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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빵생활' 실상은…어느 서울대생의 수감기

현민 '감옥의 몽상' 출간, 인간-사회 탐구·통찰 돋보여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감옥, 교도소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미지가 좋은 것일 리가 없다. 그 부정적인 이미지는 준법의식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런 일관적인 이미지의 틈새에는 간혹 예외적인 경우가 있었는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같은 책이 그렇다. 자유와 민주주의가 억압받던 시절 사회운동을 하다 체포되고 수감된 이들이 감옥 안에서 자신을 단련하고 성찰하며 내면의 그릇을 키운 기록들은 감옥을 수도원 같은 이미지로 느끼게도 했다.

그러다 얼마 전 큰 인기를 끈 TV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으로 인간의 악하고 잔인한 면과 함께 척박한 곳에서 피어나는 인간애와 우정을 그려 감옥 생활의 낭만성에 대한 환상을 키우는 부분도 있었다.

최근 출간된 책 '감옥의 몽상'(돌베개)은 이런 기존 교도소 이야기와는 사뭇 다르다.

이 책은 2010년 3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실제 감옥 생활을 한 수감자가 쓴 담담한 기록으로, 이 시대 감옥의 현실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책의 저자는 현민. 그는 이미 '소수성의 정치학', '모더니티의 지층들', '문화정치학의 영토들', '나를 위해 공부라하' 등 여러 인문교양서를 공저로 펴낸 바 있다.

그는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와 동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20대 많은 시간을 인문학 연구공동체 '수유너머' 일원으로 보냈다. 지금은 연세대 문화학협동과정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소위 '엘리트'로 일컬어지는 그가 교도소에 수감된 죄명은 병역법 위반. 그는 정치적인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했다. "나는 징병제가 개인에 부과하는 역할에 압박감을 느끼면서 한국사회에 만연한 집단주의를 문제 삼고자 했다. 국가도 절대자도 아닌 감히 스스로에게 충실하기 위해 군대에 가지 않은 것이다." (102쪽)

재판에서 법정구속되지 않아 구치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교도소에 들어온 그는 적응기도 거치지 못하고 가혹한 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어리바리한 신참에게 쏟아지는 구박과 욕설, 괴롭힘은 물론이고 그의 남다른 학력과 죄명, 점잖은 말투와 행동은 다른 수감자들에게 더 큰 혐오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내게는 서울대를 나왔고 군대를 가지 않은 탓에 적응을 못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우연한 실수나 사소한 부적절한 행동도 그렇게 해석됐다." (44쪽)

"내가 고수한 원칙도 무능함의 증거가 됐다. 나이 어린 사람을 '씨'라는 호칭으로 부르고, 자신을 가리킬 때 '형'이란 주어를 쓰지 않고, 욕설을 입에 담지 않았다. (…) 이 또한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고민이 아닌 사회성의 결여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받아들였다."

감옥에는 "여기는 사회가 아니다"는 말과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는 말이 공존하는데, 저자는 "현재 머무는 공간에 대한 문제 제기를 차단한다는 맥락에서만 두 문장은 연결될 수 있다"고 풀이한다.

감옥 안에서 적나라하게 벌어지는 인간들의 동물적인 행태도 흥미롭다. 무리에서 힘의 우열에 따라 형-동생으로 서열을 정하고, 그 서열에 따라 권력이 작동된다. 우두머리 격인 '빵잽이'의 횡포와 다른 이들의 복종, 자신들의 근무 편의를 위해 이를 눈감아주고 협조하는 교도관들의 모습은 한국사회가 지닌 전근대적 측면의 축소판으로도 보인다. 게다가 이 권력관계에서 형은 동생의 몸을 마음대로 주무르며 친근함을 가장한 성폭력을 자행하기도 한다.

인문학을 오래 공부한 저자가 감옥 안의 사회 구조와 인간들의 속성을 꿰뚫는 시선은 날카롭다. 통찰력 있는 분석에 더해 저자 자신이 약자로서 당한 고통의 경험까지 생생하게 더해져 읽는 재미가 여간하지 않다. 감옥 생활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을 채워주는 수준을 넘어 인간-사회 탐구의 연장선에서 새로운 성찰의 기회를 준다.

374쪽. 1만6천원.

mi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6/01 06: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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