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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12도 강추위에 35도 찜통 더위까지…극과 극 날씨 이유는

송고시간2017/12/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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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신아현 인턴기자 = "땀 뻘뻘 흘리면서 지낸 게 엊그제 같은데, 요즘에는 코가 떨어져 나갈 거 같아요. 이거 같은 나라 날씨 맞나요?"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김 모(35) 씨는 몰아닥친 추위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김 씨는 "체감상으로 요즘 여름이나 겨울이나, 예전보다 더 덥고 더 추운 것 같다"며 "사계절 뚜렷한 게 우리나라 장점이었지만, 이 정도라면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춥다고 하소연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여름에는 반대였다. 평소보다 더 더웠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올해 서울 여름(6~8월) 평균 기온은 25.4도로 지난 30년 평균인 24.5도보다 높았다. 올겨울(12월 1일~17일) 평균 기온 역시 영하 3도로, 30년 평균인 1.2도보다 낮았다. 이유가 뭘까. 각종 기상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통계를 통해 실제 기후 변화 실태와 원인을 알아 봤다.

◇ 이번 겨울은 예전보다 더 추웠을까.

한강이 얼었다. 71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다. 기상청은 15일 새벽 한강에 올겨울 첫 결빙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평년(1월 13일)보다 29일이나 이르다. 올겨울보다 더 빨리 한강이 언 시기는 1946년이다. 당시 12월 12일에 한강이 얼어붙었다.

올해는 이례적이다. 2010년대 들어 한강 결빙 시기가 점점 늦춰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24일을 시작으로 이듬해는 닷새 늦춰졌고, 2014년 들어서는 1월 3일에 한강 물이 얼었다. 지난해는 집계를 시작한 1906년 이후 가장 느린 1월 26일에 한강이 얼기 시작했다. 올해는 그보다 한 달 이상 당겨진 셈이다.

서울의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날도 많았다. 기상청이 운영하는 기상자료개방포털 사이트를 통해 분석한 결과, 17일까지 12월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미만인 경우는 모두 5일이었다. 서울은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 연속 최저기온이 영하 11도 미만을 기록했으며, 12일에는 영하 12.3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같은 기간 이보다 많았던 해는 1985년 뿐이다. 당시 여드레 동안 수은주가 영하 10도 미만으로 떨어졌다.

실제로 올해 겨울은 유독 추웠다.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서울 평균 기온은 영하 3도였다. 같은 기간 1987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의 평균 기온은 1.2도다. 지난 30년 평균보다 올해가 무려 4도 이상 더 추웠다는 얘기다.

◇ 이번 여름은 예전보다 더 더웠을까

여름도 더 더웠다. 지난 7월 전국 폭염 일수는 6.4일이었다. 이는 1981년부터 2010년까지 평균 폭염 일수인 3.9일보다 2.5일 가량 많은 수치다. 폭염 일수란 하루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을 의미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 발생한 폭염 일수는 1973년 이후 8번째로 많았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7.5일로 1973년 이후로 가장 많았다.

잠 못 드는 밤도 이어졌다. 밤 기온이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 일수도 평년보다 잦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에서 발생한 열대야 일수는 6.4일로 평년(2.3일)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많았다.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기온이 크게 올라 '초여름 더위'가 찾아온 5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도로에 지열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2017.5.18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량은 꾸준히 올랐다. 2012년 4천429만kW였던 전국의 전력 수요량은 2016년 처음으로 8천만kW를 넘어섰다. 올해 역시 8천459만kW를 기록했다.

더위는 일찌감치 찾아왔다. 서울 최고 기온은 이미 5월 3일에 30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1973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2008년과 비교해서는 두 달 이상 빠르다.

올해 서울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어선 것은 모두 50번이다. 7월 25일에는 35.4도까지 치솟았다. 1973년 이후 7번째로 많은 횟수다. 1997년이 58회로 가장 많았고, 2015년이 57회, 2001년과 2016년이 각각 56회로 그 뒤를 이었다. 상위 10위권 내에 2000년 이후가 6회 포함됐다.

◇ 더 덥고, 더춥다...원인은?

출처=기상청

전문가들은 더 덥고 더 추운 날씨가 온난화의 결과라고 진단한다.

이승호 건국대 기후연구소장은 더 추운 날씨가 지구온난화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극지방과 우리나라가 위치한 중위도 간의 온도 차가 커야 (기류 이동 차단 역할을 하는) 제트 기류가 형성되는데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온도 차가 줄어들면서 극지방의 찬 기류가 우리나라로 바로 넘어오기 시작했다"며 "이 때문에 더 추운 겨울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이 가능하다고 예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겨울 일수 자체는 감소하면서 짧고 굵게 겨울이 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기상청 역시 지난 11일 한파의 원인으로 북극 해빙 면적이 감소하는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곳에서 형성된 찬 공기가 우리나라 부근으로 유입됐다고 밝혔다.

권원태 기후변화학회장은 여름은 갈수록 더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 회장은 "장기적으로 볼 때 여름 온도는 꾸준히 올라갈 것"이라며 "작년의 경우에도 세계 평균 기온이 유례없이 가장 높았던 해였다"고 말했다.

극지연구소 김백민 박사는 "한반도의 경우, 여름보다 겨울에 더 북극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과거보다 덜 얼어붙은 얼음 탓에 해저에서 올라오는 기류가 그대로 밖으로 분출되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이를 두고 "냉장고 뚜껑(북극 얼음)을 열어 놓은 모양새"라고 비유했다. 이 열기가 제트 기류를 타고 한반도로 넘어와서 더 추운 겨울이 찾아온다는 얘기다.

기습 한파가 잦아질 거라고 예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박사는 "앞으로 북극 얼음이 더 사라지게 된다면 더 극심한 한파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난 3월 당시 북극의 해빙 면적은 약 1천442만㎢로 같은 달 기준으로 집계 후 최소 규모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북극 빙하의 변화로 인해 전 세계 생태계에 상당한 변화를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포그래픽=김유정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12/28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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