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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자식뻘에 맞고 목 졸리고'…폭행에 떠는 택시운전사들

송고시간2018/08/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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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 폭행 5년간 1만6천명…구속률 0.85% 그쳐
택시조합 "폭력 행위 강력 처벌, 택시운전사 인권 보장"
서울시 "내년 250대 택시에 '보호격벽' 설치 지원 검토"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최유진 인턴기자 = "두 달 전에 자식뻘인 20대 손님한테 폭행당하고 너무 속상해서 일 접고 바로 집으로 갔습니다. 그날은 내 돈으로 사납금 채웠어요."

법인택시 경력 10년 차인 택시기사 신 모(62) 씨는 그때 일을 떠올리면 심야영업을 피하고 싶다고 했다. 신 씨는 "목적지로 가던 중 손님이 자기가 아는 길이 아니라며 주행 중에 문을 열었다"며 "결국 중간에 세웠는데 요금을 달라고 했더니 주먹과 발로 때리더라"고 했다.

그는 "해마다 두 세 번은 폭행당하지만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다"며 "지난해에는 폭행 가해자를 파출소로 직접 데려갔는데 목격자가 없어 오히려 가해자가 큰소리쳤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신 씨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폭행당한 택시기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택시 안에 보호격벽 설치 등 택시기사를 보호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주취폭력에 신음"…최근 택시기사 잇따라 사망

최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천에서 발생한 폭행사건으로 숨진 택시기사의 자녀로 보이는 청원인이 택시기사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는 글을 올렸다. 내달 1일 마감을 앞둔 해당 청원은 24일 오후 1시를 기준으로 약 1만3천545명이 동의했다.

인천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새벽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에서 승객 A(34) 씨를 태운 택시기사 B(47) 씨는 인천에 도착해 요금 문제로 A 씨와 다툰 것으로 조사됐다. 택시요금 4만6천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가 "먼 길을 돌아와 요금이 많이 나왔다"며 그냥 귀가하려던 A 씨와 승강이를 벌이다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5월에는 술에 만취한 C(34)씨가 70대 택시기사를 주먹과 발로 수차례 폭행해 사망하게 한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목적지를 정확하게 물어보려다가 봉변을 당했다"면서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에 현장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버스·택시 운전자 등을 폭행해 검거된 사람은 2013∼2017년 5년간 1만6천98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8.8명 꼴이다. 하지만 폭행해 구속된 건수는 0.85%에 그쳤다.

지난 22일 서부역 택시 승차장에서 만난 택시기사 최 모(72) 씨는 "지난달에 회사 동료가 강남 쪽에서 취객을 태웠다가 목이 졸렸다"며 "폭행 대부분이 심야에 일어나기 때문에 은퇴할 때까지 계속 주간 영업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처벌수위 높아져야" 택시기사 목소리 내

가해자를 엄벌하라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개인 택시기사 김 모(63) 씨는 "기사 폭행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져야 한다"며 "처벌이 세면 누가 함부로 기사를 때리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10은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 또는 협박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상습범이 아닌 이상 벌금 100만 원 정도의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5월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택시 운수 종사자에 대한 폭력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택시운전사 인권 보장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당시 조합은 "택시기사 폭행 시 술·약물 등에 의한 심신미약 감경 규정 적용 배제, 차량 내 녹음 합법화"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 "보호격벽 설치 의무화해야" vs "불편하고 삭막해보여"

전문가들은 택시 운전석 주위에 플라스틱 벽인 보호격벽 설치를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한다고 말한다. 시내버스의 경우 2006년부터 운전자 보호격벽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택시는 관련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택시기사 폭행,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국회 토론회에서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택시격벽을 설치한 도시의 택시운전자에 대한 가해범죄가 80∼9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호격벽 설치가 범죄를 예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도 나온다. 박준산 국토교통부 택시산업팀장은 해당 토론회에서 "경기도와 부산 등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한 보호격벽 설치 사업에서 운전자가 운전에 방해되거나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껴 격벽을 제거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택시기사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택시기사 김 모(67) 씨는 "보호격벽은 자율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삭막하고 답답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 모(72) 씨는 "폭행당하는 동료들을 보면 안쓰럽다. 보호격벽 설치는 반드시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는 "주취폭행에 대한 보호방안이 없어 택시기사가 신청할 경우 내년에 250대 한정으로 보호격벽 설치를 지원할 계획이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서울시에서 설치비용 절반을 부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포그래픽=이한나 인턴기자)

junepe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8/25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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