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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늑약은 군사강점과 문서위조로 점철된 불법 조약"

이태진 명예교수 '일본의 한국병합 강제 연구' 출간

'육군정사' 제1권 표지. 왼쪽에 극비 문서임을 의미하는 붉은색 '비'(秘) 자가 있다. [이태진 명예교수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강탈한 을사늑약(제2차 한일협약)이 체결되기 하루 전인 1905년 11월 16일. 일본 한국주차군(주둔군) 사령관인 하세가와 요시미치(長谷川好道)가 이근택 대한제국 군부대신을 불렀다.

이 자리에서 하세가와는 "이 조약(을사늑약)의 통과에 대해 특별히 노력해야 하는 훈령을 받았다"며 "내가 최후로 집행할 수단이 어디에 있는지는 감히 자세히 말하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하세가와가 말한 '최후의 수단'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근택은 하세가와와 면담한 뒤 전율하고 당황하며 궐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일본 육군성이 1911년 편찬한 10권짜리 극비 보고서 '육군정사'(陸軍政史)에 남아 있다. '육군정사'는 일본에서 1983년 복제본이 간행됐으나, 국내 학계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근대사 전공자로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신간 '일본의 한국병합 강제 연구'에서 2015년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육군정사'를 근거로 을사늑약의 불법성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있는 을사늑약의 첫 장(오른쪽)과 끝장. 문서의 제목이 없다. [이태진 명예교수 제공]

이 명예교수는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주차군이 을사늑약 체결 당시 무력 동원을 했다는 사실은 알려졌으나, 이를 입증하는 자료는 없었다"면서 "일제는 서울 전역을 점령한 상태에서 황제와 정부 대신뿐만 아니라 온 신민을 협박하면서 조약을 강제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한국병합 강제 연구'는 이 명예교수가 1992년부터 25년간 진행한 한일병합 불법성 연구의 성과를 집대성한 노작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한일병합의 피해국이지만, 나라를 빼앗긴 과정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불완전했다"며 "정황상 의심스러웠던 부분을 사료로 입증하고자 했다"고 털어놨다.

'한일병합조약'의 한국측 전권 위임장. 문서 왼쪽에 순종의 이름인 '척'(土+石) 자 서명이 보인다. 하지만 이 서명은 위조된 것이다. [이태진 명예교수 제공]

이 명예교수는 이 책에서 1904년 발발한 러일전쟁을 계기로 일제가 한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이를 빌미로 서울에 군을 주둔시키면서 을사늑약과 1910년 8월 한일병합조약을 강요한 과정을 추적했다.

그는 "러일전쟁이 끝난 뒤에도 일제는 한반도에만 평시 계엄령을 내렸다"면서 "한일병합에 관한 모든 일을 육군대신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에게 맡긴 점만 봐도 을사늑약이 군사강점을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을사늑약과 한일병합조약이 외교문서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비정상적인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이 명예교수는 "을사늑약에는 문서 제목이 없고, 한일병합조약은 한국과 일본 측 문서를 일본인인 마에마 교사쿠(前間恭作)가 모두 썼다"며 "고종과 순종은 두 조약을 승인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제국주의가 세계를 덮친 20세기 초에 강대국이 약소국을 식민지화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일본의 한국병합처럼 기만과 범법으로 점철된 예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명예교수는 이번 책에 이어 '끝나지 않은 역사'라는 제목의 책도 곧 출간할 예정이다. 이 책에는 윌슨 미국 대통령이 1919년 민족자결주의를 주장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일제가 고종에게 뒤늦게 한일병합조약에 서명하도록 강요했다는 내용이 담긴다.

지식산업사. 470쪽. 3만원.

psh5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1/12 11:4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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