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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비보호 좌회전 방법도 모른다는데…운전면허시험 문제없나

송고시간2018/01/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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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신아현 인턴기자 = 어렵다, 쉽다, 어렵다.

최근 운전 면허 따기는 양극을 오갔다. 2011년 시간과 비용을 아낀다는 취지로 운전면허 간소화가 시행됐으나 5년 뒤에 난이도를 다시 강화했다. 도로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채 면허증을 받는 운전자들이 늘어 간다는 지적 때문이다.

불면허 도입 1년이 지난 지금도 어렵다는 여론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 면허 시험과 견주어 봤을 때 여전히 우리 면허 시험 난이도는 낮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또 불면허 도입 이전과 비교해서도 면허 따기는 쉬운 편으로 나타났다.

◇ 강화된 운전면허시험, 정말 '불면허'일까

조수민(20·서울시 염창동) 씨는 최근 2종 보통 운전면허시험을 치렀다. 조 씨는 "장내 기능 시험이 바뀐 뒤로 코스들이 너무 어려워진 거 같다"며 "한 차례 낙방 후, 재수 끝에 간신히 합격했다"고 말했다.

조 씨처럼 강화된 운전 면허 시험을 체감하는 목소리가 크다. 도로교통공단이 지난해 1월 운전면허시험장 시험 응시생을 대상으로 기능 시험 난이도를 조사한 결과 47.4%가 '어렵다'고 답했다. '적정하다'는 응답은 46.6%, '쉽다'는 의견은 6%에 그쳤다. 응시생 절반이 기능시험을 어렵다고 느낀 셈이다.

필기와 실기 모두 평가 항목이 이전보다 증가했다. 학과시험 문항수는 730개에서 1천개로, 장내기능시험 평가항목은 2개에서 7개로 늘었다. 도로주행 교육 시간도 6시간에서 13시간으로 길어졌다.

이륜자동차 운전 면허 시험 역시 까다로워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2일부터 이륜차 학과 시험 문항수는 300문항에서 500문항으로 늘었고, 문제 유형은 O,X형에서 사지선다형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가장 많이 개편된 장내 기능 시험 합격률은 2016년 89.9%에서 지난해 37.1%까지 떨어졌다. 이전까지 대부분이 합격할 정도로 쉬웠지만, 이제는 10명 중 4명도 시험을 통과하기가 힘들어졌다.

반면, 도로주행시험 합격률은 지난해 47%에서 올해 51.2%로 4.2%포인트 올랐다.

이에 대해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도로주행시험 역시 항목의 배점을 높여 합격이 어려워졌다"면서도 "장내기능시험의 강화로 이를 통과한 응시생들의 주행 실력이 예년에 비해 향상된 덕분에 합격률이 더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불면허? 이전에는 더 어려웠다

그러나 면허 시험 난이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간소화 이전은 물론이고, 교통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면허 취득은 쉬운 편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면허 간소화 이전인 2011년 당시 과거 장내 기능 시험의 평가항목은 총 15개로 지금(7개)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의무교육도 학과 25시간, 장내 기능 20시간, 도로 주행 15시간 등 총 60시간이다. 현재보다 47시간이나 많다.

10여 년 전 1종 보통 면허를 딴 주 모(37) 씨는 "지금은 거리 감각과 신호등 정도만 신경쓰면 되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난이도가 많이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017년 4월 10일 오후 서울 강남운전면허시험장 기능시험 통제실에서 관계자가 시험 통제를 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12월 22일 새 면허시험 제도 시행 후 지난달 21일까지 장내 기능시험 합격률은 53.4%로 나타났다. 장내 기능시험 주행거리는 50m에서 300m로 늘어났고, 과거 대표적 난코스로 꼽힌 경사로와 'T자 코스'가 부활해 난이도가 높아졌다. T자 코스, 경사로가 없었던 '물면허' 시험의 합격률은 92.8%에 달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운전면허 취득이 어려운 편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운전면허 의무교육시간은 50시간이다. 현재 우리나라(13시간)보다 3.8배 많다.

교통안전 선진국은 운전면허시험이 단순히 실력을 측정하기 위해서가 아닌 안전 운전을 하는 운전자를 배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호주나 캐나다 등은 초보 운전자 관리제도로 '단계면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호주는 운전면허시험을 통과하면 임시면허를 주고 1년간 관찰단계를 거친다. 이 시기에 사고나 법규 위반이 일어나지 않으면 2차 임시면허를 주고 다시 1년간 관찰한다. 이 과정을 모두 거쳐야 정식면허가 발급된다. 정식면허를 받기까지 최소 2년이 걸린다.

일본의 경우 초보 운전 기간 중 위반점수에 따라 특별 교육을 수강하고 재시험을 치르게 한다. 이 기간에는 초보운전자 표시를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초보운전자가 다양한 환경에서 운전에 적응하고 안전운전 습관을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초보운전자 관리제도를 운영 중인 호주의 평균 면허 취득 기간은 4년, 프랑스는 3년, 독일은 2년이다. 의무교육 13시간만 채우면 바로 면허를 딸 수 있는 한국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017년 4월 10일 오후 서울 강남운전면허시험 기능시험장에서 응시생들이 T자 코스를 통과하고 있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12월 22일 새 면허시험 제도 시행 후 지난달 21일까지 장내 기능시험 합격률은 53.4%로 나타났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우리나라는 물면허라고 할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자격증인만큼 안전에 초점을 맞춰 지금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기본적인 교통 체계 조차 모르는 운전자가 많다는 지적 때문이다. 국내 유명 자동차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비보호 구역에서 '빨간불일 때 좌회전해도 된다'고 알고 있는 초보 운전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이런 기본적인 신호는 운전 면허 딸 때 배우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6조 2항에 따르면 비보호 좌회전 표지 또는 비보호 좌회전 표시가 있는 곳에서는 녹색 신호일 때 좌회전이 가능하다.

여전히 대한민국 교통사고 발생률은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발생 건수(2014년 기준)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93.7건으로 2위다. OECD 회원국 평균(40.2건)의 두 배가 넘는다.

특히 면허취득 5년 미만의 초보 운전자 교통사고는 전체의 15%를 차지할 정도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고를 줄이려면 운전이 숙련될 수 있도록 연습 기간을 늘리고, 면허 발급 후에도 초보운전자를 지속해서 관리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hlamaze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1/05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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