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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기모노 코레' 소개에 통곡하던 이영희"(종합)

거장 잠들다
거장 잠들다(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17일 별세한 한국을 대표하는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빈소에 고인의 영정 사진이 놓여 있다. jeong@yna.co.kr
마흔에 늦깎이 한복 디자이너…끊임없는 과감한 시도로 화제
세계화에 평생 매진…평양, 독도서도 패션쇼 열어

17일 별세한 이영희 한복 디자이너
17일 별세한 이영희 한복 디자이너 2016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한복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정아란 기자 = "프랑스 패션지가 선생님 옷을 '기모노 코레'(한국 기모노)로 표기하자 '내가 뭐 때문에 파리에서 패션쇼를 하는데…'라면서 통곡하던 선생님 모습이 떠올라요."(패션 칼럼니스트 심우찬)

국내 디자이너로서는 처음으로 1993년 파리 프레타포르테를 누비던 이영희는 그만큼 우리 옷을 알리겠다는 열망에 가득 차 있었다.

당시 파리에서 그를 지켜본 칼럼니스트 심우찬은 17일 연합뉴스에 "선생님은 결국 해당 잡지 편집장으로부터 정중한 사과 편지를 받았고, 프랑스 복식 사전에도 '한복'(Hanbok)이라는 고유명사가 등록됐다"고 전했다.

82세를 일기로 별세한 디자이너 이영희는 한복 현대화와 세계화에 평생을 매진했다. 고인이 만든 의상은 전통 한복의 멋과 미를 살리면서도 과감한 시도로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파리 프레타포르테에서 선보인 저고리 없는 한복 드레스는 사람들을 아연하게 했지만, 결국 '바람의 옷'으로 불리는 대표작이 됐다. 고인과 오랫동안 친분을 나눈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나는 이영희 옷에서 예스러운 얼굴과 전위적인 얼굴을 함께 본다"고 강조했다.

이영희가 1987년 선보인 한복을 현대화한 활동복.
이영희가 1987년 선보인 한복을 현대화한 활동복.[연합뉴스 자료사진]

고인은 1936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군인인 남편에게서 3남매를 둔 평범한 주부였던 고인은 부업으로 명주솜 이불을 팔다가 한복 짓는 일과 인연을 맺게 됐다.

고인이 한복 디자이너로 본격 나선 것은 나이 마흔이 돼서였다. 1976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레이디스타운에 '이영희 한복의상'을 열었다. 인근 연희동 유한 마나님들을 비롯해 그가 지은 옷을 입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

민속학자·전통복식학자 석주선(1911~1996)과의 인연은 양장에도 한복의 멋을 담아냈던 이영희 의상의 밑거름이 됐다. 고인은 생전에 "석 박사님은 내게 친어머니 다음의 스승이자 정신적인 어머니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인은 1980년 10월 한국의상협회 창립 기념 패션쇼에 참가하면서 패션쇼 세계에 본격 진출했다. 이듬해 1월에는 신라호텔에서 첫 개인 패션쇼까지 열었다.

수차례 해외 패션쇼 경험을 바탕으로 1993년 '꿈의 무대'인 파리 프레타포르테에 진출했다. 저고리 없는 이영희 한복을 입고 맨발로 파리 컬렉션 무대에 선 모델을 보고 '르 몽드' 패션 수석기자는 '바람의 옷'이라고 불렀다.

'색채의 마술사'로 불릴 정도로 천연염색으로 뽑아낸 고운 색 또한 이영희 의상을 주목받게 했다.

2007년 당시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2007년 당시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인은 화려한 무대만 탐하지 않았다. 한복을 선보일 수 있다면 평양도, 독도도 마다치 않았다. 2001년 분단 후 남한 디자이너로서는 처음으로 평양에서 패션쇼를 열었고, 2001년에는 독도를 '바람의 옷'으로 수놓았다.

박람회, 국제회의, 올림픽 등 국가 행사에서도 이영희 한복은 빠지지 않았다.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때 21개국 정상이 입은 두루마기는 그의 작품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개막식 한복 의상을 디자인할 만큼 최근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고인은 평창올림픽을 끝낸 뒤에는 이 전 장관과 함께 우수한 우리 모시를 'MOSI'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알리는 방안을 구상 중이었다. 딸인 이정우 디자이너에 의하면 고인은 병원에 입원해서도 평양 패션쇼 꿈에 젖어 있었다.

이 전 장관은 "개인 재능을 국가 행사에 쏟아부은 사람"이라면서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 정말 우리 옷과 우리나라를 알리기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다"고 안타까워했다.

2012년 파리에서 열린 디자이너 이영희의 오트 쿠튀르(맞춤복) 패션쇼
2012년 파리에서 열린 디자이너 이영희의 오트 쿠튀르(맞춤복) 패션쇼[연합뉴스 자료사진]

air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5/17 16:0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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