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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당신이 버린 담배꽁초에 누군가 죽을 수도

송고시간2018/01/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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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신아현 인턴기자 = 5일 오후 8시 광화문 D타워 주변 흡연구역. 한 40대 남성이 담배를 피운 뒤 불씨가 그대로 남은 꽁초를 인도에 던지고 갔다. 담뱃불이 살아 있다고 얘기하자 그는 "몰랐다. 놔두면 알아서 죽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불씨는 10여 분이 지난 뒤에야 꺼졌다.

인근 대형 빌딩 청소 관리인인 이모(70) 씨는 "담배 꽁초 치우면서 직접 불씨 끈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쓰레기에 옮겨붙어 제법 커진 불을 끈 적도 많다"고 말했다. 이 씨는 "흡연자들이 담배 피울 줄만 알지, 뒤처리를 할 줄은 모른다"며 혀를 찼다.

원인은 담배 꽁초였다. 지난해 12월 31일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세 남매 화재 사건'도 엄마 정모(23) 씨의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않아 생긴 참사였다.

담배 꽁초로 인한 화재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최근 3년간 담배 꽁초로 인해 발생한 화재는 2만건이 넘는다. 지난해의 경우 9년 만에 최다 건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운전 중 담배 꽁초 투기는 대형 화재와 2차 사고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무심코 버린 꽁초에 화르르...지난해만 7천건

지난해 담배 꽁초가 원인이 된 화재는 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담배 꽁초로 인한 화재 발생 건수는 6천981건이다. 이는 부주의로 인한 발화 사고 중 30%에 달하는 비율이다. 892건이 발생한 방화에 비해서는 8배에 달한다.

담배 꽁초는 화재 발생 요인 중 거의 유일하게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0년 5천287건이었던 담배 꽁초 화재는 이듬해 6천592건으로 25% 가까이 급증했다. 2014년 들어서 6천952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는 7천건에 육박하며 2009년 이후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9년 만에 1천700건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화재 발생 건수는 되레 줄었다. 2009년 4만7천318건에서 지난해 4만3천413건으로 8.3% 감소했다.

피해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담배 꽁초 화재로 발생한 사상자는 145명으로 전년대비 17.9% 증가했다.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가장 많은 수다. 최근 5년간 담배 꽁초로 인한 사상자는 564명이다.

재산 피해 액수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로 발생한 피해액수는 190억 원이 넘는다. 이는 1년전에 기록한 94억1천800만 원보다 곱절 이상 급증한 수치다.

불장난이나 쓰레기 소각, 유류 취급 등 다른 발화 요인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 2차 사고 유발까지...운전 중 꽁초 투기

특히 운전 중 담배 꽁초 투기는 더 큰 위험을 야기한다. 내연 기관 특성상 연료와 맞닿을 경우 대형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큰 데다, 임야 도로 주행 중에는 산불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운전 중 흡연이 집중력 저하로 2차 사고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5월 경남 창원의 무점터널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차량 화재의 원인도 담배 꽁초였다. 소방당국은 당시 주행 중이던 1t 트럭에 누군가 담배 꽁초를 버려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해 2월 창원의 마산합포구의 한 도로를 달리던 승용차에서 발생한 화재도 마찬가지였다. 운전자 김 모(43) 씨는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다 불티가 뒷좌석에 떨어져 불이 났다"고 진술했다. 차는 전소됐다.

이처럼 운전 중 담배 꽁초로 인한 화재는 매년 300건 이상 일어난다. 2015년 368건을 시작으로 2016년 386건, 2017년 412건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운전 중 담배 꽁초를 버릴 경우 위험성이 그 어떤 장소보다 크다고 경고한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도로에 꽁초를 던질 경우 다른 차량 안에 들어가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인적이 드문 산길이나 터널 구간의 경우에는 산불로 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만일 차 뒷좌석이나 엔진룸으로 불씨가 들어갔다면 주행 중인 차에 불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창원=연합뉴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한 도로에서 달리던 벤츠 승용차에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운전자가 피우던 담배 불티가 뒷좌석에 떨어져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창원소방본부 제공=연합뉴스]
(남양주=연합뉴스) 2017년 4월 19일 오전 3시 14분께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낚시터에 주차된 카니발 차량에서 불이 나 인근 가건물로 옮겨붙었다가 약 1시간 만에 진화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차 안에 연탄이 있었고, 차주가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운 후 꽁초를 두고 내렸다는 목격자 진술을 바탕으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2017.4.19 [남양주소방서 제공=연합뉴스]

