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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 맞은 伊 학교, '갈팡질팡' 백신 정책에 혼란 가중

면역력 약한 아동, 백신접종 안한 동급생 때문에 결석하는 사례 속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새 학기를 맞은 이탈리아 학교들에서 정부의 '오락가락' 백신 정책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ANSA통신 등 현지 언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긴 방학을 끝내고 이번 주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간 이탈리아 학교에는 백신 접종 규정에 대한 당국의 잦은 정책 변경으로 결석자가 속출하고,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아동이 격리 수업을 받는 등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백신 접종 준비를 하는 의료진 [EPA=연합뉴스]

가령, 최근 골수 이식과 방사선 치료를 받고 백혈병에서 회복 중인 북부 트레비소 인근에 사는 8세 아동은 백신 접종을 맞지 않은 같은 반 친구 5명 때문에 결석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

이 소년은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동급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생활할 경우 감염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할 것 같다고 주치의는 설명했다.

북부 볼로냐에서도 이 소년처럼 취약한 면역 체계를 지닌 아동 1천명이 같은 이유로 등교를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부 토리노의 유치원에서는 4살짜리 아동이 아직 필수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개학 첫날 다른 반 친구들과 떨어진 채 홀로 체육관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보고됐다.

학교 현장에서의 이 같은 혼란은 지난 6월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가 전임 정부의 백신 의무접종을 완화한 뒤 이에 대한 반발이 잇따르자 이를 철회하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

중도좌파 민주당이 이끌던 전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율을 밑도는 백신 접종률을 보이는 이탈리아에서 지난 해 홍역 등 전염병이 크게 유행하자 미취학 어린이가 홍역 등 10종의 예방 접종을 받지 않으면 입학을 불허하고 부모에게 벌금 500유로(한화 64만원)를 물리는 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백신 의무 접종이 학부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해온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으로 구성된 포퓰리즘 정부는 지난 달 아동 백신 접종 의무 규정을 내년 학기 시작까지 완화하는 대체법안을 상원에서 통과시켰다.

대체법안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백신 접종을 했음을 보증하는 의사들의 공식 통지서를 학교에 내는 것 대신에, 예방 접종 규정을 준수했음을 스스로 밝히는 자기 인증서만 제출하면 된다.

예방 주사를 실제로 접종하지 않고도 접종했다고 거짓말을 하면 사실상 이를 적발하거나, 처벌할 수단이 없는 대체법안에 대해 학부모와 교사, 의료계, 지방 정부 등으로부터 비판이 들끓자 정부는 다시 지난달 채택한 대체 법안을 폐기했다.

하지만, 학부모의 자기 인증을 내년 3월까지는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학교 현장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교장협회(ANP)의 안토넬로 잔넬리 회장은 "내년 3월까지 학부모들이 자기 인증을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 기간 거짓말을 할 위험이 존재한다"며 "하지만, 진정한 위험은 건강상의 이유로 백신 접종을 할 수 없는 어린이들을 이념적인 이유로 일부러 예방 접종을 하지 않는 아동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상당수 학부모가 일부 백신 접종이 자폐증과 연관돼 있다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통념을 지지하며, 자녀의 예방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 2월 로마에서 열린 백신 의무접종 반대 집회에 참여한 이탈리아 학부모들 [EPA=연합뉴스]

ykhyun14@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9/12 23:1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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