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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매진] 남사당 바우덕이축제

외국 춤꾼까지 가세한 '신명의 亂場'

(안성=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조선 후기에 장터와 마을을 떠돌며 곡예와 노래, 춤으로 흥을 돋운 전문공연자들이 있었다.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의 청룡사를 보금자리 삼아 활동한 남사당(男寺黨).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 연예집단이었던 안성 남사당은 첫 여성 꼭두쇠(남사당패 우두머리)인 바우덕이의 맹활약으로 최고 전성기를 누렸다. 해마다 가을이면 이 고장에서 남사당과 바우덕이의 예술정신을 체험케 하는 축제가 열린다. 국내는 물론 외국의 민속 춤꾼들까지 동참해 펼치는 신명의 난장(亂場)이다.

장터무대에서 펼쳐진 남사당 줄타기 놀이 [사진/조보희 기자]

"덩더~덩더꿍! 덩더~덩더꿍!"

태풍 '콩레이'가 한바탕 세상을 훑고 지나간 뒤라서 더 그럴까. 한결 쾌청해진 하늘과 해맑은 숲 사이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일렁이는 가운데 웃다리농악의 풍물소리가 여느 때보다 신명을 더했다. 20여 명으로 구성된 남사당패가 천지간을 쩌렁쩌렁 울리며 무대에 등장하자 야외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로 박자를 맞추며 공연에 합류했다.

태평소 소리가 자지러지게 심금을 울리고 꽹과리, 북, 장구, 징, 소고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무대를 힘차게 누볐다. 상모를 빙글빙글 돌리며 신바람을 일으킨 풍물패는 어린아이를 어깨에 올린 채 가무를 즐기는 무동놀이로 흥겨움을 더했다. 남사당놀이 여섯마당 중 하나인 풍물 현장. 남사당과 바우덕이 후예들이 펼치는 무대는 뜨겁게 달아올라 공연자와 관람자, 무대와 세상을 합일의 경지로 이끌었다.

◇ 바우덕이 생애, 여섯마당으로 생생히 재현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안성맞춤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가 지난 10월 3~7일 안성시 보개면의 안성맞춤랜드에서 흥겹게 펼쳐졌다. 18회째인 올해 주제는 '바우덕이의 춤사위,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을~'이었다. 개막 하루 전날 서운면 청룡리 불당골의 바우덕이사당에서 거행된 바우덕이 추모제를 시작으로 사실상 막이 오른 축제는 안성맞춤랜드 주 무대의 개장식과 각종 공연 행사, 프로그램들로 다채롭게 꾸며졌다. 다만 폐막 전날 일정이 태풍 콩레이 영향으로 중단돼 아쉬움을 남겼다.

남사당과 바우덕이를 앞세운 공연과 놀이는 축제장 일원에서 연일 진행돼 방문객들은 신명 속으로 흠뻑 빠져들었다. 저녁마다 남사당공연장의 실내무대에서 펼쳐진 남사당 바우덕이 주제공연은 바우덕이의 생애를 남사당 여섯마당으로 생생하게 재현했다. 뒤풀이로 공연자와 관객들이 함께 어우러져 풍물을 울리고 춤을 추는 무대가 마련됐다. 10월 6~7일 야외 시민예술무대에서 공연된 바우덕이 창작 마당극은 바우덕이의 삶과 예술을 찬찬히 돌아보게 했다.

축제의 묘미를 극대화한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은 노천의 주 무대와 장터무대에서 매일 진행된 남사당놀이로, 풍물놀이와 줄타기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펼쳐져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민속공연도 풍성했다. 안성의 대표 전통예술인 태평무와 향당무를 비롯해 원주 매지농악, 광주시립예술단, 청주 놀이마당 울림, 파주전통예술단 호연, 동두천시립예술단, 북청사자놀음, 전통연희단 꼭두쇠 등의 무대가 매일 한두 차례씩 마련됐다.