문제는 운전 중 흡연을 막을 규정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2012년 도로교통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꽁초 투기 적발 시 범칙금을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올리고 벌점 10점을 부과하기로 한 것 정도다. 그러나 흡연 자체를 막을 규정이 딱히 없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05년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운전 중 흡연 금지법을 추가하려 했으나 흡연자들의 거센 반발 등으로 무산됐다.

2009년에도 운전 중 흡연 금지와 위반시 최고 2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무산된 바 있다.

공하성 교수는 "건물안 흡연의 경우, 처벌 강화와 계도 등을 통해 많이 줄지 않았냐"며 "운전 중 흡연 또한 처벌을 강화함과 동시에 이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는 캠페인도 벌일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운전 중 흡연은 2차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장택영 삼성교통문화안전연구소 연구원은 "흡연은 운전 중 주의를 분산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며 더 큰 사고를 유발할 위험성도 있다"며 "결국 교통 안전 의식 강화가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운전자 역시 이런 위험성을 체감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경찰청 등과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운전 중 흡연에 대한 단속이나 처벌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 5일 홍대입구역 부근에서 만난 광역버스 운전 기사 조 모 씨는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도로에 꽁초 버리는 운전자들을 본다"며 "오늘만 해도 두 차례나나 목격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아직도 저런 사람들이 있나 싶어서 입맛이 썼다"고 말했다.

◇ 담배 꽁초 화재...막을 방법 없나

흡연자들의 인식이 개선돼야 화재도 막을 수 있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흡연자들이 담뱃불의 위험성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담배를 빨아들일 때 온도는 800도까지 오른다"며" 담배꽁초를 그대로 던졌다면 500도 짜리 불씨를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낙엽이나 쓰레기는 보통 350~400도 정도면 불이 붙는다. 꽁초로 인해 불이 날 확률이 높은 이유다.

실제로 한국화재보험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담배 한 개비가 완전히 타는 시간은 15분 정도다. 꽁초를 버린 후에도 일정 시간 동안은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많다는 얘기는 조금만 신경을 기울이면 줄일 수 있다는 뜻"이라며 "홍보나 캠페인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이에 대해 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화재 현장에 나서는 소방관 역시 흡연자의 주의를 당부했다. 현장 근무 소방관 강모(31) 씨는 "쓰레기통에 버린 꽁초에 불이 옮겨붙어 일어나는 화재는 꾸준히 발생한다"고 말했다. 강 씨는 "흡연자들이 꽁초를 제대로 비벼 끄지 않았는데도 불씨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며 "바닥에 꽁초가 떨어져도 윗부분은 그대로 불씨가 살아있는데 그 위에 마른 종이 한 장만 올라가도 바로 불이 붙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한 계도 정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도시방재안전연구소 교수는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주가 연소 저지 기능을 도입한 이른바 화재 안전 담배를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 안전 담배란 흡연자가 담배를 빨아들이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불씨가 꺼지도록 제작한 것을 말한다.

김 교수는 "단순히 도덕심에 기대는 계몽보다는 이 같은 실효성 있는 기술이나 시스템의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는 게 맞다"며 "이에 걸맞은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행정학 교수는 "꽁초로 인한 화재 발생 추이는 금연 구역 확대와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흡연 장소가 제한적이다 보니 인적이 드문 곳에 눈에 안 띄게 숨어서 피는 흡연자가 생기면서 화재 발생 위험도 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차라리 흡연 구역을 곳곳에 지정해 이곳에 소화기나 안전 재떨이 등 화재 방지 장치를 철저히 마련해 두는 게 낫다"고 말했다.

shlamaze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1/07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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