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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한달, 美 회의론속 긍정론도…"후속협상에 달렸다"

러셀 전 동아태차관보 "허니문 끝났다…北, 美에 더 큰 양보 요구"
갈루치 전 북핵특사 "폼페이오 방북 실패 아니다…신중하게 진전시켜야"
뉴스위크, 文대통령 북미대화 중재역 높이 평가…"비핵화협상 향배 기로"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이윤영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세번째 방북 결과와 북미 후속 비핵화 협상의 전망을 둘러싼 미국 워싱턴의 기류는 대체로 회의적이다.

북한이 진정성있게 핵을 포기하려는 행동을 취하지 않은 채 특유의 협상전술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더 큰 양보를 얻어내고 제재를 무력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지적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북미 정상이 서로를 향한 신뢰를 확인하고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후속 협상과정에서 큰 진전이 있을 수 있다는 긍정론도 대두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1달 (PG)
북미정상회담 1달 (PG)[제작 최자윤] 사진합성, 일러스트

대니얼 러셀 미국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10일(현지시간) 외교·안보전문지인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빈손 방북' 논란을 빚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을 언급하며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과의 관계진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적 선언을 현실로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었다"며 "대북경험이 많은 탁월한 외교관인 성김 주 필리핀 대사가 참여하기는 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몇가지 불리한 조건을 들고 방북했다"고 지적했다.

러셀 전 차관보는 '싱가포르 허니문은 끝났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같이 평가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스스로 문제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매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너무 빠른 비핵화 데드라인(1년)을 제시하고, 미국 정보당국이 북핵 은폐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를 집중적으로 흘린 점 등이 폼페이오 장관 방북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안보 참모인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전 보좌관을 쫓아내는 것을 지켜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값비싼 양보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면서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관심도 두지 않은 채 찔끔찔끔 양보함으로써 극히 작은 양보에 아주 비싼 가격을 매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폼페이오 장관의 가장 큰 문제는 대북제재 지렛대가 약화한 점"이라며 "중국이 더는 제재대열에 올라있지 않았다는 간단한 이유만으로도 최대의 압박은 최소의 압박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핵 위협은 지뢰밭이며, 비핵화 여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적인 실수를 피할 수 없다면 잘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같은 잡지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북미정상회담의 약속을 실제 결과로 바꾸기로 돼 있었으나 앞으로 유일한 구체적 만남은 한국전 사망 미군 유해송환에 대한 워킹그룹 개최 논의 뿐으로 이마저도 완전히 합의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자신의 상상임을 전제로 "북한이 미군 유해발굴을 위한 비용 지급을 원하고 있으며, 이런 식으로 갈취되는 돈은 수십만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북한 미사일 엔진시험장의 해체에 대한 대화에서도 진전이 있었다고 했지만, 이 역시 확실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달성되지 않은 성공을 자랑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폼페이오 장관에게도 과도한 부담을 안기고 북한에 지렛대를 주고 있다"며 "특히 그는 일방적인 한미군사훈련 중단으로 중요한 동맹의 자산을 희생했고, 정례 방어훈련에 대해 '도발적 워게임'이라는 북한의 잘못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수사학적인 기반도 포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랫동안 북한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뤄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미간의 간극이 겉으로 드러난 것 만큼 크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는 10일(현지시간) 북한의 협상전략에 정통한 미국 외교관들의 발언을 인용, 폼페이오 장관이 전문성있고 헌신적인 고위급 협상팀을 꾸린다면 북한과 정식으로 비핵화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는 LA타임스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실패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서로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모두가 (비핵화 협상) 프로세스에 관여하고 있다. 신중하게 진전시켜야 하고, 주면서 동시에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문가들은 미국의 협상태도를 비판한 북한 외무성의 담화가 분명히 추가적인 대화의 문을 열어놓았다는 평가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무부 관리 출신의 로버트 칼린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객원연구원도 9일 38노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북한 외무성 담화문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대신 "좋은 신뢰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는 긍정적 표현으로 끝맺은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협상의 진전여부를 가늠할 관건은 후속협상이 얼마나 신속히 이뤄지느냐, 그리고 누가 참석할 것인지라고 LA타임스는 분석했다.

특히 북미가 향후 구성할 '워킹그룹'을 특별대표(special representative)와 같은 고위급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북 웹사이트인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폼페이오 장관이 수시로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며 "평양으로 날아가 이틀간 머물며 실무자들과 대화하는 것은 소용없다"고 지적했다.

LA타임스는 북한은 미국의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능력을 감축 또는 억제하고, 미국은 그 대가로 평화협정 체결과 제재완화를 주는 쪽으로 양측간에 부분적 합의가 타결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뉴스위크는 13일자 발행판에서 '중재자(matchmaker) 역할을 한 문 대통령, 전쟁을 끝낼 것인가 아니면 또다른 것을 시작할 것인가'이라는 제하의 커버스토리에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에게 외교적·정치적 승리였다"고 평가했다.

뉴스위크는 "이 외교드라마에서 문 대통령은 그 어떤 플레이어보다 가장 큰 책임을 졌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의 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은 수개월간 두 지도자가 비핵화 협상이 가능한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고 회유했다"고 강조했다. 이 잡지는 문 대통령이 북한에서 넘어와 피난민 캠프에서 성장하고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등 군 복무를 통해 남북간 대치상황을 직접 체험한 점을 설명하고 문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고 나서 '햇볕정책 계승'에 대한 신념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뉴스위크는 다만 앞으로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향배에 따라 문 대통령의 정치적 운신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실제로 비핵화할 경우 수십년간의 교착상태를 종식한 영향력있는 중재자로서의 외교적 업적을 남길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실패할 경우 서울과 2천500만명의 시민을 전쟁의 위협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shi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7/11 16:2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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