해외공연단으로는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러시아 등 7개국이 참가해 각기 독특한 민속문화를 선보였다. 이들 공연단은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민속축전기구협의회(CIOFF)의 회원이거나 안성시 자매도시 소속이다. 2006년 CIOFF에 가입한 안성시는 2012년 세계민속축전을 43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한 바 있다.

방문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풍성했다. 줄타기 등 민속놀이를 맘껏 즐기면서 탈곡과 새끼꼬기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조선 후기의 전국 3대 장터인 안성장터가 재현돼 안성 유기를 비롯한 장터 물품을 몸소 느껴볼 수도 있었다. 축제 명칭인 '안성맞춤'은 조선 시대 궁중 진상품인 안성 유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2001년 시작된 남사당바우덕이축제는 이처럼 오랜 역사와 풍성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해마다 발전을 거듭해 2016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관광축제 중 유망축제와 우수축제로 3년 연속 선정됐다.

웃다리농악 풍물놀이와 무동놀이

◇ 줄타기, 얼음 위 걷듯 조심스럽게

"내 이렇게 줄 위에 올라서니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고! 기왕지사 올라온 거, 오늘 오신 분들께 재주나 한번 보이고 가세!"

축제 기간 내내 오후마다 장터무대에서 펼쳐진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은 '줄타기'였다. 높이 3m, 길이 10m의 줄 위에 오른 남사당 줄꾼이 넉넉한 재담으로 관람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뒤 길게 이어진 외줄을 겅중겅중 타기 시작했다. 떨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걸음걸음. 하지만 줄처럼 탄력이 좋은 몸놀림과 활짝 펼쳐진 부채로 절묘하게 균형을 잡아나갔다. 줄꾼이 천신만고 끝에 건너기에 성공하자 관람객들은 조였던 가슴을 쓸어내리며 일제히 박수갈채를 보냈다.

"얼쑤!" "잘한다!" "지화자!" "좋다!"

이에 한껏 신바람이 난 줄꾼은 더욱 기발한 묘기로 탄성을 자아냈다. 줄꾼에게 힘을 실어준 또 다른 응원군은 풍물단. 이 풍물단은 굿거리장단 등으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더불어 줄꾼과 재담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관람객들의 폭소를 끌어냈다.

서울에서 왔다는 박혜순(60) 씨는 "지켜보는 내내 조마조마하여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줄타기의 본고장에서 봐서인지 더욱 스릴이 넘친다"고 말했다. 안성시민 이길석(61) 씨도 "축제 프로그램 중 줄타기가 가장 좋았다"며 "이런 전통문화가 계승되는 고장에서 사는 주민으로서 뿌듯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미소지었다.

줄타기 놀이는 남사당 용어로 '어름'이라고 한다. 얼음 위를 걷듯 조심스럽다는 뜻이다. 줄타기하는 줄꾼은 '어름사니'로 불린다. 이 어름사니와 재담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해학으로 넘치게 하는 상대가 남사당패의 어릿광대인 '매호씨'다. 9년째 줄을 타고 있다는 어름사니 오경민(37·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 씨는 "관람객들의 박수와 환호, 그리고 장단 덕분에 나도 모르게 기운이 절로 솟구침을 느낀다"고 감회를 밝혔다.

불당골에 있는 바우덕이사당

◇ 남사당 최초·최후의 '여성 꼭두쇠'

그렇다면 남사당과 바우덕이는 누구일까? 유랑 예인집단인 남사당패는 조선 시대에 서민층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태동했다. 전국 이곳저곳을 떠돌며 풍물놀이, 버나(접시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 덧뵈기(탈놀이), 덜미(꼭두각시놀음) 등 여러 가지 놀이와 기예로 서민들에게 신명을 안겼다.

안성 남사당패가 전국의 남사당 중 으뜸으로 꼽히게 된 데는 천부적 재주꾼인 바우덕이가 있었다. 1848년 안성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딸로 태어난 바우덕이의 본래 이름은 김암덕(金岩德). 아버지가 병으로 세상을 등지자 다섯 살의 어린 나이로 남사당에 입단한 바우덕이는 선소리, 줄타기, 풍물, 무동 등 공연예술을 두루 익혀 15살 때 꼭두쇠로 추대된다. 남사당 최초이자 최후의 여성 꼭두쇠였다.

