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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매진 박물관 탐방] 아프리카인 삶을 볼 수 있는 그곳

'30년 외교관 외길' 조명행 씨 운영 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

(영월=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명품배우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퍼드가 주연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1985). 순수한 대자연이 살아 숨 쉬는 아프리카의 사바나 초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미지의 세계 ‘아프리카’로 떠나고 싶은 충동이 들게 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아프리카 하면 흔히 척박하고 가난한 땅, 내전과 에이즈 등을 떠올리는데 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의 전시품을 접하면 그것은 편협한 사고와 편견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프리카인의 삶을 담아낸 조각품
아프리카인의 삶을 담아낸 조각품(사진/전수영 기자)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에 위치한 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의 조명행(76) 관장은 “아직도 텔레비전에선 오지탐험의 대상으로만 소개하는 아프리카는 지구 육지 면적의 5분의 1, 10억 명이 넘는 인구와 54개국의 유엔 회원국을 가진 자원의 보고”라며 “종교의식에 사용하는 가면과 인물상, 동물 형상의 부족 상징, 생활 용기, 장신구 등은 왜 아프리카 미술이 현대미술의 근원인지를 알게 한다”고 말한다.

조 관장은 전직이 외교관이다. 1965년부터 외교관의 길에 들어서 아르헨티나와 일본 주재 대사관 서기관, 자메이카와 스페인 주재 대사관 참사관, 앵커리지 주재 총영사, 나이지리아와 칠레 주재 대사 등을 역임했다. 나이지리아 근무 때 만찬에 초대한 브라질 대사의 집에서 고풍스럽게 손때 묻은 부족들의 인물상과 마스크를 보고 아프리카 조각품에 매료됐다. 이후 지방 출장이나 다른 국가로 여행을 갈 때면 토산품 시장이나 시골, 오지 등을 찾았다. 행상으로부터 구매하기도 했는데 단골 행상의 발길이 끊길까 봐 복제품인 줄 알면서도 사주기도 했다. 그렇게 모은 것이 1천여 점에 이른다.

조 관장은 30년 외교관 외길 인생을 마치고 난 뒤 2001년 9월 부산 부일 갤러리에서 ‘신비롭고 아름다운 아프리카 미술전’을 개최했다. 모은 수집품에 대해 자신감을 얻은 조 관장은 2009년 5월 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을 개관했다.

조명행 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장
조명행 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장(사진/전수영 기자)

◇상상력에 물꼬를 터주는 아프리카 조각품

1층 상설 전시실에는 아프리카 부족의 전통 조각과 가면들이 진열돼 있다.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맨 먼저 흑인과 백인, 황인 등 세 사람이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목조각 ‘조화로운 세계’와 마주친다. 겉과 속의 색이 다른 아프리카 흑단을 사용했고, 정교한 조형미가 돋보인다. 이 조각은 한 덩어리 나무로 인종의 벽을 넘어 세계인 모두가 하나라는 아프리카 미술 박물관의 설립 취지를 상징하고 있다.

목조각 옆에는 구로 가면(마스크)과 음바라 인물상이 위아래로 나란히 전시돼 있는데, 이는 앞으로 마주하게 될 전시품이 크게 가면과 인물상이라는 것을 암시해준다. 아프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미술에 대한 안내문을 읽고 나면 바로 옆에서 ‘오론 조상 인물상’이 반긴다. 나이지리아 이그보 부족의 오론마을에는 조상의 전신 조각상을 만들어 사당에 모시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조상이 조각상을 통해 마을을 찾아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300년 전부터 많은 조상 조각상이 만들어졌으나 나이지리아 내전(1967)으로 상당수가 소실됐다고 한다.

갤러리 주인을 6개월간 졸라댄 끝에 구입한 오론 조상 인물상은 얼굴만 보면 외견상 남자인지 여자인지 쉽게 구별하기 어려운 모습을 하고 있으나 들어 올린 화려한 머리, 입체감 있게 표현한 앞가슴에 두 손에 주술봉을 들고 있어 무녀(巫女)로 추정된다.

오론마을 조상 인물상
오론마을 조상 인물상 (사진/전수영 기자)

조 관장은 “아프리카 조각품은 자신들의 종족에 대한 문화적 기원과 초자연적 에너지에 대한 신앙, 그리고 생활 속에 밀착되어 살아 있는 고유의 토속성을 형상화한 것”이라며 “오론 조상 인물상은 아프리카 미술의 유형성, 일관성뿐만 아니라 정신세계로의 지향을 표현한 추상성(Abstraction)과 형태일탈(Deformation)을 보여주는 걸작”이라고 자랑한다.

