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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초대석> 태권도 대부 이준구 사범
"워싱턴 로비, 예산 늘려 강화해야"
"올림픽서 금메달 싹쓸이 태권도 보급 저해"
25일 백범문화상 수상, "민간외교 앞장서겠다"

(서울=연합뉴스) 홍성완 한민족센터 본부장 = "준 리(이준구 태권도 사범의 미국명)는 28가지 역사를 만든 사나이다."
보브 리빙스턴 전 美 하원의장은 태권도 '그랜드 마스터'로 불리는 이준구(80) 사범을 이렇게 부르고 있다. 그는 오직 준 리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로 '28가지 역사를 만든 사나이'란 제목의 영문 히스토리를 집필하고 있다. 이 책은 다음 달 미국 전역에 배포될 예정이다.

   자그마한 체구의 재미동포인 이 사범이 미국에서 이룬 업적을 살펴보면 왜 미국 내 거물 정치인이 그를 영웅시하는지 이해가 된다. 이 사범은 1962년 6월 28일 '태권도를 배우면 우등생을 만들어 줄 것이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직접 써 189개국 주미 대사에 발송하고, 워싱턴에 태권도 도장을 개장했다. 리빙스턴 전 의장이 꼽은 이 사범의 첫 번째 업적이다.

   이 사범은 이어 1965년 미 하원에 태권도장을 설치한 것을 비롯해 1968년 한국과 미국의 애국가에 맞춰 '태권무'를 만들었고, 최초로 태권도 안전기구(보호구)를 선보여 태권도의 국제대회 개최 발판을 마련했다. 이소룡 등과 태권도 영화에도 출연했는가 하면 1975년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하원 의원 태권도대회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그의 경력은 끝없이 이어진다.

   권투영웅 무하마드 알리의 코치를 역임했으며 미국 건국 200주년 기념일에 '세기의 무술상'을 수상했다. 1982년 독립기념일 집행위원장을 맡아 조지 워싱턴 기념관에서 '인간 성조기'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펼쳤고, 1985년 태권도장 운영 세미나를 처음으로 개최, 태권도와 비즈니스를 접목시켰으며, 이듬해 상·하원 의원을 설득해 '미국 스승의 날'을 제정했다.

   그런가 하면 구(舊)소련 내 태권도 도장을 합법화해 65개의 도장을 설치하는 데 성공했고, 구소련 외무부가 주는 '가장 훌륭한 기사상'을 받았으며 아인슈타인 등과 함께 미국 역사상 최대 공헌가 203명에 선정됐다..

   리빙스턴 전 의장은 2003년 6월 28일 미국 워싱턴시가 3만 명이 운집한 축구광장에서 '준 리 데이'(이준구의 날)를 선포한 것과 이 사범이 유엔에서 '10021 행복론'을 강의해 러시아 평의회로부터 '세계 평화상'을 수상한 것을 가장 자랑스러워했다. 10021은 '100세의 지혜로서, 21세의 젊음으로 행복한 삶을 살자'라는 뜻으로 이 사범이 주창한 이론이다.

   이 사범은 72세 때 뇌졸중이 왔다. 태어날 때부터 심장판막증 증세가 있는데 운동을 너무 많이 한 탓이라는 게 본인의 진단이다. 그러나 뇌졸중도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3년 만에 재기해 62초 만에 팔굽혀 펴기(Push Up) 100개를 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지금도 매일 1천 번씩 팔굽혀 펴기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국회 내 '대한민국 국회의원 태권도 동호회'의 3대 회장인 정병국 의원의 취임식 참석 등을 위해 방한했다. 한동대학과 서울클럽에 초청돼 강연했고, 만몽 김산호 선생의 '역사화 전시회'와 국내 최초 여성단체인 근우회 행사, 프리스타일 축구대회 등에 참석했으며 용인대에서는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등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오는 25일 백범문화상을 받는 그는 한·미 양국의 영화제작자들로부터 일대기를 영화화하자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국 측 관계자는 이미 두 차례 만나 대화를 나눴고, 7월 3일 헐리우드를 찾아 미국 측 관계자의 설명을 들은 뒤 올해 안에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도 곧 만나게 된다. 이 사범의 제자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태권도 명예단증을 수여하는 자리에 그를 초청했기 때문이다.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가 지은 '동방의 등불'을 영어와 한국어로 줄줄 암송하며 한국에 대한 무한 애정을 쏟는 그는 하모니카를 수준급으로 연주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워싱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하모니카 독주회를 열기도 했던 그는 가수 노사연 씨와 한무대에 서서 '만남'을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

   22일 연합뉴스 9층 스튜디오에서 이 사범을 만났다. 그는 하모니카와 격파용 송판을 준비해 인터뷰에 응했고, 실제로 녹화 중에 하모니카 솜씨를 과시했다. 세계 정치의 심장부인 워싱턴에서 두터운 인맥을 구축한 배경에 대해 그는 "진심으로 미국을 위해 일했기 때문에 공감을 얻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준구 사범 하면 한국에서 보다 미국 워싱턴 정가에 더 잘 알려져 있다. 워싱턴에서 활동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 텍사스대 토목공학과를 나오기 전인 1962년 여름 방학 때 120여 명의 학생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 꼭 47년 전 이야기다. 졸업도 하기 전인데 학생들과 정이 들어 그만 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워싱턴에서 태권도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 지금까지 키워낸 제자는 얼마나 되나.

