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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성추문 은폐로 총사퇴한 칠레 주교단 중 3명 사표 수리

핵심 인물인 바로스 주교 포함…피해자 "칠레 가톨릭에 새날"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칠레 주교단이 칠레 가톨릭교회를 뒤흔든 사제에 의한 아동 성학대 은폐 사건의 책임을 지고 지난 달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가운데, 교황이 이 가운데 의혹의 핵심 인물과 그의 동료 2명 등 총 3명의 사표를 수리했다.

교황청은 11일 성명을 내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칠레 오소르노 교구의 후안 바로스 주교를 비롯한 3명의 사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바로스 주교는 수십 명의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2011년 면직당한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의 제자로, 카라디마 신부의 성추행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지난 5월17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과 인사를 나누는 후안 바로스 칠레 주교 [로이터=연합뉴스]

바로스 주교는 자신의 스승이자 멘토였던 카라디마 신부의 성추행 사실을 몰랐다고 항변했으나, 카라디마 신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들은 바로스 주교가 성추행 장면을 목격하고도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논란에도 2015년 바로스를 칠레 남부 오소르노 지역의 주교로 임명해 거센 비판을 받았고, 지난 1월 칠레 방문 때에는 바로스 주교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가 혹독한 반발에 처해 2013년 즉위 이후 가장 곤혹스러운 해외 순방을 경험해야 했다.

교황은 이를 계기로 교황청 특사단을 칠레에 파견해 성추행 은폐 의혹을 재조사하도록 지시했다.

교황은 이후 특사단이 제출한 2천300여 쪽 분량의 보고서를 검토한 뒤 지난 4월 "신뢰할 수 있고, 균형 잡힌 정보가 부족해 상황을 판단하는데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며 피해자들에게 깊이 사과하고, 칠레 교회의 주교단을 지난 달 바티칸으로 소환한 바 있다.

칠레의 전·현직 주교단 34명은 교황과의 사흘 간의 면담 후 "우리가 저지른 심각한 과오 때문에 피해자들과 교황, 가톨릭 신자들, 칠레 전체가 받은 고통에 용서를 구한다"고 말하며 교황에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한 국가의 주교단 전체가 추문에 휘말려 총사퇴를 결의한 것은 가톨릭 역사상 처음이었다.

교황이 이날 바로스 주교 등의 사표를 수리했다는 소식에 카라디마 신부로부터 피해를 당한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로 칠레 교단을 거침없이 비판해온 후안 카를로스 크루스는 "칠레 가톨릭의 새날이 시작됐다"며 반겼다.

크루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3명의 부패한 주교가 떠나고, 더 많은 사람이 뒤따를 것"이라며 "이번 일이 칠레 교회가 견뎌온 학대와 은폐의 문화를 끝내는 출발점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바로스 주교와 함께 면직된 나머지 주교 2명은 가톨릭 주교의 일반적인 은퇴 연령인 75세를 넘긴 인물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 소속 9인 추기경자문단의 일원으로 칠레 교회와 관련한 교황의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온 인물로 평가되는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오싸 추기경의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다.

ykhyun14@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6/12 01:1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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