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전 '도조 히데키와 천황의 시대'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다만 세계의 모든 국가가 전면적으로 무력을 제거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도적이 날뛰게 될 것이다. 나는 전쟁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인간에게서 욕심을 없애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676쪽)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아시아의 히틀러'로 불린 A급 전범 도조 히데키(1884-1948).
육군 지도자로 승승장구하다 교수대의 이슬로 사라진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평전 '도조 히데키와 천황의 시대'가 나왔다.
일본 논픽션 작가인 호사카 마사야스가 1979년 발표한 '고전'으로, 일본 근대사에서 '치부'로 손가락질 받던 도조 히데키의 발자취를 재조명한 책으로 평가된다.
저자는 다른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도조 히데키를 떠올리면 구토 증세를 느낄 정도로 막연한 반감을 가졌다. 하지만 6년에 걸친 자료 조사 결과 도조 히데키는 근대 일본 정치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시대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뼛속까지 군인의 피가 흘렀던 도조 히데키는 정치와 군사의 역학 관계에 무지했으며, 국제 법규에도 거의 관심이 없었다는 것.
그런 도조 히데키가 최고 군수 지도자에 올라 2차 대전을 호령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후대 일본인의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군인이야말로 '선택받은 백성'이라고 생각한 그는 국가를 병영으로 바꾸고 국민을 군인화하는 것을 자신의 신념으로 여겼다. 그런 그는 적어도 20세기 전반의 각국 지도자들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보잘것없는 인물이었다. 왜 이러한 지도자가 시대와 역사를 움직였던 것일까. 그것이 바로 이 나라가 가장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문제이다."(10쪽)
평전은 도조 히데키의 일기와 메모 등을 토대로 급박했던 전시 상황을 재구성한 소설처럼 쓰였다.
저자는 "도조 히데키의 실상을 명확하게 역사에 새겨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지만 곳곳에서 주관적 시선이 느껴진다.
도조 히데키가 A급 전범으로 극동국제군사재판에 회부돼 교수형을 받게 된 상황을 장황하고 감정적으로 묘사한다거나, 전쟁에서 일본 천황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분명히 드러내지 않은 점 등은 아쉬움을 남긴다.
정선태 옮김. 페이퍼로드. 708쪽. 3만8천원.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2/08/07 11:12 송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