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 '외국정벌기'에 담긴 침략의 합리화>
김시덕 박사 '이국정벌기의 세계' 일본서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임진왜란 이후 에도시대 일본에서는 임진왜란을 필두로 일본의 외국 '정벌'을 소재로 하는 각종 외국 정벌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도 조선군기대전(朝鮮軍記大全)이며 조선태평기(朝鮮太平記), 회본태합기(繪本太閤記), 양국임진실기(兩國壬辰實記), 조선정토시말기(朝鮮征討始末記), 정한위략(征韓偉略) 등의 문학작품은 이미 제목이 암시하듯이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다.
이와 함께 에도시대 초기의 저명한 주자성리학자인 하야시 라잔(林羅山. 1583~1657)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에 관한 저술인 풍신수길보(豊臣秀吉譜)라든가 에도시대 중기의 본초학자 겸 성리학자인 가이바라 에키켄(貝原益軒. 1630~1714)이 후쿠오카번(福岡藩) 번주 집안인 구로다(黑田) 가문의 역사를 정리한 흑전가보(黑田家譜) 또한 임진왜란을 비중 있게 다룬다.
이들 문학작품이나 전기물(傳記物)은 임진왜란을 어떻게 바라볼까.
젊은 일본 근세문학 연구자인 김시덕(36) 고려대 일본연구터 HK연구교수가 최근 일본 가사마쇼인(笠間書院)이라는 출판사에서 일본어로 펴낸 단행본 '이국정벌전기(異國征伐傳記)의 세계'는 임란 이후 19세기 중반까지 일본에서 나온 여러 '외국정벌기'를 일본의 침략 합리화 시도로 분석한 성과물이다.
물론 주된 연구대상은 임진왜란과 관련한 조선정벌기다. 하지만 김 박사는 류큐열도(오키나와)와 에조치에 대한 일본의 '정벌기'도 아울러 분석했다. 이번 연구서의 부제가 '한반도ㆍ류큐열도ㆍ에조치'인 까닭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 결과 저자는 이들 외국정벌기가 조선과 같은 외국에 대한 일본의 '침략'을 정벌이라고 한결같이 옹호하는 반면, 외국에 의한 일본 '정벌'은 부당한 침략으로 정당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컨대 하야시 라잔은 '풍신수길보'에서 도요토미가 임진왜란의 개전을 선언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함으로써 이 침략전쟁이 불의에 대한 정당한 전쟁임을 주장했다.
"옛날부터 중화(중국)가 우리나라를 침략한 적은 여러 번이지만 본조(本朝)가 외국을 정벌한 일은 신공황후가 서쪽으로 삼한(三韓)을 정벌한 이후 천 년 동안이나 한 번도 없었다."
요컨대 하야시에 의하면 도요토미가 유발한 임진왜란은 중국이 부당하게 일으킨 침략에 대한 자기 방어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 전쟁은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김 박사는 근세 일본의 이국정벌전기는 이와 같은 '정벌'이라는 개념을 이용해 이국에 대한 자국의 무력행사를 정당화한다. 더불어 외국과의 전쟁을 '정벌'이라 자리매김할 때는 '공격의 논리'와 '방어ㆍ반격의 논리'라는 두 가지 이론을 전개한다.
나아가 외국을 공격하는 정당성 선전을 위해 일본이 침략하는 상대 국가가 음락(淫樂. 음란)하거나 학정(虐政. 가혹한 정치)을 펼치며, 비례(非禮), 즉,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는 점 등을 내세운다.
김 박사는 이런 이론에 의하면 전쟁을 일으키는 당사국은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도덕기준인 천도(天道)를 대행해 상대국을 징벌하는 존재가 된다. 침략전쟁인 임진왜란을 정당화하고자 근세 일본의 외국정벌기는 바로 이런 논리를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이와 같은 정당화 논리는 "현대 국제법의 '정당한 전쟁'(Bellum Iustum)과 유사한 동아시아적 전쟁론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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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1/03 16:01 송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