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투자 늘리고 일자리 양ㆍ질 고려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한국의 소득 불평등이 1980년대 초반과 같은 수준이어서 포퓰리즘에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유경준 연구위원은 23일 시론 성격의 `KDI 포커스'에 게재한 '소득양극화 해소를 위하여'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소득 불평등도가 1990년대 초반까지는 개선됐지만, 외환위기 전후로 치솟고서 최근에는 제자리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소득격차가 심할수록 계층 상승 이동이 줄어든다. 기회의 불평등으로 소수만 잘산다는 생각이 팽배해지면 포퓰리즘과 보호무역론이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연례보고서를 보면 OECD 회원국의 지니계수가 1980년대 중반에는 0.28이던 것이 2000년대 후반에는 0.31로 증가했다.
0∼1인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소득 불평등 정도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조사 대상국 가운데 미국, 이스라엘, 칠레, 멕시코 등의 불평등 현상이 두드러졌고 세대 내 이동성도 적었다. 소득분배가 상대적으로 균등한 노르딕 국가에서는 이동성이 컸다.
소득불평등에는 정부의 공적연금제도나 이전지출 등 재분배정책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브라질은 룰라 정부 시절 저소득층 5천만명을 대상으로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프로그램을, 칠레는 '경제사회 안정기금(Economic and Social Stabilization Fund)'을 통해 빈곤층을 지원했다.
중국은 2002년 따뜻하고 배부르게 먹고사는 '원바오(溫飽) 문제'를 해결하고서 2020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를 달성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샤오캉 사회는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를 뜻한다. 중국 사회가 덩샤오핑(登小平)의 '선부론(先富論; 일부가 먼저 부유해지고 나서 이를 확산한다)'에서 분배를 강조한 '균부론(均富論)'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OECD 국가 가운데 약 25%가 비슷한 정책으로 소득불평등도를 낮췄다.
그러나 한국의 재분배정책은 갈 길이 멀다.
한국의 불평등도 감소분은 7%에 불과하다. 교육, 보건, 돌봄 서비스 등 공공사회서비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출 비중(8%)도 OECD 평균(13%)에 못 미친다.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경제학자인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2007-2009년 세계 대불황의 진짜 원인은 증가일로에 있는 소득과 부의 격차"라면서 정치인들이 로비를 받아 기업이익을 과도하게 대변하는 불공정한 사회를 지목한 바 있다.
기술진보와 개방화도 소득불평등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첨단기술은 대부분 교육을 잘 받은 숙련층에 유리하다. 개방화로 공장이 생산비용이 싼 나라로 옮겨가면 저소득층의 임금은 낮아진다.
한국은 1990년대 이전에는 제조업 수출이 늘면 고용과 분배가 함께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였지만 자동화가 이뤄지면서 제조업의 고용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서비스업은 낮은 생산성과 과당경쟁 때문에 소득불평등도가 악화했다.
따라서 사람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리고, 일자리의 양과 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충고했다. 한국의 높은 대학진학률이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고령화에 대비한 평생교육훈련제도도 미흡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보고서는 소득격차가 계속되면 심각한 사회갈등이 생기고 정치 불안까지 생긴다며 해결을 위한 사회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2/04/23 12:00 송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