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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주차비도 아깝고, 주차장도 없어서 잠깐 세웠어요"

송고시간2018/09/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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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주정차로 인한 사고로 1년에 192명 숨져
"차 댈 데도 없고, 잠깐인데 괜찮지 않아요?"
여전히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 부족한 지역 태반
"벌금 강화와 함께 운전자 의식 개선 시급"

[https://youtu.be/bJm46-5LYhE]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이덕연 인턴기자 = "부끄럽지 않나요?" "불법 주차 안하무인" "제발 개념 좀 가지세요"

지난달 30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단지 정문 인도에 주차한 차량에 붙여진 쪽지 내용이다. 나흘째 지하주차장 진입로에 세워둔 승용차에 화가 난 주민들이 써 붙인 것이다. 차주 50대 여성 A 씨는 주차 경고 스티커를 차 앞유리에 부착한 것에 불만을 품고 그랬다고 밝혔다.

문제는 불법 주차였다. 불법 주차는 원활한 차량 흐름을 막고, 사각지대를 만들어 사고를 유발한다. 때로는 이웃 주민 간에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송도 주차장 사건은 A 씨가 사과문을 내고 차를 옮기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해결책은 없을까. 불법주차 단속 건수나 관련 사고는 늘고 있는 상태다. 차주들은 "차댈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이미 우리나라 대부분 대도시의 주차면수는 차량대수를 앞질렀다. 주차장은 많지만 관련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 불법주정차로 발생한 사고, 1년에만 3만4천여건

지난달 30일 고층 빌딩과 상가가 밀집한 서울 을지로입구역 부근 왕복 2차선 도로에는 불법 주차된 차량이 빼곡히 들어섰다. 100m 정도 거리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횡단보도까지 점령한 차량으로 인해 보행자는 차도로 횡단할 수밖에 없다. 차량을 피해 길을 건너던 김 모(35) 씨는 "바로 옆 건물에 주차장이 있을 게 분명한데 혼자 편하자고 이렇게 차를 대놓을 수가 있느냐. 이기적이다"라며 혀를 찼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주정차로 인한 피해 유형 중 가장 큰 부분은 '보행 불편 장애'다. 52%로 긴급출동 차량 통행 장애(27.9%), 교통사고 발생 유발(9.5%) 등 다른 유형을 모두 더한 것보다도 많다.

불법주정차 차량을 막기는 쉽지 않다. 서울지방경찰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서울시 주정차 위반 건수는 4천 건에 못 미쳤다. 2012년을 기점으로 매년 증가해 2015년에는 1만5천 건을 넘어섰다. 최근 2년간(2015~2016년) 단속된 건수만 3만 건에 육박하는 셈이다.

서울시 교통단속지도원 A 씨는 "단속할 때 잠깐만 없다뿐이지, 매일 밀려드는 불법 주차 차량을 막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120 콜센터에 걸려온 전체 민원 중 절반 이상이 주차 민원이라는 통계도 있다.

현대해상이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이후 불법 주정차 관련 사고 건수는 연평균 22.8%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에만 불법 주정차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는 3만4천여 건이며, 숨진 이는 192명에 달한다.

◇ "불법주차 왜 하나요?" 운전자에게 물었다

"차 댈 데도 없고, 잠깐인데 괜찮지 않아요?"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과 건대입구역 등 번화가에서 불법 주정차한 차주에게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광화문 왕복 1차선 도로에 주차한 차주 B 씨는 "잠깐 쉬려고 대놨다. 뭐가 문제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운전자 C 씨는 "주변에 주차장이 보이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세워놨다"며 "운행하는 차량도 별로 없는데 잠깐 댈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택배기사 D 씨는 "불법주차인 걸 알지만 이렇게 안 하면 물건 납품을 제때 할 수 없다"며 "급해서 어쩔 수 없었다. 금방 빼겠다"고 말했다.

인근 빌딩의 한 주차관리요원은 "1시간에 5천원 정도 하는 주차 요금이 아까워서 주차장 입구 근처에 버젓이 차를 대놓는 운전자가 부지기수"라며 "다른 사람 불편은 생각지도 않은 이기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경기개발연구원이 불법주차 경험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이유를 묻자 36.4%가 '주차요금이 비싸서'라고 답했다. '주차에 돈 쓰는 게 아까워서'라고 답한 이도 11.9%를 차지했다. '주차장이 없어서'는 33.3%, '주차장이 너무 멀리 있어서'는 11.9%를 차지했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모니터가 설문한 조사한 결과에서도 절반 이상이 주차 문제의 원인으로 '주차장 부족'을 꼽았다.

