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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주52시간제 한달…이색 취미에 빠진 직장인들

송고시간2018/08/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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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 중 1명 주52시간 시행 후 가장하고 싶은 건 "취미생활"
운동·심리상담·책읽기 등으로 '나만의 삶' 가꾸기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이덕연 인턴기자 = IT 업계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공 모(37) 씨는 최근 소소한 즐거움이 생겼다. 피아노다. 오후 6시에 퇴근해 광화문 근처에 있는 피아노 학원에 들러 한두 시간 정도 연습한 뒤 집으로 간다. 얼마 전까지는 엄두도 못 냈던 일이다. 공 씨는 "회사와 집을 반복하는 게 지금까지 일상의 전부였다"며 "7월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되면서 내 저녁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여유 시간이 늘어나면서 '퇴근 후 뭐할까?'에 대한 직장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겨진 퇴근 시간을 통해 평소 생각만 해왔던 취미 찾기에 몰두하는 직장인도 보인다. 지난 6월 한 교육기관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저녁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자 22.3%가 '취미 생활'이라 답했다. 주52시간제 도입 후 '특별한' 저녁이 있는 삶을 보내는 직장인들을 살펴봤다.

보험 영업 일을 하는 이 모(35) 씨는 최근 몸 곳곳에 파스를 덕지덕지 붙였다. 최근 배우기 시작한 '크로스핏' 때문이다. 벼르고 있다가 근로 시간 단축을 기점으로 큰 맘 먹고 등록했다. 이 씨는 "짧은 시간 내에 육체 능력을 극대화하는 운동인 만큼 많이 힘들다"면서도 "더 늦기 전에 해보고 싶은 건 해야겠다 싶어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두 시간 동안 달리고, 무거운 역기를 들고, 매달리는 등 에너지를 다 쏟은 후에야 귀가한다. 이 씨는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크로스핏 대회에도 도전장을 던지겠다고 밝혔다.

짧은 시간 내에 육체 능력을 극대화하는 운동 '크로스핏'
짧은 시간 내에 육체 능력을 극대화하는 운동 '크로스핏'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광고 회사에 근무하는 이 모(31) 씨도 역시 최근에 격한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퇴근 후 집 근처에 있는 복싱체육관에 다닌다. 평소 이종격투기 시청이 취미였기 때문에 직접 배워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야근 후에는 녹초가 돼서 배울 엄두도 못 냈는데, 요즘은 적극적으로 배우고 있다"며 "샌드백을 칠 때 스트레소 해소가 되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같은 취미라도 혼자보다는 '함께'가 더 나을 때도 있다. 서울의 한 공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지 모(25) 씨는 "인터넷을 통해 독서 토론 모임에 가입했다"며 "보름에 한 권 정도 책을 읽고 모여서 토론한다"고 말했다. 모임 후 가벼운 뒤풀이도 즐거움 중 하나다. 지 씨는 "앞당겨진 퇴근으로 개인 시간이 더 생겨난 만큼, 하고 싶은 걸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뭘 배우는 것만 하는 건 아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오롯이 자신의 내면에만 집중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천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남 모(35) 씨는 마감 후 사흘에 한 번꼴로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심리상담센터다. 남 씨는 "바쁘게 살 때는 몸은 물론이고 마음 돌볼 여유도 없었다"며 "최근에 마감 시간을 조금 당겼고, 남는 시간은 나 자신을 돌보는 데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별일이 없더라도 전문 상담사에게 털어놓으면 마음의 짐 하나를 덜어놓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 모(33) 씨는 금요일에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면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야 밖에 나온다. '빈지 뷰잉'(binge viewing·프로그램 몰아보기)이 취미다. 장 씨는 "보통 20편 정도 되는 드라마를 주말을 이용해서 한꺼번에 본다"며 "주말 근무가 잦았던 예전이었다면 생각할 수도 없었던 호사"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직장인 겨냥 문화센터 강좌 92개 신설
신세계백화점, 직장인 겨냥 문화센터 강좌 92개 신설 (서울=연합뉴스) 신세계백화점이 직장인들의 취향에 맞춘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 92개를 신설하고 평일 저녁 시간과 주말에 집중적으로 배치한다고 11일 밝혔다. 2018.7.11 [신세계백화점 제공=연합뉴스]

자기 계발에 매진하는 직장인들도 상당하다.

지난 7일 퇴근 무렵의 서울 종각의 한 어학원은 수강 상담을 하려는 직장인으로 붐볐다. 영어 회화 수업을 등록한 직장인 강 모(25) 씨는 "평소에는 생각만 했던 일이었다"며 "회사 특성상 외국인 바이어와 논의할 사안이 종종 있어서 배움의 필요성을 절감해왔다"고 말했다. 강 씨는 "지난해도 수강 등록은 했는데, 야근이나 회식 탓에 결석이 잦았다"며 "이전까지 늘 시간이 모자랐다고 체감했는데 이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학원가에서도 직장인 수강생이 늘어난 것을 체감한다고 입을 모은다. 양선열 월스트리트 잉글리쉬 종로센터장은 "7월 수강생은 한 달 전보다 23% 증가했고,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74% 늘었다"고 말했다. 양 센터장은 "직장인 수강생이 주로 몰리는 시간대도 오후 6~7시로 이전보다 한두 시간 정도 당겨진 분위기"라며 "주 52시간이 도입되면서 생긴 변화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백화점 등 대형 쇼핑몰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도 비슷한 분위기다. 이마트는 지난달 19일 근무 시간 단축에 맞춰 저녁강좌를 30% 늘렸다. 현대백화점 역시 주52시간제 시행 이후로 20~30대 수강생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인포그래픽=장미화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8/12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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