   ▲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아널드 슈워츠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깅리치 하원의장, 권투 선수인 무하마드 알리, 영화배우 브루스 리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현재 상·하원 의원들에게 무료로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 워싱턴 정가의 거물 정치인을 비롯해 미국 내 유명인사들에게 태권도가 먹힌 이유는 무엇인가.

   ▲ 한마디로 '규율'(discipline)이다. 절도 있는 행동, 어른에 대한 공경, 자신에 대한 책임감, 술과 담배, 마약을 멀리하게 해주는 힘이 태권도에 있다고 그들은 인식한 것이다. 규율은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고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당시 미국 사회는 규율이 문란했다. 어떤 상원의원은 나를 통해 동양과 서양이 서로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고도 말했다. 나는 워싱턴에서 '규율'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태권도를 통해 가르쳤다.

   -- 태권도를 지도할 때 어떤 점을 강조하는가. 평소 철학이나 신념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 홍익인간 사상이 중심이다. 나는 지(知)-덕(德)-체(體)가 아니라 '체-덕-지'라고 생각한다. 태권도를 배우면 이것이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체력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덕을 쌓는 일이고, 지식을 습득하는 일이다. 아이였을 때는 건강, 즉 '체'밖에는 없다. 세 살이 되면 눈치를 보기 시작해 '덕'이 필요하고, 할아버지가 되면 지식과 지혜가 쌓이게 된다. 한국에는 체육 시간이 거의 없다. 내가 만약 대통령이라면 체육을 매일 1시간씩 시킬 것이다. 건강한 육체가 없으면 건강한 정신도 없다.

   -- 민간 외교관으로서 지금까지 어떤 역할을 했나.

   ▲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방미 시 워싱턴 정가의 인맥을 활용, 유명인사들을 만나게 해 국빈의 체면을 살렸던 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게 주요 인사를 소개했던 일, 김치축제 때 상·하원의원을 초청해 한국 음식을 맛보게 했던 일, 120여 개국에 태권도 도장을 열어 태권도 정신과 철학을 보급한 일 등 많은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 한국은 민간외교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 그 지적에 100% 동감한다. 일본은 로비 비용이 1년에 수천만 달러가 된다고 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는 돈을 쓸 데 안 쓰고 다른 곳에 쓰는 것이다. 미국은 로비시스템이 합법화돼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 평소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 한국 나이로 80세이지만 나는 아직 21세라고 생각한다. 54세 때부터 73세까지 매일 1천 번씩 팔굽혀 펴기를 했다. 2004년 뇌졸중을 앓았다. 그러나 나는 이를 극복했고, 다시 하루 1천 번씩 팔굽혀 펴기를 한다. 태권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70세가 넘은 할아버지가 검은 띠를 따기도 한다.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적당히 쉬어야 하고, 적당히 운동해야 한다. 선(善)의 3대 가치는 진(眞), 미(美), 애(愛)이다.

   -- 아직 사범님의 러브스토리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 생긴 게 이래서 여자들이 안 따라 연애도 한번 못했다. 14세 때 태권도를 하면서 마릴린 먼로의 영화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미국 가서 태권도를 하고, 금발 미인도 찾아야겠다고 맘먹고 영어공부를 한 기억이 있다. 지금의 아내가 나를 최고로 만들어줬다. 아내는 한국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인사와 가까운 사이여서 공개하기가 조심스럽다.

   -- 한국의 태권도 이대로 좋은가.

   ▲ 올림픽에서 한국이 태권도 금메달을 휩쓰는 것은 옳지 않다. 이제 여러 나라에 물려줘야 한다. 금메달을 딴 나라는 열광하면서 태권도를 육성하고 있다. 태권도를 전 세계의 반석에 올려놓는 것은 아량뿐이다. 태권도 경기가 재미없다고들 한다. 발만 쓰는 태권도가 재미가 있겠나. 관련 단체 간 갈등이 너무 많다. 이젠 정립이 되어야 한다. 한국에도 영어로 태권도를 가르치는 도장이 생겨나길 기대한다. 태권도는 한국어와 한국문화, 음식 등을 전 세계에 수출했다. 그 옛날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들이 어려울 때 태권도는 인맥을 뚫어주는 효자였다. 태권도 도장이 전 세계 189개가 있다고 한다. 이 도장이 자원외교와 민간외교의 중심이 되도록 정부는 활용해야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지금도 화·수·목요일에 상·하원의원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다. 성공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성공을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다. 나누지 않는 성공은 완성된 성공이 아니다. 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삶을 살고 싶다. 고국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나를 활용해 달라. 대한민국은 시성 타고르가 말했듯이 '동방의 등불'이다. (정리= 왕길환 기자.사진=서명곤 기자)
jami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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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6/24 07:1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