◇ 주차장, 실제로 부족한 걸까

주차 공간 자체가 부족한 건 아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주차장 확보율은 집계 후 처음으로 130%를 넘어섰다. 주차면수가 자동차 등록 대수보다 30%는 더 넉넉하다는 뜻이다. 2013년부터 매년 증가한 결과다.

서울, 부산 등 7대 광역시 중 주차장 확보율이 100%를 넘지 않는 곳은 광주(93.5%)와 대구(88.1) 등 두곳뿐이다. 실제로 최근 불법주차 논란을 낳은 아파트가 위치한 인천시 연수구의 경우도 주차장 확보율이 108.24%로 나타났다.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인천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승용차로 막아 물의를 일으킨 50대 여성 주민이 결국 아파트 이웃들에게 사과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단은 30일 아파트단지 정문에서 50대 여성 A씨의 사과문을 대신 읽었다. 2018.8.30
tomatoyoon@yna.co.kr

그러나 주택가로 좁혀 보면 여전히 차댈 공간은 모자라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발표한 통계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5개 지역구 중 36%에 해당하는 9곳이 주차장 공간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이 서울시에서 가장 낮은 중구의 경우 78.8%이다. 5년 전보다 5%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해당 지역구의 전체 주차장 확보율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율이다. 금천구 역시 같은 기간 82.4%에서 82.7%로 0.3%포인트 느는 데 그쳤다.

주차장 사정이 악화한 지역도 있다. 동대문구의 경우 2013년 122.6%에서 매년 감소해 지난해에는 94.5%까지 줄었다. 영등포구나 종로구 역시 같은 기간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시 지역구 중 1년 전보다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이 감소한 곳은 12곳이다.

서울연구원 측은 '주거지 주차공간의 효율적 이용 방안' 보고서를 통해 "지역별로 주택 유형에 따라 주차장 수급에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은평구로 121.2%에 달한다. 이는 확보율이 가장 적은 중구보다 42.4%포인트 많은 수치다.

◇ "주차비, 꼭 내야 하나요?"

주택가 주차장 부족 현실과 함께 운전자의 의식 개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기개발연구원 측은 "우리나라 주차 문제는 주차 비용 지급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꼬집었다. 주차비가 아깝다고 여기는 운전자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주차 요금에 대한 의식을 조사한 결과, 운전자의 절반이 넘는 56.1%가 '가능하면 요금 지불은 피하고 싶다'고 답했다. 반면에 당연히 내야 한다고 답한 이는 5.8%에 불과했다.

운전자 이 모(36) 씨는 "기름값도, 세금도, 보험료도 지불하는 게 아깝지 않은데 주차비 지출은 꺼리게 된다"며 "목적지에 도착하면 주차 단속도 안 하고 주차비도 안 받는 곳을 먼저 찾곤 한다"라고 말했다.

불법 주정차는 습관이다. 서울연구원이 2016년 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 주정차 위반자 중 63.2%는 과거에도 단속에 적발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명 중 1명은 한 달에 3회 이상 불법 주정차를 했다. 월 5회 이상 불법주정차를 한 비율도 8.8%에 달했다.

도로교통공단 김진형 교수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주차를 무료의 개념으로 보는 인식이 크다"며 "관련 과태료가 부과돼도 '재수가 없어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경우만 봐도 주차비는 당연히 운전자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주유비나 고속도로 통행료, 자동차 세금처럼 주차비 역시 차가 있으면 지불해야 할 금액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장택영 삼성교통문화안전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불법 주차 벌금은 4만 원 안팎인데 1980년대와 크게 차이가 없다"며 "벌금을 올려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일하고 있는 신 모(34) 씨는 "회사 주차장만 가봐도 빈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건물 주변 갓길에는 불법 주차한 차량으로 가득하다"며 "주차비가 아까우면 차를 끌고 다니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인포그래픽=장미화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9/01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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