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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배에서 선장이 폭언"…해사고 실습생 '인권침해' 주장

선장은 '갑질 의혹' 전면 부인…"해사고·해양대 실습 시스템 개선 필요"

목포해양대 실습생이 사망 당시 탔던 화학제품운반선(자료사진)
목포해양대 실습생이 사망 당시 탔던 화학제품운반선(자료사진)[독자 제공=연합뉴스]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실습을 위해 화물선에 탄 해사고 학생이 선장으로부터 갑질을 당해 하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화물선에 탄 해양대 실습생이 폭염 속에 무리한 업무에 시달리다가 숨진 사례도 있어 선박 실습생들에 대한 관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인천 해사고 등에 따르면 이 학교 3학년생 A군은 지난달 5일 해기사 실습을 위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4천900t급 벌크 화물선에 승선했다가 나흘 만에 하선했다. 예정된 실습 기간은 6개월이었다.

하선한 A군은 이후 학교측에 배에서 겪은 일에 관해 민원을 제기했다. 배에 탄 지 이틀 만인 7일 저녁 회식을 하던 중 선장으로부터 땅에 떨어진 복숭아 조각을 주워 먹으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A군은 당시 '기름이랑 흙이 묻은 걸 어떻게 주워 먹느냐'고 항의했지만, 선장이 강압적인 명령을 되풀이해 어쩔 수 없이 과일을 주워 먹었다고 설명했다.

또 선장에게 인사를 했는데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며 질책을 받았고, 다른 선원의 당직 일을 대신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A군이 하선 의사를 밝힌 뒤 녹음한 녹취록에는 '이 자식아 소리 지르는 게 니한테 지르나 임마'라며 '내는 니한테 이제 얘기도 안 할 테니까 너 첨에 올라와가 이노무 XX…내가 뭐라 했다고 설명해봐라'라고 다그치는 선장 음성이 담겼다.

말을 이어받은 한 선원은 '너도 이유 댈 때 내가 적응 못 하겠다 그랬으면 아무 문제 없잖아'라며 '선장을 막 걸고 넘어가고…이게 배 분위기가 개판이 되는 거야 이러믄'이라고 A군을 혼내기도 했다.

A군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러한 내용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고 학교 측에는 우울과 불안 증세로 2개월 요양이 필요하다는 신경정신과 진단서를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A군이 승선했던 화물선 선장 등은 이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해사고 측은 이달 7일 부산항에 입항한 해당 선박 선장과 승조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양측 주장이 달라 추가 조사를 벌인다는 입장이다.

해사고 관계자는 "조사 결과 선장과 승조원들은 복숭아를 주워 먹으라거나 일을 미룬 적이 없었다며 일관된 진술을 했다"며 "일단 해양수산부에 이러한 조사 결과와 해명서를 보냈으며 A군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사고나 해양대생의 실습 과정에서 선장 등의 인권침해나 갑질의혹 등은 계속 제기돼온 문제이다.

지난해에는 목포해양대 소속 실습생이 중동 지역에 정박한 화물선에서 폭염 속에서 화물선 탱크 청소를 하다가 열사병으로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실습 선원은 원래 하루 8시간만 작업해야 하지만 숨진 실습생은 하루 12시간씩 청소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취업이나 병역 특례 신청 때 선장의 인사 고과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탓에 과도한 업무를 거부할 수 없었다. 해당 선박의 선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재판에서 금고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해사고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4급 해기사 자격증을 따려면 1년 이상의 승선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통 해사고 학생들은 2학년 1학기 때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선박에서 연수를 받고 3학년 2학기 때 일반 기업체 배에 6개월 이상 승선한다.

학교 측은 실습생이 배에서 어려움 없이 생활하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승선 2개월째인 학생들의 배를 취업 담당 교사와 담임 교사가 직접 찾아가 살피게 돼 있다.

그러나 배 운항 일정상 전체 실습생을 모두 방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인천해사고의 경우 올해 이러한 지도를 40차례 나간다. 이 학교 3학년 실습생이 122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다수가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셈이다.

실제 인천해사고는 매년 중도 하선하는 학생들이 나오자 10억원을 들여 자체 실습선을 건조하고 있다. 학생들이 일반 기업체 선박에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현장 실습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chams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9/11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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