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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키 별' 김기민 "한땐 외톨이 동양인 발레리노였죠"

동양인 '최초'서 '최고'로 성장…11월 '돈키호테'로 한국 무대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김기민이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입단 8년 차를 맞은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기민(26)은 어느덧 이 발레단의 '간판 무용수'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출연하는 공연 티켓은 러시아 현지에서도 가장 비싸게 팔리고, 가장 빨리 매진된다.

그의 장기인 긴 체공 시간(점프로 공중에 머무는 시간)과 풍부한 표현력은 발레 최강국의 콧대 높은 관객들에게서도 기립박수를 끌어내곤 한다.

최근 서울 광화문 코리아나호텔에서 만난 그는 "공연 횟수와 해외 다른 발레단의 초청이 늘어날 때 이런 인기를 조금 실감한다"며 웃었다.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해 잠시 한국을 찾은 그는 곧바로 오스트리아로 날아가 빈 국립발레단 초청 무대에 오른다. 이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마린스키 발레단 공연, 미국 뉴욕시티발레단에서의 갈라 공연 등이 줄줄이 예정됐다.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는 영국 런던에서 '백조의 호수' 전막 공연을 했다. 열흘 중 8회 공연이 모두 그의 몫이었다.

현재 마린스키 발레단의 가장 '잘 나가는' 무용수로 활약하고 있지만 2011년 이 발레단 최초의 동양인 발레리노로 입단이 결정됐을 때만 해도 그의 이런 성장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발레단 무용수들이 그를 동료로 인정하는 데에만도 시간이 꽤 걸렸다.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검은 머리에 눈 작은 무용수는 저밖에 없었으니까요. 거의 1년 동안은 발레단에서 친구가 없었어요. 인사를 해도 안 받아주더라고요. 비하하는 발언도 있었고요. 그런데 당시 그 친구들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별로 크게 신경이 안 쓰이더라고요. 이루고 싶은 목표가 너무도 뚜렷했기 때문에 다른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어요."

당시 스무살 남짓이었던 이 청년이 이루고 싶었던 꿈은 단 하나, 춤을 잘 추는 것뿐이었다. "전성기 프로 무용수처럼 춤을 추고 싶은 열망이 강했어요. '어린데도 이 정도로 연기를 하네'란 칭찬이 아닌 대체 불가능한 무용수가 되고 싶은 욕심밖에 없었어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김기민이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정확하게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 돌진하는 '독종'이자 '연습 벌레'로 유명했다.

그가 졸업한 예원학교의 경비 아저씨는 연습을 끝낼 줄 모르는 그를 기다리다 지쳐 아예 열쇠를 주고 "아침에만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을 정도였고, 입단 초기 마린스키 발레단에서도 그의 퇴근 시간은 늘 "연습실 문이 닫힐 때"였다고 한다.

"저도 놀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요.(웃음) 그런데 뭔가 하나 주어지면 그거밖에 안 보이는 성격은 좀 선천적인 것 같아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 과정을 밟았던 탓에) 평범한 중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없는 건 개인적으로 콤플렉스로 남기도 했죠. 그래도 무얼 얻기 위해선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그는 러시아 관객들과 동료 무용수들이 모두 인정하는 발레리노가 됐다. 2016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고 남성무용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이젠 아무도 저를 못 놀리죠. 하하. (같은 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빅토리아 테레시키나가 언젠가 묻더라고요. '이 발레단에서 기민이 널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라고요. '내가 발레단 생활을 잘 하고 있구나' 싶은 마음에 기뻤어요."

그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특유의 사뿐하고 높은 점프지만, 정작 스스로는 "사실 테크닉을 크게 신경 쓰거나 연습하는 편은 아니"라고 말했다.

"테크닉 그 자체가 그리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기술적인 측면에만 너무 치중하다 보면 발레가 아닌 묘기처럼 보일 수도 있거든요. 무용수들의 테크닉이 필요한 이유도 결국 작품을 잘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도 풍부한 표현력과 고난도 테크닉이 어우러진 그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그는 오는 11월 15~18일 마린스키 발레단과 '돈키호테'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돈키호테'는 '라 바야데르', '해적'과 함께 그의 대표 레퍼토리로 손꼽힌다.

그는 "작품이 가진 에너지와 강렬함, 테크닉적인 부분 등이 저와 잘 맞는 작품"이라며 "제가 자신 있어야 하고, 좋아하는 작품으로 한국 무대에 오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20대 중반에 이미 마린스키 발레단 정상에 오른 그는 어떤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을까.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생각보다 빨리 무용을 관둘 수 있다는 생각도 해요. 발레를 안 했다면 지휘자도 꿈꿨을 것 같아요. 제 해석으로 몇십분간 음악을 만들어 나간다는 점이 멋져 보이거든요. 조금 더 현실적으로는 안무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물론 안무가는 타고 나야 하는 측면이 있긴 해요. 일단 오늘 제게 주어진 공연들을 잘 치러내며 다음 꿈을 꿔보고 싶습니다."

sj9974@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9/09 07:2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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