바우덕이가 이끄는 안성 남사당패가 평범한 서민 공연단에서 조선의 대표적 공연단으로 껑충 뛰어오른 계기는 경복궁 중건이었다. 1865년 흥선 대원군의 부름으로 중건 현장에서 공연해 인부들의 고달픔을 덜어줬던 안성 남사당패는 당시 정3품 당상관 벼슬아치들이 사용하던 옥관자를 하사받으며 전국 최고 기량의 남사당패로 인정받게 된다.

하지만 불행히도 바우덕이의 예술인생은 짧았다. 안성남사당패가 '바우덕이'로 통칭될 정도로 전국적 명성을 얻었으나 23살 때인 1870년 폐병으로 그만 삶을 마감한 것이다. 바우덕이는 생전에 기예를 익혔다는 청룡사 인근의 개울가 언덕에 묻혀 있다.

거리 퍼레이드에 나선 러시아 공연단

◇ 흥과 멋 더한 세계민속공연

남사당 바우덕이 공연과 더불어 마련된 세계민속무대는 흥과 멋을 더했다. 각 지방의 민속공연단은 물론 외국의 민속공연단이 다수 참가해 축제의 다양성을 높였다. 이들 공연단은 축제장에서 매일 오후에 한 차례씩 월드 퍼레이드와 세계민속공연을 펼쳐 어울림의 멋을 극대화했다. 이 가운데 세계민속공연 현장은 많은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칠레와 터키, 슬로바키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국 공연단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자국의 민속춤을 신바람 나게 선보였고, 관객들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하며 축제 분위기를 함께 즐겼다.

남녀 혼성의 전통춤을 열정적으로 선사한 슬로바키아 공연단의 이비차 쿠츠바(18) 양은 "한국에 처음 왔는데 관람객들이 기꺼이 공연 분위기에 동참해 신이 났다"며 "엄마, 아빠와 함께 와서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귀엽다"고 말했다. 터키 공연단의 날란 오자르키(48·여) 씨는 "오늘 우리가 춘 '블랙 시'(Black Sea)는 흑해의 토속문화를 경쾌한 율동으로 담은 작품인데 여러모로 인연이 깊은 한국에 와 공연하니 감회가 더 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관람객들도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경기도 오산에서 왔다는 김일태(63) 씨는 "남사당과 바우덕이만 생각하고 축제장을 찾았는데 외국 공연까지 다양하게 구경해 큰 선물을 받은 듯 기쁘다"고 말했다. 어린 두 조카와 같이 온 박은주(40·안성) 씨도 "우리 고장에서 국내외 공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자랑스럽다. 애들에게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아 더욱 좋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 외국 공연단의 월드 퍼레이드와 함께 조선 시대 어가행렬도 매일 한 차례씩 재현돼 관람객들에게 시간여행의 즐거움을 안겼다. 궁중 깃발과 태평소를 앞세운 어가행렬은 임금과 정승, 궁녀들은 물론 기생과 각설이들이 춤사위로 그 뒤를 따라 나아가며 조선 후기의 시대상을 함축해 보여줬다. 축제 마지막 날에는 1천인분의 비빔밥을 주최 측 인사들과 방문객들이 함께 비벼 나눠 먹으며 혼연일체의 대화합을 다졌다.

우석제 안성시장은 "바우덕이축제는 지역민의 잔치이자 공동체 의식을 고양하는 특별한 매개체로서 의미가 크다"면서 "우리 전통문화의 대표축제로서 위상을 지켜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 시장은 "축제의 주제처럼 남사당 바우덕이의 흥과 가락이 한반도 전체로 널리 퍼져나가 평화의 시대가 정착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전통무용단의 실내공연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id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11/11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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