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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도시에선 고요한 건물이 더 큰 소리 낸다"

아모레퍼시픽 신본사 설계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달항아리는 예술의 정점…커뮤니티 고려해 정육면체 설계"

한국 찾은 영국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한국 찾은 영국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을 설계한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6.14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달항아리는 예술의 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절제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죠."

영국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65)가 가리킨 화면에는 한쪽 허리가 살짝 일그러진 달항아리 한 점이 떠 있었다.

1988년 한국을 처음 찾은 건축가는 백자, 특히 달항아리에 매료됐다. 치퍼필드는 이후 여러 차례 한국 백자의 아름다움을 찬미했다. "외적으로 조용하고 단순하지만 내적으로 풍요롭고 울림이 있는 건축"(황철호 저서 '건축을 시로 변화시킨 연금술사들')으로 인정받은 치퍼필드 작업 세계는 달항아리 미학과 맞닿아 있다.

30년이 지난 올해 서울 용산 한복판에 문을 연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또한 치퍼필드의 이러한 미학을 보여준다. 개관식 참석차 최근 방한한 치퍼필드는 14일 기자간담회가 시작되자마자 달항아리 이미지부터 공개했다.

"백자는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그 존재감은 정말 강력합니다. 마찬가지로 고층건물이 많고 시끄러운 도시에서는 고요함을 간직한 건물이 더 큰소리를 내는 법입니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아모레퍼시픽 제공=연합뉴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순백색 단정한 정육면체 건물이다. 달항아리의 풍만한 몸체를 생각한 사람들은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건축가는 그 형태를 똑같이 본뜨는 것이 아닌, 절제된 아름다움이라는 핵심을 추려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늘을 찌르는 고층 빌딩이 아닌, 상대적으로 낮은 정육면체 형태를 택한 것은 업무 공간이면서 도시와 연결되는 커뮤니티 역할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1층 사방에 입구를 낸 것도 그 때문이다.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전시나 공연 등 다양한 행사도 열고, 음식점 등이 자리하려면 고층 빌딩보다는 정육면체 공간이 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도 같은 의견을 냈다고. 치퍼필드는 "신사옥이 직원이 일하기 좋은 공간이면서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사회적 공간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서 회장의 일관된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는 서 회장의 태도가 매우 인상 깊었다"라면서 "상업적 목적을 뛰어넘어 사회적으로 기여한다는 생각을 품는다는 것이 경영자로서는 흔치 않은 일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건축가와 건축주 바람대로, 이날 건물 곳곳에서는 나들이 나온 시민이 쉬거나 뛰노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의 또 다른 독특한 지점은 노출 콘크리트 외벽에 2만 개가 넘는 수직 루버를 부착해 순백 커튼월처럼 둘러친 부분이다. 일조량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열은 차단하기 위한 장치라고 치퍼필드는 설명했다.

이날 뿌듯한 표정으로 건물 구석구석을 돌아본 치퍼필드는 아래와 같은 바람을 밝혔다.

"존중받지 못하고 훼손되는 건물도 많습니다. 사람들은 건물 본질을 잘 이해했을 때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보존하는 것 같아요. 조심스럽게 만들어서 후대에도 존중받는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말하는 '사람과 건물'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말하는 '사람과 건물'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을 설계한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열린 방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설계와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다. 2018.6.14

air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6/14 17:1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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