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폰트확대
  • 폰트축소
  • 인쇄
  • 트위터
"백제 근초고왕 때 1척은 25㎝, 1말은 2ℓ"
노중국 계명대교수 "옛 도량형에 관심 더 기울여야"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칠지도(七支刀)는 근초고왕 재위 때로 추정되는 369년에 백제 왕세자가 왜왕(倭王)에게 준 칼이다.

   일본 나라현 덴리(天理)시 이소노카미(石上) 신궁이 소장한 이 칼은 지금까지는 주로 당시의 백제-왜 관계를 밝히는 자료로만 사용돼왔다. 칼이 하사품이라면 백제가 왜의 윗길에 있었다는 뜻이고, 헌상품이라면 그 반대일 것이라는 논쟁이다.

   그런데 백제학회 회장인 노중국 계명대 사학과 교수는 칠지도의 길이가 75㎝라는 점에 착안해 당시의 도량형을 밝혀냈다.

  
칠지도


노 교수는 이 칼을 백제 왕실에서 직접 만들었을 것이므로 정확한 도량형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보고, 당시 쓰였던 후한척(後漢尺. 23㎝)과 진전척(晉前尺. 23.1㎝), 서진척(西晉尺. 약 24㎝), 동진척(東晉尺. 약 25㎝) 등과 비교해봤다.

   그 결과 칠지도는 '1척=25㎝'인 동진척을 기준으로 했을 때 칼의 몸길이가 2자6치, 자루가 박히는 부분이 4치로 전체 길이가 정확히 3척이 되는 것으로 드러나 당시 백제에서는 동진척을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노 교수는 "지금까지는 백제가 수도를 한성에 둔 시기에는 후한척을 써왔으며 사비로 수도를 옮기고 나서 동진척을 쓴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라며 "왕실에서 만든 유물은 가능한 정확한 척도를 써서 만든다는 점에서 이 당시부터 벌써 동진척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칠지도에는 동진의 연호가 새겨져 있으며, 근초고왕은 372년에 동진으로부터 '진동장군영낙랑태수'라는 작호도 받았다는 점도 이 추측을 뒷받침해준다.

   그는 이 도량형을 당시 조성했던 건물ㆍ무덤과 비교해봤다. 백제 왕실 무덤인 적석총 3, 4호분과 풍납토성 경당 유적의 44호 건물지 등의 길이와 폭, 높이 등을 동진척으로 환산해보니 숫자가 정수로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 한성이 아닌 지방에서도 동진척이 쓰였음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근초고왕 대의 백제 건물ㆍ무덤 발굴현장에서 노 교수가 확정한 동진척을 표준으로 작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해 양동리 출토 청동솥(오른쪽)


노 교수는 또 김해 양동리에 있는 서기 3세기 대의 무덤에서 나온 청동솥을 확인해 당시 쓰였던 부피 단위인 1두(斗. 말)가 약 2ℓ임도 밝혀냈다.

   이 솥에는 '용량은 1말(容一斗)'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는데, 용량을 측정해보니 1.98ℓ였다는 것이다. 약 18ℓ에 해당하는 지금의 말과는 거의 10배나 차이가 난다.

   노 교수는 "옛 도량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며 "도량형은 물건을 만드는 데부터 조세를 걷는 데까지 모든 영역의 기초가 되므로 당시의 경제 여건과 조세 상황을 알 수 있는 자료로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근초고왕 당시 '1척=25㎝'인 동진척이 쓰였다는 것이 밝혀지면 광개토대왕비문(414년 조성)에 백제가 고구려에 조공한 것으로 나오는 '세포(細布. 세마포) 1천필' 역시 25㎝를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 당시의 조세 현황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1말이 2ℓ라는 추정도 백제 때 조세를 다룬 다른 문헌과 비교해보면, 당시 백제의 경제규모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 교수는 또 이 도량형이 수도인 한성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쓰인 증거가 유물들에서 나타나므로, 당시 중앙정부의 지배력이 지방에까지 속속들이 미쳤다는 것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내용은 백제 때의 성씨와 도량형, 의학, 농사 등의 내용을 정리해 최근 출간한 학술서인 '백제사회사상사'(지식산업사 펴냄)에 실렸다.

   저자는 책에서 백제금동대향로가 삼산(三山)-오악(五岳)-제산(諸山)을 표현한 것으로, 불교와 선교(仙敎) 뿐 아니라 유교의 영향도 함께 받은 유물이라는 점도 밝혔다.

  


584쪽. 2만8천원.

   comma@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5/09 08:2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