 움직이는 대신 자신들의 가치를 더욱 강조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음을 보여주며 진보주의자들 역시 성공을 거두려면 자신의 가치에 대해 더 많이 말해야 함을 강조한다. 나익주 옮김. 308쪽. 1만4천원.

zitron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3/14 17:3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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