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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가치 적다고 일본이 반출한 석탑>
민간단체가 이천향교 5층석탑 조사보고서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조선총독부가 1916년에 펴낸 '조선고적조사보고(朝鮮古蹟調査報告)-다이쇼(大正) 5년도'라는 한국문화재 조사보고서 105쪽에는 이런 내용이 보인다.

   "(경기 이천) 항교에 인접한 곳에 탑 2기가 있으니 1기는 조선총독부박물관으로 이건(移建. 옮겨세움)되었고 3층탑 1기만 남아있다."
다른 문건을 종합할 때, 이천 향교에 있던 이들 석탑 중 하나는 1915년 9월10일 이후 같은해 11월30일까지 경복궁에서 개최한 '시정(施政) 5년 기념 공진회(共進會)' 행사장 장식을 위해 이천에서 경복궁에다가 옮겨다 놓았음을 알 수 있다.

   제국주의 일본의 조선 식민지배(시정)가 5년이 된 일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한 박람회(공진회) 자리를 '빛내고자' 제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던 이 석탑의 비극은 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당시 일본의 저명한 실업가로 오쿠라 기하치로(大倉喜八郞.1837~1928)이란 사람이 있었다. 오쿠라재벌의 설립자이기도 한 그는 문화재 수집광이기도 했다.

   이렇게 모은 소장품을 오쿠라는 1917년 도쿄에다가 개관한 사설 박물관인 오쿠라슈코칸(大倉集古館)에 기증한다. 이 박물관은 일본 최초의 사설 박물관으로 기록된다.
이런 그가 1918년 7월21일 지금의 문화재위원회 정도에 해당하는 조선고적조사위원회 앞으로 조선 문화재를 내지(內地), 즉, 일본으로 가져가게 해달라는 청원서를 낸다. 내용인즉, 평양정거장 앞에 육각칠층석탑이 있으니 이를 오쿠라슈코칸으로 옮겨가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3일에 열린 고적조사위원회는 '대타'를 제시했다. 평양 석탑 대신에 이천 석탑을 가져가라는 것이었다. 이를 오쿠라가 받아들였는지, 10월24일에는 이런 결정문이 인천세관에 통보된다.

   한데 이 탑에 대해 고적조사위원회는 "우수한 석탑이 많은 조선에서 특히 박물관에 보존하여 진열품의 하나로 헤아림은 오히려 적당하지 못한 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시 말해 이런 석탑은 조선에서는 많으므로 조선총독부박물관에 두고서 계속 전시할 만큼 학술적 가치는 크지 않으니, 일본으로 반출해도 그다지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이렇게 해서 일본으로 반출된 이천 5층석탑은 지금도 도쿄 시내 오쿠라슈코칸 건물 뒤편에 평양 율리사 터에서 반출해 온, 같은 고려시대 석탑인 팔각오층석탑과 나란히 서 있다.

   이들 석탑에 대한 학문적인 접근은 1994년 미술사학자인 정영호 현 단국대석주선박물관장에 의해 시도됐다. 1996년에는 도쿄에서 발행되는 한글잡지 '월간 아리랑'을 통해 본격적인 소개가 이뤄지고, 2003년에는 마침내 이천 현지에서 이천 석탑은 불법적으로 약탈된 것이니 이를 환수해야 한다는 운동이 일어나게 된다.

   이 운동은 문화유산 시민운동가인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이 2006년 5월 방영된 MBC '느낌표'에 출연해 이 탑을 소개하고, 이를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다시금 불이 붙게 된다.

   황 소장이 이끄는 문화유산정책연구소가 최근 펴낸 '이천 오층석탑 환수를 위한 연구조사 보고서'는 문제의 이천 석탑에 대한 현지 실측 조사 보고서다.

   이번 조사보고서는 황 소장 책임 아래 미술사학자인 박경식 단국대 사학과 교수와 보존처리 전문가인 한병일 한국문화재보존환경연구원장 등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8월21일부터 24일까지 오쿠라슈코칸 현지에서 진행한 이천 석탑에 대한 미술사적 가치평가 및 보존상태, 탑의 실측(3D스캔) 도면을 정리했다.
이 조사를 위해 조사단은 3D스캐너까지 일본 현지로 가져가기도 했다.

   황 소장은 "이번 조사가 국내 최초로 일본으로 약탈된 석조문화재를 민간연구단이 주관해 정밀실측과 보존상태를 조사했다는 데 의의가 있으며, 특히 3D실측을 통해 정확한 탑의 재원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데 가치가 남다르다"고 자평했다.

  


<<이천 석탑(오른쪽)과 평양 율리사터 석탑(왼쪽)>>


<<이천 석탑>>


<< 평양 율리사터 석탑>>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12/29 18:4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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