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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맥주가 문명 발상의 윤활유"
(서울=연합뉴스) 인류 문명이 탄생하는 데는 맥주가 빠질 수 없는 윤활유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고고학자들의 연구가 나왔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의 브라이언 헤이든 교수는 신석기 시대 사람들이 고된 노동을 마다치 않고 먼 곳까지 가서 곡식 낟알을 채취했다는 사실, 또 사람들이 모여 지역사회를 이루는 데는 잔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 등을 종합해 보면 당시 곡식은 단순한 식량이 아니라 술로 가공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현대 인류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그는 농업이 처음 등장한 약 1만1천500년 전 신석기 시대에 유목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정착해 다른 사람과 점점 자주 접촉하게 되고 더 복잡한 사회 관습이 뿌리내려 복잡한 지역사회의 기초가 됐을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전통 사회에서는 맥주가 신성한 존재였다"고 지적했다.

   `레반트'라고 불리는 서남아시아 넓은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야생 곡물을 이용한 최초의 개척자들로, 이들은 야생 곡물 채취를 농업으로 발전시키고 정착민 특유의 활동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남긴 나투피안 문명 유적지에서는 효모와 맷돌, 증류용 그릇, 술밥을 가열하는 데 사용된 불의 흔적 등이 발견됐다.
그러나 신석기 시대 이전의 고고학 증거들을 보면 보리나 쌀 같은 곡물이 음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했는데, 이는 채취에서 까부르기, 겉껍질 벗기기, 빻기 등 먹기 위해 소요되는 고된 노동과 시간에 비해 실제로 입에 들어가는 분량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아의 유적들에서는 사람들이 곡물을 얻기 위해 60~100㎞의 먼 거리를 이동했음이 드러나고 있는데 이는 이처럼 고된 노동과 관련된 곡물이 잔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헤이든 교수는 지적했다.

   평소 값비싸고 마련하기도 어려운 곡물은 손님들이 잔치에서나 맛볼 수 있었을 것이며 이렇게 힘들게 곡식을 마련하는 주된 이유는 술을 빚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헤이든 교수는 "술을 마시고 빚는 행동 자체가 문명을 일으키지는 않았겠지만 맥주는 이런 맥락에서 복잡한 사회의 등장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잔치는 단순히 사람이 모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으로서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고기와 곡식으로 만든 음식, 술이 빠지지 않는 잔치는 전통 사회에서 채무관계와 분파, 유대 형성, 정치 권력의 창출, 지지 기반 형성의 핵심적인 기회였을 것이며, 이런 모든 요소들은 보다 복잡한 사회를 발전시키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youngnim@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11/08 10:4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