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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근의 병영톡톡] 18년전 회담때 美공격 걱정했던 北

김일철 전 인민무력부장, 제주 방문 때 주한미군 위협론 제기

군복 차림으로 제주공항에 내린 북한 김일철[연합뉴스 자료사진]
군복 차림으로 제주공항에 내린 북한 김일철[연합뉴스 자료사진] 역사적인 제1회 남북국방장관회담을 위해 군용기편으로 제주공항에 도착한 김일철인민무력부장이 우리측 인사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배재만 2000.9.24 (제주=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2000년 9월 24일, 당시 북한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등 북한군 대표단은 긴장을 풀려는듯 애써 웃는 표정을 지으면서 제주공항에 내렸다. 제1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의 북한군 대표단은 성남 서울공항에서 우리 공군 수송기인 CN-235 특별기편을 이용해 제주에 도착했다.

당시 국방부는 CN-235의 비행고도를 최대한 낮춰 제주까지 비행하도록 공군에 지시했다. 이 특별기에 '풀 기자' 자격으로 동승했던 기자의 눈에도 지상의 공장 선간판의 글씨가 선명하게 들어올 정도로 특별기는 낮은 고도를 유지하며 날았다. 남녘 땅을 처음 밟아본 북한군 대표단에게 남측의 발전상을 각인시키려는 국방부의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북한군 대표단 중 일부는 특별기 창밖을 흘끔흘끔 곁눈질했지만, 대부분 정면을 응시하면서 애써 잠을 청하려는 모습이었다. 제주공항에 도착한 특별기에서 내린 김일철은 공항을 빠져나와 당시 조성태 국방부 장관과 같은 승용차의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김일철은 회담장인 서귀포 중문단지로 향하는 75분 중 상당 시간을 '주한미군과 미국의 대북 단독공격' 가능성을 우려하는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일철은 실제 회담에서도 이런 우려를 표명했다.

회담이 끝나고 한참 지나 조 전 장관은 '75분간의 밀담' 가운데 핵심적인 내용을 군 관계자들에게 소개했다고 한다.

군의 한 관계자는 9일 "당시 김일철은 남북이 신뢰를 구축한다고 해도 남쪽에는 미군이 있지 않으냐, 남쪽에서 대규모 연합훈련도 한다. 미국이 남한을 제치고 단독으로 우리를(북한을) 공격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미국은 사전 협의 없이 남한을 배제하고는 절대로 단독으로 북한을 공격하지는 않는다는 등의 말로 김일철을 달랬다고 한다. 그러면서 미국의 군사공격에 대한 걱정은 상호 불가침과 영토존중 등이 포함되는 대미 국교정상화를 통해 풀어나가면 될 것이라며 미국과 수교하려면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의 개발을 중지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차 국방장관회담이 끝난 지 18년 세월의 무게감만큼이나 미국이 언제든 자신들을 때릴 수 있다는 북한의 체제 불안감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한 6차례의 판문점 북미 실무회담에서는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방안으로 북미 불가침협정 체결, 북미 수교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하게 된 주한미군을 북한 체제안전 보장 방안 중 하나로 '거래'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공식적으로 2만8천여명 수준인 주한미군을 일부 감축해 북한의 체제안전 우려를 덜어주자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론에 대해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주한미군은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고 거듭 진화를 하고 있지만, 주한미군 문제는 동네북 신세가 된 지 오래다.

훈련 중인 주한미군 전차[연합뉴스 자료사진]
훈련 중인 주한미군 전차[연합뉴스 자료사진](포천=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26일 경기도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17년 통합화력 격멸훈련에서 주한미군 M1 전차가 사격하고 있다. 2017.4.26

매티스 장관은 지난 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기조연설 직후 '남북관계 진전이 있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있느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대해 "(주한미군은) 북한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별개의 문제다. 북한과 정상회담에 있어 주한미군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다만, "대한민국에 있는 주한미군의 문제는 한국이 원할 경우, 그리고 한미가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군의 한 관계자는 "매티스 장관이 주한미군 문제는 북미정상회담의 의제는 아니라고 했지만, 한국이 원할 경우 한미가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한 발언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 정리를 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계속 제기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나설 것으로 예측할만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의 일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의 반대에도 주한미군의 대규모 감축 내지 철수 주장을 버리지 못한다고 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여전히 지미 카터의 견해를 견지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거의 2년간 트럼프 대통령은 2만8천명 가량이 주둔해 있는 한국에서 많은 수의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에 관해 이야기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조언그룹이 되풀이해 대규모 감축에 대한 반대론을 펴왔지만, 그(트럼프 대통령)는 아직 설득되지 않은 상태"라며 "북한 지도자 김정은(국무위원장)과의 다가오는 회담 후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밀어붙일 또 하나의 큰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와 군 관계자들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른 평화협정 체결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책의 하나로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특히 국방부 당국자들은 주한미군 감축론에 제동을 건 미국 국방수권법안 수정안이 최근 미국 하원·상원 군사위원회를 잇달아 통과한 것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 의원들이 주한미군 감축 협상을 막는 법안을 마련한 것은 역으로 생각해보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한미군에 변화를 주려는 강한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미국 의원들이 주한미군 감축 협상을 반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행정부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이에 제동을 걸려는 행동이 아니겠냐"면서 "앞으로 주한미군 문제가 한미 간의 핵심적인 군사현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threek@yna.co.kr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CG)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CG)[연합뉴스TV 제공]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6/09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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