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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영상 하나 다운받는데…LTE 55초 vs 공공와이파이 27분

송고시간2017/08/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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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조윤진 정예은 인턴기자 = "있으면 뭐해요. 항상 쓰지도 못해서 약 오르기만 하지"

직장인 A씨는 출근길 지하철에 타자마자 스마트폰 '데이터'부터 켠다. 공공 와이파이 신호가 잡히지만 사용하지 않는다. 접속 상태가 나빠 인터넷이 자꾸 끊기는 탓이다. 차라리 데이터를 쓰더라도 마음 편히 스마트폰을 하자는 생각이다.

아무데서나 무료이지만 마음대로 쓸 수는 없는 것. 공공 와이파이 얘기다. 한국은 거리, 버스, 지하철 등에서 와이파이가 무료다. 하지만 느리고 끊긴다는 시민들의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 속도가 빨라 IT강국이라고 불리는 한국, 공공 와이파이는 왜 그렇게 연결하기 어려운 걸까?

◇ 제 기능 못하는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 LTE 속도와 30배 차이

무료 와이파이존이 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에 따르면 공공 와이파이 설치지역은 2013년 약 4천 건에서 지난해 약 1만 3천 건으로, 4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미래부의 '2016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를 보면 지하철 열차 내 공공 와이파이 평균 속도는 5.44Mbps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하철 안에서 체감하는 속도는 0.07Mbps다. 미래부가 제시한 평균 와이파이 속도의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실상 제대로 된 인터넷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해 서울시가 진행한 '서울지하철 시민 인식 조사' 응답자 중 19%는 지하철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가 서비스로 무료 와이파이를 꼽았다.

실제 와이파이 속도는 어땠을까? 지난 10일~11일 이용객이 많은 서울 지하철역 5곳(▲강남역 ▲광화문역 ▲서울역 ▲신도림역 ▲여의도역)에서 와이파이 속도를 측정해봤다.

측정시각은 유동인구가 많은 오후 6시30분~8시와 오전 6시~7시30분이다. 측정 방법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와이파이 속도 측정 앱을 이용했다.

객차 내 공공 와이파이 평균 속도는 2.99Mbps. 반면에 LTE 평균 속도는 88.14Mbps로 약 30배 차이 났다. 공공 와이파이로만 1GB 영상을 내려 받으면 27분 5초가, LTE로 내려 받으면 55초가 걸린다.

받은 영상을 재생하기도 힘들다. 공공 와이파이로 1GB 영상 3개를 재생해 본 결과 끝까지 끊어지지 않고 재생된 영상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대부분 재생 도중 멈추거나 이동통신사(이통사) 와이파이, 데이터 모드로 전환됐다.

◇ 지나치게 많은 접속자, 1대1 통신 시스템과 유휴 시스템도 원인

공공 와이파이 품질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제공되는 와이파이에 비해 접속자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서울시 인식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의 86.7%가 교통수단 안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작년 공공 와이파이 이용 건수는 약 7천만 건. 공공 와이파이 설치 다음 해인 2013년(906만 건)과 비교해 6배 이상 늘었다.(미래창조과학부)

지하철에는 객차 한 칸 당 와이파이 AP 1개가 설치돼 있다. 평균 속도는 10Mbps. 이론적으로 최대 256명까지 접속할 수 있다.

서울메트로가 밝힌 서울 지하철 한 칸의 적정 수용 인원은 160명 정도. 하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한 칸에 300여명 가까운 인원이 타는 혼잡한 상황도 벌어진다. 탑승객이 모두 스마트폰을 쓰고, 와이파이를 켠 상태라고 가정하면 300명이 와이파이 자원 10Mbps를 나눠 써야 하는 셈이다. 이통사의 평균 와이파이 속도(144.73Mbps)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혼잡한 지하철에서 사람이 빠져나가도 인터넷이 바로 쾌적해지지는 않는다. 사용자가 빠져나간 시점을 와이파이 AP가 정확히 잴 수 없기 때문이다. 와이파이 이용자가 이용을 끝내도 실제로 와이파이 연결이 끊어지기까지는 약 5분간의 유휴시간이 소요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수시로 타고 내리면서 이미 부족한 와이파이 환경에 유휴시간이 겹친다. 사실상 공공 와이파이 사용이 불가능한 수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해외에서 찾은 해결 방안, 누구의 책임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와이파이 공유기를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유기가 지나치게 많다보니 와이파이 신호가 잡혀도 여러 전파가 간섭하면서 접속률이나 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망 간섭을 피하기 위해 사업주체를 일원화하는 방법도 제기됐다. 현재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통신사가 공공 와이파이 지역을 제각각 구축해 정확한 현황 파악이 쉽지 않다. 공공 와이파이 공유기를 정리하려 해도 각 기관별 공유기 설치 현황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해외 사례도 전문가들의 조언을 뒷받침한다. 대부분의 경우 정부나 개인이 공공 와이파이 산업을 전담하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모델로 삼고 있는 홍콩은 정부 주도 아래 2008년 3월 공공 와이파이 사업을 시작했다. 홍콩의 정부정보화책임관실(OGCIO)은 통신사업자 ‘PCCW’를 사업자로 선정해 2015년 기준 550곳에 공공 와이파이를 설치,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미국 뉴욕의 경우 정부의 예산을 받지 않고 민간업체가 직접 공공 와이파이를 구축했다. 통신사업자 ‘시티브리지 컨소시엄’이 개인 투자로만 공공 와이파이 운영하면서 광고 수익의 절반을 도시에 지불하는 방식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6월 전국에 설치된 공공와이파이 현황 파악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 중 하나인 공공와이파이 확대에 앞서 정확한 현황 파악과 통합 관리체계가 구축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junepe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8/13 09: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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