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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문학하려면 탈선해야 한다고?…문단내 성폭력, 그후 1년

송고시간2017/11/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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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단_내_성폭력 그 후 1년

"네가 문학에서 벽을 마주하는 이유는 틀을 깨지 못해서 그런다. 탈선을 해야 한다"

"문단과 언론에 아는 사람이 많다. 문단 내에서 매장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지난해 10월 있었던 해시태그 운동 '#문단_내_성폭력'에서 폭로된 가해자의 발언입니다. 그 피해자들이 모인 트위터 계정 '고발자5'가 밝혔죠. 저희는 그 무렵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고발자5는 고교 문예창작 실기교사이자 유명 시인 B(53) 씨로부터 성폭행 및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들과 같은 고교 출신이었죠.

이를 지켜보면서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느꼈어요. 누구 한 명의 일이 아닌 거예요. 문단과 우리 사회가 그동안 침묵해왔던 부조리의 결과였던 겁니다.

참담했습니다. 그러나 그 참담한 늪에서 우리는 일어나야만 했죠. 함께 일어나기 위해 고발자5와 같은 고교를 졸업한 선후배, 동기들이 '탈선'이란 이름 아래 모였습니다.

탈선이라는 이름은 가해자가 했던 말에서 '빼앗아'왔어요. 가해자의 의도를 뒤집고 우리의 의미로 다시 쓴 거예요. 1년 전 오늘, 저희는 그렇게 고발자5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어요.

탈선의 지지 성명 이후 #문단_내_성폭력 운동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옮겨왔죠. 그 뒤로 1년 동안 문단 안팎으로 몇몇 변화가 있었어요.

우선 일련의 사건을 외면하는 데 머물지 않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발언하고 기록하는 작업이 있었습니다. 탈선과 고발자5뿐 아니라 여성 문인들이 함께 발언, 싸움, 연대를 기록한 책 '참고문헌 없음'도 같은 맥락이었죠.

또한 임솔아 시인은 문학과지성사와 시집 출판계약서를 쓰면서 "양자 간 성폭력이 발생하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조항을 넣기도 했죠.

이렇게 크고 작은 변화가 이어지던 중, 지난 9월 12일 시인 B 씨가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해시태그 운동 이후 처음으로 가해자에게 중형이 선고됐죠.

하지만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일들이 많습니다. 피해 호소인들은 무고죄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고, 폐쇄적인 문화계 전반에 걸쳐 엇비슷한 일들이 폭로되기도 했죠.

그렇기에 저희가 무엇을 바꿨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앞으로 비등단인, 습작생, 제자, 여성의 정체성을 가진 문학도들의 연대로서 새로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참담함 속에서도 우리는 문학을 꿈꿔왔고 여전히 꿈꿉니다. 우리가 배운 문학은 기성 문단의 성폭력을 미화하는 것이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우리가 쓸 문학은 그에 대항할 것입니다.

*이 카드뉴스는 '탈선' 연대원 오빛나리(25), 정민재(25) 씨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됐습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이나현 인턴기자

junepe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11/11 09: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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