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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키 특급' 김기민, 120분간 현실과 환상 경계 지우다

유니버설발레단 낭만 발레 '지젤' 리뷰

유니버설발레단 '지젤' 공연 중 한 장면 [UBC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푸른 달빛 아래 발목까지 오는 투명한 흰 드레스를 입은 윌리(처녀귀신)들이 무대 위를 둥둥 떠다니는 아름다운 백색 군무는 발레 '지젤'의 백미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 14일 오후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지젤'에서 무대 위를 부유하는 윌리들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보인 이는 귀족 청년 '알브레히트' 역을 연기한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26)이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중력을 거스르는듯한 점프와 긴 체공 시간은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어려운 수준이었고, 그가 들어 올리고 내리는 발레리나는 바람을 타고 나는 흰 꽃잎 혹은 눈송이처럼 움직였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 속에서 김기민의 춤 역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유니버설발레단 '지젤' 공연 중 김기민이 점프를 선보이는 장면 [UBC 제공]

작년 11월 '백조의 호수'에 이어 약 5개월 만에 다시 고국 무대에 선 김기민의 춤은 말 그대로 '월드 클래스'였다. 그는 2011년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 두 달 만에 주역 발탁, 2015년 수석무용수 승급, 2016년 무용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상 수상 등으로 한국 발레리노의 이정표를 새롭게 쓰고 있다.

객석을 꽉 채운 관객들은 그가 와이어를 단 듯 무대 위를 날아오르거나, 팽이처럼 빠른 회전을 보일 때마다 숨죽인 탄성을 내질렀다.

막강한 테크니션으로 유명한 김기민은 이번 무대에서 흡사 연극배우 같은 뛰어난 연기력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흙냄새가 물씬 나는 듯한 평화로운 농가 마을에서 자신의 귀족 신분을 숨긴 채 시골 처녀 지젤과 펼친 순수하면서도 즐거운 사랑의 춤부터, 약혼녀의 예기치 못한 등장과 그로 인해 미쳐가는 지젤을 두고 급히 떠나는 모습, 음산한 안개가 가득한 숲 속에서 유령들의 저주로 죽기 직전까지 춤을 추지만 결국 사랑의 힘으로 목숨을 구한 뒤 참회하며 눈물을 쏟는 마지막 장면까지 객석의 시선은 그에게 고정됐다.

유니버설발레단 '지젤' 공연 중 김기민이 배신의 충격으로 죽은 지젤을 지켜보는 장면. [UBC 제공]

그와 함께 연기한 지젤 역의 마린스키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도 순수한 시골 처녀부터 배신의 충격으로 광란의 춤을 추는 지젤 역을 무난히 소화했지만 김기민의 표현력이 워낙 극적이라 다소 소극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유니버설발레단(UBC)의 군무도 안정적으로 무대를 뒷받침했다. 윌리로 변한 약 스무 명의 발레리나들이 안개와 푸른 불빛 아래서 신비로운 에너지를 내뿜으며 무대 위를 떠다니는 장면은 여전히 숨 막힐 듯한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공연이 끝난 뒤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김기민은 "시차 적응 등 때문에 두 시간 밖에 잠을 못 잤는데 파트너와의 호흡, UBC와의 호흡이 좋아 힘들지 않게 잘 마칠 수 있었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 서는 무대는 언제나 더 많이 긴장된다"며 "아는 사람도 많고 제가 태어난 곳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힘있게,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sj9974@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4/15 16:3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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