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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박봉에, 야근에…차라리 알바가 나아요"

청년 실업률이 11.6%…정규직 취업 어려워 비자발적 '프리터족' 증가
중소기업 '빈 일자리'는 20만개…'일자리 질' 높여야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이학준 인턴기자 = "번듯한 직장이 아니면 소개팅도 안 들어와요. 연애나 결혼은 포기한 지 오래여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먹고살 정도만 벌려고요."

서울 강남구의 한 PC방에서 일하는 장모(31)씨는 최근 대기업 입사 꿈을 접었다. 3년 내내 '불합격' 통보만 받다 내린 결정이었다. 지방의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오후에는 PC방, 토요일에는 커피숍에서 일하며 한 달에 200만원가량을 손에 쥔다고 했다. 장씨는 "20대 때 한 IT기업에서 월급 150만 원 받으면서 야근은 물론 주말에도 근무했다"며 "당시 6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지금까지 알바만 했다"고 말했다.

장씨와 같은 '프리터족'이 늘고 있다. 프리터족은 프리(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의 합성어다. 일정한 직업을 갖지 않고 돈이 필요할 때마다 임시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을 뜻한다.

청년 실업률이 11.6%, 체감실업률이 24%가 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하는 비자발적 프리터족도 적지 않다. 단지 일자리 숫자만 늘려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전 위원장은 지난 1월 '청년 일자리 토크 콘서트'에서 "일자리 숫자도 중요하지만, 청년들에게 더 중요한 건 근무여건"이라고 강조했다.

◇ 청년층 다수 비정규직으로 일해

"유치원 보육교사로 일하다가 퇴직하고 편의점에서 일한 지는 한 달 정도 됐어요."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편의점에서 만난 임모(25)씨는 "원래 보육교사 쪽으로 진로를 잡았는데 월급은 적고 일이 너무 힘들어 그만뒀다"며 "아직 정해진 진로가 없어서 당분간 알바를 계속할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4월 발표한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 보고서를 보면 작년 10월 기준 청년층(15~29세)이 가장 많이 고용된 업종은 음식점 및 주점업으로, 51만4천 명에 달했다. 두 번째로 많이 취업한 산업은 소매업(자동차제외)으로 45만6천 명이었다.

청년층이 다수 취업한 업종은 아르바이트나 일용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가 많은 업종으로 꼽힌다. 이런 지표는 구직자 가운데 학업 등을 병행하면서 아르바이트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취업난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프리터족이 되는 청년들은 많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지난해 8월 아르바이트를 하는 20세 이상 성인남녀 1천53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85%는 향후 프리터족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들은 프리터족 증가 이유로 '너무 어려운 정규직 취업'(59.8%)을 꼽았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취업 시장 전망은 좋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 중 채용을 줄이거나 안 한다는 기업(22곳·12.0%)이 채용을 늘린다는 기업(16곳·8.8%)보다 많았다.

◇ 중소기업은 '고졸' 원하는데 청년층은 '대졸'이 다수

일각에서는 청년들이 눈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에 따르면 종사자 300인 미만 사업체의 '빈 일자리'는 약 20만1천 개다. 이런 일자리에 우선 취업을 하라는 조언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3분기에 일손을 못 구한 5인 이상 사업체 일자리의 3분의 2는 학력을 따지지 않거나 고졸 학력을 요구하는 직무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실적으로 고학력 구직자가 받아들일 자리는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충원 일자리 가운데 학력을 기준으로 전문대졸이 필요한 '직능 수준 2-2'는 18%, 4년제 대졸 또는 석사가 필요한 '직능 수준 3' 15.2%, 박사급 인력이 필요한 '직능 수준 4'는 0.8%였다.

반면 청년들의 학력은 직무 수준보다 높았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3분기 실업자 가운데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비율은 48.5%였고 청년층(15∼29세)은 58.0%, 25∼29세는 70.2%로 고학력자 비율이 더 높았다.

임금 수준도 열악하다. '300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 평균임금 대비 '10인 이상 299인 이하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외환위기 전후 85% 수준에서 더 떨어져 2015년 70%에 머물렀다.

양호경 청년유니온 전 정책팀장은 '청년노동자들은 그림자이다'에서 "대부분의 청년이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는 최소한의 생활비용도 보장하지 못하는 최저임금 수준(또는 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돈만 준다"며 "결국 제대로 된 직장을 포기하고 부모님께 도움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반지하 방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일자리 질 높여야"…사회 구조적인 개선 필요

프리터족 증가는 사회,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저임금으로 결혼, 출산을 기피하기 쉽고 나이가 들수록 삶이 불안정해져 큰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 1순위는 식당과 술집 (PG)
청년 일자리 1순위는 식당과 술집 (PG)[제작 정연주] 일러스트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일자리 질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청년기 일자리 특성의 장기효과와 청년고용대책에 관한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첫 직장의 임금 수준이 10년을 좌우하기 때문에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한다.

예를 들어 4년제 대졸 남성의 경우 1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임금은 그보다 작은 규모의 사업자 종사자보다 1∼2년 차 때 약 13% 높았고 9∼10년 차에도 9% 정도 높은 수준이 유지되는 등 첫 직장의 효과가 장기간 이어졌다.

한요셉 KDI 연구원은 "노동시장의 전반적인 유연성과 안전성을 강화하는 구조적 차원의 조정이 요구된다"며 "이와 함께 경력 초기 일자리 특성에 따른 생애 소득 격차를 줄이는 정부의 개입이 한시적으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구직난 (PG) [제작 최자윤, 조혜인] 일러스트

일각에서는 근본적으로 교육시스템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비정상적으로 고학력자가 많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7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2016년 청년층 고등교육 이수율이 OECD 평균은 43%지만, 한국은 70%였다. 2008년 이래로 OECD 국가 중 1위다.

이런 현상은 대졸 출신이 고졸에 견줘 높은 임금을 받는 게 주요 원인이라고 더미래연구소 박선나 연구원은 '청년 취업률 제고를 위한 교육시스템 개편 방향 검토' 리포트에서 지적했다. 학력별 임금실태가 조사된 1993년 이래로 20년간 고졸의 월 임금은 대졸 이상의 월 임금 대비 60% 수준이었다.

박 연구원은 "지금처럼 더 많은 이들을 대학에 가게 해 고등실업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학에 가지 않아도 사회적 차별을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인포그래픽=이한나 인턴기자)

junepe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6/02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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