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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반난민정책에 앞장서 저항하는 가톨릭 사제들

"난민에 관용과 포용 보여달라" 촉구…극우 살비니 장관은 조롱으로 맞서
일부 사제 무력감 토로…"반난민 정서 탓에 설득 쉽지 않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극우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 겸 부총리가 밀어붙이고 있는 반난민 정책의 기세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가톨릭 성직자들이 이 같은 분위기를 되돌리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9일 뉴스통신 ANSA 등 현지 언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국민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인 이탈리아에서 성직자들이 난민을 겨냥한 살비니 장관의 자극적인 수사에 맞서 신자들에게 난민에 대해 관용과 포용을 보여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회적 약자를 적극적으로 도와 온 행보로 유명한 루이지 초티 신부의 제안으로 지난 7일 수도 로마를 비롯해 토리노, 람페두사 섬 등 이탈리아 곳곳에서는 고통받는 난민들에게 연대를 표하기 위해 붉은색 티셔츠를 착용한 사람들의 행진이 동시 다발적으로 열렸다.

7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펼쳐진 난민 지지 시위 [ANSA통신]

초티 신부는 이날 모인 사람들에게 2015년 9월 터키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돼 난민들이 처한 비극의 상징이 된 시리아 꼬마 아일란 쿠르디가 당시 입었던 옷의 색깔인 붉은색 복장으로 집회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초티 신부는 "붉은 색은 '중단'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반난민 광풍을) 중단하고,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뭐가 되어 가고 있는지에 대해 우리의 양심에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폴리 마피아를 파헤친 '고모라'로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오른 로베르토 사비아노, 인기 가수 바스코 로씨 등 유명 인사들도 다수 동참한 이날 행사에서는 '항구를 열라' 등의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현수막은 외국 비정부기구(NGO)의 난민구조선의 입항을 거부하는 등 난민 강경책을 펼치고 있는 살비니 장관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살비니 장관은 하지만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타깝게도 오늘 입을 만한 붉은색 티셔츠를 집에서 찾지 못했다"는 글을 올려 이날 행사를 조롱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초티 신부는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내무부 청사에 기꺼이 붉은색 티셔츠를 가져다줄 용의가 있다"고 되받았다.

이처럼 성직자들이 살비니의 반난민 정책에 앞장서서 저항하고 있는 까닭은 지난 3월 총선 이후 야당으로 전락한 중도좌파 민주당 등 정치 세력이 지지율 추가 하락을 우려하며 제대로 된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로마 사피엔차 대학 정치학과의 마티아 딜레티 교수는 "민주당은 분열돼 있고, 살비니에게 어떻게 반격해야 할지 모른다"며 대중이 살비니에게 열광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게 반기를 들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탈리아가 가톨릭 전통이 강한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신부들은 대중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중부 움브리아 주 스폴레토 인근의 작은 교구를 맡고 있는 잔프란코 포르멘톤 신부는 이탈리아에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유입되며 반난민 정서가 본격적으로 힘을 얻기 시작한 2015년 이래 자신이 맡은 성당 출입문 앞에 '인종주의자 출입 금지'를 공지한 표지판을 세워놓는 등 신자들에게 난민 포용을 당부해왔다.

그는 그러나 지난 2월 중부 마체라타에서 극우주의자 청년이 아프리카 이주민들만을 겨냥, 조준 사격을 가해 6명을 다치게 한 사건 이후 극우 동조자들에 의해 위협을 당하고, 사제관이 털리는 등 곤욕을 치러야 했다.

포르멘톤 신부는 "신자들은 교회에서 강복을 받고, 미사를 드리길 원하지만, 그들은 난민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기억하라고 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에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그는 "살비니가 이런 사악한 인종주의에 기여했다. 그는 사람들의 마음에 증오를 심고, 분노를 조작하는 명수"라며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인종주의자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포르멘톤 신부의 말처럼 살비니 장관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가톨릭 신자임을 잘 알고 있으며, 손에 묵주를 들고 대중 연설을 하는 등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기적으로 성당에 나가는 신자로 알려진 그는 지난 1일 북부 밀라노 인근에서 열린 '동맹'의 전당 대회에서도 묵주를 손에 쥔 채 난민들의 대량 유입을 저지하기 위한 유럽 차원의 '극우 동맹' 결성을 제안했다.

마피아의 주요 근거지이자 최근 몇 년 동안 아프리카 난민들이 대량으로 유입된 곳인 시칠리아 팔레르모 인근 성당의 주임 사제인 코시모 스코르다토 신부는 살비니의 이런 행동은 마피아 두목이 성경을 들고 있는 것을 떠오르게 한다며 "조직 범죄자들은 스스로가 기독교 가치의 대변인이며, 교회의 보호를 받는다고 느낀다. 이들은 신이 자신들의 편에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7/09 20:1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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