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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택시기사, 목적지 듣더니 핑계 대며 가버리네요"

송고시간2018/07/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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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승차거부 민원…"호출앱 계속 눌렀지만 한 대도 오지 않았다"
"사납금 못 벌면 내 돈으로 채워야"…"3만원콜, 1만원콜 중 어느 것을 받겠느냐?"
"승차거부 처벌 강화·법인택시 기사 처우개선 병행돼야"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이학준 인턴기자 = "폭염으로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던 날이었는데, 1시간 동안 택시 잡다가 결국 근처 사우나에서 잤어요"

강남의 한 컨설팅회사에 다니는 김 모(33) 씨는 최근 택시 승차를 거부당한 경험을 털어놨다. 야근을 마치고 밤 12시께 사무실에서 나온 김 씨는 "성남 구시가지로 가는 택시를 잡으려고 택시 호출앱을 계속 눌렀는데 한대도 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지나가는 택시를 겨우 잡았는데 행선지를 말하자 '가는 방향과 다르다'며 차에서 내리라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지난 3월 반복적으로 승차거부를 한 서울 택시기사가 '삼진아웃'으로 퇴출됐다. 승차거부가 세 차례 적발되면 자격 취소와 함께 과태료 60만 원이 부과된다. 승차거부 삼진아웃 제도가 2015년 1월 도입된 뒤 퇴출 사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하지만 시민들은 택시들의 승객 골라 태우기가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서울시가 현재 3천 원인 택시 기본요금을 15∼25%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먼저 승차거부 등 서비스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택시 민원 10건 중 3건 '승차거부'…민원 지속해서 제기돼

"늦은 밤 이태원에서 세 번 정도 승차 거부당하고 택시를 겨우 잡아탔어요. 택시기사가 이태원은 복잡해서 나가기 힘드니 만 원을 더 주면 데려다준다고 해서 요금 4천 원이면 가는 곳인데 1만5천 원을 냈습니다"

이달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청원인은 "승차거부는 과거부터 있었던 문제인데 왜 개선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며 "택시운전사에 대한 좀 더 엄격한 규정과 벌금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덧붙였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택시 승차거부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민원이 올해에만 수십 건 올라왔다. 동탄에서 택시를 잡던 한 시민은 "택시기사들이 목적지를 듣고는 '퇴근하는 택시다', '콜 받고 가는 택시다', '수원택시다' 등등 핑계를 대고는 그냥 가버린다"고 말했다.

택시발전법에 따라 승차를 거부하거나 부당한 요금을 받으면 20만 원에서 최고 6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하는 택시 민원 10건 중 3건은 '승차거부'였다.

승차거부 등이 세 번 적발되면 택시 운전 자격을 취소하는 삼진 아웃 제도가 도입됐지만, 택시 운전기사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접수된 승차거부 민원 중 상당수가 증거 불충분으로 행정 처분을 받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승차거부를 당한 경험이 있는 이 모(49) 씨는 "택시기사가 신고할 테면 하라면서 빨리 내리라고 재촉했다"고 말했다.

승차거부를 입증할 증거 자료 확보를 위해서는 승차 거부하는 모습이나 목소리를 녹화하거나 녹음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증거 확보를 위해서는 택시를 잡기 시작할 때부터 녹화하거나 녹음을 해야 한다.

◇ 장시간 노동, 저임금에 택시기사도 눈물

택시 업계 상황이 열악해 승차거부가 발생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택시 운전기사들이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장거리 손님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5년 차 법인택시 운전사 이 모(72) 씨는 "하루 11시간씩 일하고 한 달 140만∼150만 원을 손에 쥔다. 1시간에 1만 원 벌 수 있는 콜이 있고, 1시간에 3만 원 벌 수 있는 콜이 있으면 당신은 어떤 콜을 받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사납금은 택시회사마다 다른데 일평균 17만∼18만 원 선이다"며 "그날 제대로 벌지 못하면 내 주머니에서 채워 넣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납금 제도는 택시 기사가 정해진 금액을 택시 법인에 내고 나머지 운행 수익을 본인이 가지는 방식이다.

택시기사가 처한 현실은 열악하다. 서울노동권익센터의 '택시기사의 노동실태와 지원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법인택시 운전사들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택시 운전을 하려는 사람은 줄어들고, 고령화되는 추세다. 지난 3월 기준 법인택시 운전자는 3만2천568명으로 2007년과 비교해 20% 감소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택시운전사 4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이다.

◇ "승차거부 한 차례만 해도 철퇴"…"사납금제도 없애야"

전문가들은 승차 거부하는 택시기사의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처우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현재 법인택시 기사들의 사납금제도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자기가 번 만큼 월급을 가져갈 수 있는 운영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3년 이래 5년째 동결 중인 택시요금을 인상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시는 기본요금을 올리는 한편, 사업자들이 사납금을 일정 기간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승차거부 근절을 위한 강력한 대책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승차를 단 한 차례라도 거부하면 최소 10일 이상의 자격정지 '철퇴'를 내리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을 고심 중이다.

안 연구위원 "강한 처벌과 상시단속체계, 신고포상제도 등의 도입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또 택시 호출앱 등에서 목적지를 표시하는 기능을 없애는 것이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택시기사의 입장도 고려해야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만약 택시기사가 교대시간으로 차고지가 있는 강북쪽으로 향하는 길에 승객이 강남쪽으로 가자는 요청을 했을 경우 등 애매한 상황에서 거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 회장은 "사납금 제도를 없애고 법에 있는 운송 수익금 전액 관리제가 제대로 시행돼야 한다"며 "현재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택시기사의 월급이 제대로 해결되면 승차거부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포그래픽=이한나 인턴기자)

junepe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7/28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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