이어 아프리카 현대조각 코너에서는 아프리카 여인의 고달픈 삶을 엿볼 수 있다. 무거운 물건을 머리에 이고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목조각 여인은 머리의 물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얼굴이 아프리카 여인들의 삶의 고통을 대변하는 듯하다.

바로 옆에 서구의 고전미를 대표하는 비너스상과 우간다 작가의 아프리카 여인상을 나란히 놓아 흥미롭다. 관람객에게 미의 가치 기준이 무엇인지, 아프리카 여인상이 비너스상보다 더 생동감이 넘치고 아름답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아프리카 상아 코너에서는 거대한 코끼리의 상아 한 쌍과 상아를 이용해 섬세하게 조각한 군상, 인물상, 동물 조각상을 만난다.

요루바 부족의 인물상과 베닌 청동인물상, 야산티 부족의 여인들이 패용한 야산티 인형, 어린이가 아닌 어른 형상의 이베이지 쌍둥이 인형 등은 아프리카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드러낸다. 아프리카 조각은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만들며 그 주요 소재는 나무였는데 요루바 부족의 인물상은 툭 튀어나온 눈과 뺨에 보이는 세 줄의 칼자국 상처가 특징이다. 반면 베닌 청동인물상은 여러 가지 제물을 두 손에 들고 있는 무녀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청동 주물기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아프리카에서 가면은 주로 종교의식, 성인식, 장례식 등을 치를 때사용됐다.
아프리카에서 가면은 주로 종교의식, 성인식, 장례식 등을 치를 때사용됐다.(사진/전수영 기자)

◇원초적, 주술적 생명력을 지닌 가면

제의나 축제 때 사용하는 가면은 아프리카 미술의 모든 형태에서 가장 뛰어나다. 가면은 인류의 발원지인 아프리카가 오래전부터 화려한 문화를 꽃피우고 있었음을 증명해준다. 나이지리아 요루바족의 가면과 세누포족의 투구형 가면, 이그보족의 헬멧형 가면들은 성년식, 장례식, 전투, 축제 등에 사용하는데 그 형식과 모양은 제각각이다. 낯설고 생소하지만 처음 대면하는데도 아주 익숙한 느낌을 받게 하는 가면도 여럿 있다.

숫양의 뿔이 힘 있게 묘사되어 있는 요루바 양머리 가면, 입체형 얼굴에 우뚝한코를 가진 님바 헬멧형 가면, 부족의 권위가 드러나 있는 밤바라 가면, 귀부인 장례식에서 남자 무용수가 춤을 출 때 주로 사용했던 이그보 처녀 가면, 사람과 동물을 재미있게 접목한 이그보 표범 헬멧형 가면, 얼굴의 일부분만을 두드러지게 강조한 멘조 밀레케 가면, 크기가 175㎝에 달하는 베두 가면, 2개로 구성된 영양 모양 족두리형 가면 등은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편견과 생소함, 이미지를 바꾸기에 부족함이 없다.

야누스 헬멧형 요루바 가면
야누스 헬멧형 요루바 가면(사진/전수영 기자)

2층 전시실로 올라가는 계단 한편에는 퀴즈로 푸는 조각상 5개가 있다. 아프리카 여인, 아르헨티나 에바 페론, 에티오피아 시바 여왕, 에스키모인, 이스턴 섬의 석상을 맞추고 난 뒤 2층 전시실로 올라가면 특별전시실이다. 이곳에서는 코트디부아르(2013), 수단(2014), 가나(2015), 에티오피아(2016)의 특별전이 개최됐다. 올해 특별전 국가는 세네갈이다. 박물관 1층에서는 아프리카 부족의 가면 만들기(5천 원)와 비즈 팔찌 만들기(4천원)를 체험할 수 있다.

폐교를 리모델링한 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 전경
폐교를 리모델링한 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 전경(사진/전수영 기자)

▲ 관람료 : 어른 5천원, 초·중·고생 4천원, 유치원생(5세 이상) 3천원 ▲ 관람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동절기 오전 9시∼오후 5시), 연중무휴 ☎ 033-372-3224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7년 1월호에서 옮겨 실은 글입니다.

chang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1/11 08:0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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