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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과거 시험장에 등장한 지름 3m 우산 모습은

성균관대박물관 특별전…실록에 나오는 은술잔도 재현

성균관대박물관이 재현한 우산. [성균관대박물관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문장에 능숙한 자를 거벽(巨擘)이라 이르고, 글씨에 능숙한 자를 사수(寫手)라 이르며, 자리·우산·쟁개비(야전삽처럼 쓸 수 있는 냄비) 등의 기구를 나르는 자를 수종(隨從)이라 한다."

다산 정약용은 '경세유표'에서 조선 후기 과거를 보는 장소인 과장(科場)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다산은 이어 "수종 중에 천한 자를 노유(奴儒)라 하고, 노유 중에 맨 앞자리를 맡는 자를 선접(先接)이라 이른다"고 설명했다.

과장에 자리야 필요하겠지만, 우산은 무엇에 쓰는 물건이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단원 김홍도가 그렸다는 '공원춘효도'(貢院春曉圖)를 보면 알 수 있다. 나무로 살을 만든 커다란 우산은 대여섯 명이 함께 쓰는 파라솔이었다.

공원춘효도의 우산 모습. 미국 개인 소장. 정병모 교수 사진. [성균관대박물관 제공]

성균관대박물관이 조선시대 과장에 등장한 이 우산을 처음으로 재현해 14일 개막하는 기획전 '호모 이그재미쿠스(Homo Examicus) - 시험형 인간'에 선보인다고 13일 밝혔다.

박물관이 제작한 우산은 살 32개로 구성되며, 살에는 종이를 붙였다. 지름은 3m, 높이는 2.2m에 이른다. 신장 180㎝인 성인 남성도 충분히 들어가는 규모다.

김대식 성균관대박물관 학예실장은 "흥선대원군 거처인 운현궁에 있는 일산대(日傘臺)를 참고해 제작했다"며 "김홍도 그림을 보면 우산 아래에 과거를 보는 사람은 물론 거벽, 사수, 선접, 노유가 옹기종기 앉아 있다"고 말했다.

팔환은배 재현품. [성균관대박물관 제공]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진행된 시험의 역사를 '시험의 기원', '과거의 시작', '그들의 시험', '모두의 시험'이라는 네 가지 소주제로 조명하는 이번 전시에는 정조가 과거 합격자들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는 잔인 팔환은배(八環銀杯) 재현품도 나왔다.

김 실장은 "정조의 연희 원칙은 취하지 않으면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정조는 과거 합격자들에게 세 번 거른 60∼70도 정도의 독한 술을 5잔씩 마시게 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정조는 1792년 희정당에 모인 합격자에게 술을 권했는데, 오태증이란 인물만 멀쩡했다. 이에 정조는 5잔을 더 하사했고, 오태증은 결국 쓰러졌다.

김 실장은 "고증을 통해 제작한 팔환은배에는 술이 220㎖ 정도 들어간다"며 "오태증이 당시에 마신 알코올은 양주 6병 분량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팔환은배는 과장의 우산처럼 현존하지 않는데, 재현품 제작에는 은 62돈(232g)이 들어갔다. 이 술잔은 높이가 6㎝이고, 위쪽에 금띠를 둘렀다.

이외에도 '올해 과거에 합격하는 것이 커다란 소원'이라고 적은 중용 서적, 소매 속에 넣고 다닐 수 있게 만든 작은 책인 수진본(袖珍本), 과거 합격자들이 받은 증서인 홍패(紅牌)를 볼 수 있다.

홍남순 판사 법복. [성균관대박물관 제공]

현대 자료 중에는 인권운동가인 홍남순(1912∼2006) 법복이 눈길을 끈다. 홍남순은 일본 와카야마 시립상공학교를 졸업한 뒤 1948년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고, 변호사로 일하면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을 위해 힘썼다. 홍남순 유품인 판사 법복과 변호사 법복이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김 실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특권층에게만 허락됐던 시험이 우리 모두의 일상으로 자리 잡은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28일까지.

psh5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9/13 09:3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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