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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근로시간 단축에 월급 줄어들까…마을버스 기사들 '근심'

젊은 기사 빠져나가고, 고령 운전자들만 가득
강원에선 이달부터 버스 기사 60명 양성교육

(의정부·춘천) 노승혁 박영서 기자 = "근무시간 단축으로 월급이 줄어들까 걱정이네요."

경기 고양시의 한 마을버스
경기 고양시의 한 마을버스

14일 오후 4시께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의 한 마을버스 차고지에서 만난 이 모(61) 씨가 건넨 말이다.

힘 빠진 목소리에는 걱정과 우려가 섞여 있었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운전기사인 그는 지난해 말 운수회사에서 퇴직 후 집에서 가까운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의 한 마을버스업체에 취직해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다.

월 230여만원의 월급으로 아내와 생활한다는 이씨는 "앞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월급이 줄어들지 않을까, 이 부분이 가장 신경 쓰인다"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식사동에서 인근 원당역까지 3개 노선을 운행하는 이 마을버스 업체는 28명의 운전기사를 고용하고 있다.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2교대로 운행 중이다.

운전기사들의 평균 연령은 60세가 넘는다.

김영수(74) 대표는 "올해 3월, 30대 중반의 기사가 근무한 지 1년을 조금 넘기고 시내버스로 옮겨갔다"며 "지금 막내 기사가 40대 중반 1명이고 나머지는 60세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젊은 기사들의 이동은 이곳 뿐만의 일이 아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최근 서울과 경기지역의 대형 버스업체들이 앞다퉈 경력직 스카우트에 나섰기 때문이다.

경력직이 모자라니 과거 마을버스에서 첫 운전을 시작하던 초보자까지 시내버스업체로 '직행'하고 있다.

대부분 300인 이상 사업장인 대형 시내버스업체는 다음 달 1일부터 추가 연장근무를 제한하는 주 68시간 근무만 허용되고 1년 후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된다.

특히 이 가운데 근로 환경이 일반 버스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마을버스 업체들은 운전기사 유출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김 대표는 "요즘은 젊은 사람들 쓰기가 겁이 난다"며 "예전에는 1년 정도는 근무하다가 시내버스로 넘어갔는데, 요즘은 3∼4개월만 있으면 시내버스나, 관공서 기능직으로 다 가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연장근로를 통해 격일제 근무로 운영해 왔던 다른 버스업체들은 연장근로 시간이 주 12시간으로 제한돼 기존의 노선과 배차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1일 2교대제로 근무 형태를 전환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직원 수가 적어 그나마 올해까지는 여유가 있지만, 내년 7월부터는 기사를 더 충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최근 고양시에 내년에 필요한 운전기사 인원이 6∼7명이라고 통보했다.

또 다른 기사 김 모(62) 씨는 "근무시간도 줄고, 안전운전을 한다는 취지는 좋다"면서도 "인력 자체가 부족한데 근무시간을 줄이면 평소처럼 버스를 운행할 수 있겠느냐. 제대로 된 대책이 없으면 결국 피해 보는 건 승객들"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마을버스조합 관계자는 "마을버스 업체가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가기 위해 초보자들이 연습하는 곳이나 고령자들만 있는 곳으로 인식될까 봐 걱정"이라며 "시내버스 역시 경력이 부족한 운전기사들을 빨리 채용해 근무에 투입하고 있어서 안전교육에 소홀해질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강원지역의 사정도 경기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강원도 내 버스노선 수는 시내·농어촌 1천57개, 시외 318개다.

운전자 수는 시내·농어촌이 1천100명, 시외 865명이며 차량 수가 시내·농어촌 768대, 시외 706대로 버스 1대당 기사 1.33명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

서울처럼 1일 2교대제가 가능해지려면 버스 1대당 기사 수를 2명으로 늘리는 게 필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1천200명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당장 68시간을 맞추려고 해도 500명은 족히 필요한 상황인데 일부 기사들이 임금이 더 높은 타 지역으로 이직하거나 이직을 고민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버스 기사와 사무직원을 합쳐 30명이 안 되는 한 영세업체는 68시간은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 섰지만, 내년 7월 52시간으로 바뀌면 4∼5명을 더 뽑아야 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지금도 적자로 힘든데 국가에서 재정 지원이 없으면 운수회사는 더는 운영할 수 없다"며 "준공영제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농어촌이 많은 지역 특성상 '공공성'이라는 이유로 운행은 해야 하고, 그로 인한 손실은 업체에서 떠안도록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강원도에서는 준공영제를 추진하고자 2016년 용역을 추진했으나 재정자립도가 열악해 시기상조라는 결론만 나왔다.

적자노선으로 불리는 농어촌 노선의 하루 운행 횟수는 평균 3∼4회.

이 노선을 통폐합하거나 농어촌 마을 주민이 버스요금만 부담하고 차액을 지자체에서 보전해주는 희망 택시를 늘린다고 해도 적절한 대안이 될지는 미지수다.

노선을 없애면 비난의 화살을 받아야 하는 운수업체는 이리저리 주판알을 튕기며 근로시간을 준수하면서도 경영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으나 절대 쉽지 않다.

이와 관련, 강원도에서는 우선 2억3천만원을 들여 이달부터 버스 기사 60명을 양성교육 중이다.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 창출사업의 하나로 고용노동부와 한국폴리텍Ⅲ대학 춘천캠퍼스 산학협력단과 손잡고 훈련생 모집 및 교육훈련을 시행한다.

또 내년부터 2020년까지 20억원을 들여 400명을 추가 양성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강원도 관계자는 "강원도 버스운송조합, 도내 운송업체와 네트워크를 구축, 교육 수료자가 즉시 채용될 수 있도록 상호 채용의향서를 체결해 도내 인력의 다른 지역 유출을 방지하는 등 일자리 창출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ns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6/15 05:5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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