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배너

[실시간뉴스]

최종업데이트YYYY-mm-dd hh:mm:ss

검색

[디지털스토리] 집값 상승 부추기는 지역 이기주의…멀어지는 내 집 마련의 꿈

관심 없던 사람마저 눈길 가는 부동산시장 과열…담합에 장애인학교·청년주택도 반대
아파트 가격 안정 필요…"담합 처벌·성숙한 시민의식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부동산 포털에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매물을 올리면 난리가 나요. 아예 우리에게 물건을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위례신도시의 부동산 중개업자 A 씨의 말이다. 그는 "주민들이 원하는 가격이 아닌 매물은 모두 허위매물로 신고한다"며 "일정 신고 건수가 넘어가면 광고 노출이 차단되는데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https://youtu.be/j5awq8BYljc]

부동산을 둘러싸고 일부 지역 주민들의 행태가 논란이다. 가격 담합 의혹이 불거지고 공공복지시설 입주를 막아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위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막고 시장을 교란한다고 지적한다.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받는 이런 행위가 부동산 시장 과열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00억원 이하는 안 돼요"…담합 위해 허위매물로 허위 신고까지

경기도 서북권 지역에 사는 정 모(47) 씨는 최근 아파트를 내놓고 서울로 이사를 준비 중이다. 남편의 이직으로 회사가 멀어졌기 때문이다. 사정이 급해 빨리 처분할 수 있는 가격에 내놓았다. 주민들로부터 "얼마에 내놨냐"는 질문을 받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정 씨는 "'00억원 미만으로는 곤란하다'며 남는 사람 생각도 좀 해달라는 말을 하더라. 난감했다"고 전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지난 14일 집값 담합을 근절하기 위한 특별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집값 담합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따르면 지난 8월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 건수는 2만1천824건으로 이전 달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한 달 신고건수가 2만건을 초과한 것은 같은 통계를 작성한 이후로 처음이다.

KISO 측은 특정 지역 입주민들이 집값을 띄우기 위해 원하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의 매물이 올라오면 허위매물이라고 신고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허위매물로 신고되면 매물 광고가 노출되지 않는다.

한 유명 부동산 카페에는 공인중개사들이 요구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물을 아예 외지 중개사들에게 내놓자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KISO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허위매물 신고 접수가 많은 상위 지역 중 위례신도시가 위치한 곳이 대부분 포함됐다. 서울시 송파구가 1천227건, 경기도 성남시와 하남시가 각각 1천357건, 812건이다.

◇ "청년주택도, 장애인 시설도 싫어요"

청년주택에 반대하는 한 아파트단지의 안내문

담합보다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집값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현상도 있다.

서울 마포구에 건설 중인 청년주택 인근에서 40여년 살아온 이 모(77) 씨는 절반 이상 올라간 청년주택을 보며 "걱정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는 "이 주변에 대학교만 네 개가 있어서 자취생을 상대로 월세 받아서 살아왔다"며 "청년 주택이 들어서면 저리로 몰려갈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도 청년 주택으로 인해 일조권과 치안 문제, 아이들 교육,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우려했다.

한 주민은 "젊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만큼 유흥시설도 들어서고 집값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어울려 사는 세상도 좋지만, 특정 지역 주민에게 무조건 희생하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영등포구에 있는 한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아파트 옆 하이마트 부지에 청년임대주택이라는 이름으로 5평짜리 빈민아파트를 신축하는 절차를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주택이 허가되고 신축되면 우리 아파트는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도 주민들이 반발한 사례가 있었다.

주민들이 반대한 여러 가지 이유에는 집값 문제도 포함돼 있었다.

집값 하락을 이유로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교육부가 "특수학교 설립이 주변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는 없었다"고 해명하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 자고 나면 오르는 서울 아파트 가격

전문가들은 이런 지역 이기주의 배경에는 '집값 폭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는 "가격 담합 논란은 물론 허위매물 신고가 급증한 것은 서울 부동산 시장의 과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집값에 관심이 없던 사람마저도 시선을 집중시킬 정도로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며 "부동산이 안정된 상태라면 값싼 매물이 몇 건이 올라오든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한 달에도 몇억원 씩 뛴다는 부동산 열기가 시장에 대한 관심도를 폭증시켰다는 뜻이다.

직장인 송 모(35) 씨는 "회사에서 사람만 모이면 화제는 무조건 '부동산'이라는 말이 돈다"라며 "관심 자체가 없었는데 이제는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은 0.47%였다. 같은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주간 단위로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가격이 안정세로 접어들어야 (담합, 청년주택 반대 등) 이런 문제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라며 "(요즘과 같이) 변동 폭이 크고 불안정하면 집주인들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지역 이기주의 해결 방법 없을까

부동산 가격에 악영향을 주는 지역 이기주의를 막기 위해서는 부동산시장 안정이 필요하고 가격 담합 등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위례신도시로 이사 온 김 모(48) 씨는 "사실 집값이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집값이 상승하면 세금만 더 많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씨는 "집값이 계속 오를 것 같아서 엄청난 대출을 받아 산 집인데 다른 지역보다 덜 오르면 손해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64.2%가 주택 임차 및 구입을 이유로 빚을 졌다고 답했다. 주택으로 인한 부채는 2014년 이후로 매년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해 왔다.

직장인 이 모(35) 씨는 "10년 가까이 일했지만 내 집 장만은 아직도 까마득하다"며 "가격 담합을 했다는 기사를 보면 '저래서 내가 집 사기가 힘든가'라는 생각이 든다.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거주 시민 중 무주택 기간이 10년이 넘은 사람은 42.4% 였다. 5년 이상인 경우는 63%로 3년 전보다 4.5%포인트 늘었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된다면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살 필요가 없고 빚을 내서 산 집의 가격 때문에 무리한 행동을 할 필요도 없다는 얘기다.

김학환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격 담합을 이유로 정당한 매물에 대해 허위 신고를 하면 일정 기간 신고 시스템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업무방해죄 이외에 공인중개사법 내에 가격 담합 행위 처벌에 대한 별도 조항을 만드는 것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허위매물이라고 허위 신고를 하거나 일거리를 주지 않겠다고 선동하는 식으로 중개사들을 압박하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 집 값에 대한 관심보다 내 지역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결국 '님비현상' 근절은 성숙한 시민의식 밑바탕이 돼야 한다"며 "선진국의 경우에는 장애인 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역민들이 불만을 가질 법한 시설을 설립할 때 계획 단계부터 주민들을 참여시켜 조율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기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주민 기피 시설을 성공적으로 세우기 위한 방안으로 계획 초기부터 시민배심원제와 같은 지역주민 참여와 독립적인 중재기관 설립 등을 꼽았다.

(인포그래픽장미화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9/16 08:00 송고

광고

댓글쓰기

배너
비주얼뉴스
  • 포토
  • 화보
  • 포토무비
  • 영상
배너
광고
AD(광고)
광고
AD(광고)
AD(광고)
광고
AD(광고)

위키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