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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보호무역 파고 거세진다…한미FTA 재협상 추진 우려(종합)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국익 최우선" 국제무역 질서 대변혁 예고…최악의 경우 '무역전쟁'
"초반 '극단'서 점차 완화될 수도…일부 산업 시장 확대 등 기회 요인 있어"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9일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한국·미국 간 통상·무역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드러내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미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재협상을 일관되게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단아'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꺾는 '대이변'을 일으킨 데는 자유무역주의에 피로감을 느낀 미국인들의 지지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트럼프 정부는 집권 초기 극단적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섬유·의류나 자동차부품 등의 분야에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공공인프라, 석유·가스, 항공방위, 의료·제약 등 일부 분야는 관련 시장이 확대되면서 우리 기업의 미국 진출 기회도 그만큼 많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기조…한미FTA 도마 위로

"한미FTA는 미국 내 일자리를 좀먹는 협상(Job Killing Deal)이다."

트럼프는 오하이오주(州) 콜럼버스 유세 당시 한미FTA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발언에서 알 수 있듯 트럼프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며 미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왔다.

코트라(KOTRA)는 9일 내놓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통상정책 방향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 정부는 기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재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폐기를 공약한 상황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비준도 난항이 예상된다.

대통령 수락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 수락 연설하는 트럼프(뉴욕 AP=연합뉴스) 美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대통령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미국 신정부의 통상정책 전망과 한국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는 TPP를 "중국에만 도움될 최악의 협정", "끔찍한 협상"이라고 깎아내리면서 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주장해왔다.

무역협회는 "TPP 협정 자체의 존폐가 불확실하므로 당분간 논의 추이를 지켜보고 실제 미국이 TPP로부터 탈퇴할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악의 경우 '무역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현재로썬 트럼프가 언급한 무역 관련 공약이 어느 선까지 입법화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새 정부 출범 이후 명확한 정책이 발표되기 전까진 보호무역의 강도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역협회는 "트럼프 당선과 함께 미국의 통상정책은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짙어짐과 동시에 불확실성이 크게 고조될 것"이라며 "선거기간의 공약을 실현한다면 무역전쟁과 같은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다만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의 극단적 행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모든 계획이 시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 대한 통상정책 중에서 가장 먼저 타깃이 되는 건 한미FTA다.

트럼프는 한미FTA를 미국 내 10만 개의 일자리를 앗아간 조약으로 규정하며 재협상 의지를 밝혔고, 핵심 측근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과 왈리드 파레스 외교 고문도 트럼프 집권 시 한미FTA를 원점에서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다수의 전문가는 트럼프 정부가 FTA 폐기를 협상 카드로 내밀며 재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최근 들어 가뜩이나 높아진 수입규제 장벽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미국의 종합무역법에 따라 보복조치를 행할 수 있도록 한 특별법인 '슈퍼 301조'를 부활시켜 다른 나라의 무역장벽에 대한 강력한 보복조치를 취하거나 122조의 국제수지 위기 조치를 활용해 모든 수입품에 150일 동안 15%의 관세를 부과 등의 배타적 정책을 펼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코트라는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멕시코산 자동차에는 35%의 관세를 물게 하고 국경 장벽 건설비용을 청구하는 등 규제의 벽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적 대기 중인 차량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조치가 중국이나 멕시코를 주된 타깃으로 한 것이라고 해도 반덤핑과 상계관세가 높게 산정되는 원칙이 새롭게 적용된다면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트럼프의 극단적 정책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조작,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해 강력한 조처하는 선에서 의회와 타협하고 결국 안정적 국정운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통상정책은 중국과 멕시코(NAFTA)를 정조준하고 있어 한국과의 교역 문제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중국과 멕시코 대상의 고강도 무역제재 조치가 오히려 한국산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자동차부품·섬유의류 '울상'…공공인프라·석유가스 등에는 기회

코트라가 미국 현지 무역관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산업적 측면에선 분야별로 희비가 엇갈린다.

자동차부품이나 섬유·의류 등의 산업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그리 반길 일이 아니다.

트럼프는 포드자동차의 멕시코 공장 설립을 비판하고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해외로 빠져나간 일자리를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겠다고 공언해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섬유·의류 산업은 무역적자 피해가 극심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외 통상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프리미엄 청바지 브랜드 '허드슨 진'의 피터 킴 최고경영자(CEO)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저가 의류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되며 소비자 가격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또 다른 경제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철강 부문은 공공인프라 투자 확대로 건설경기가 살아나면서 미국 내 철강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산 제품 이용을 의무화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규정을 강화해 미국 기업 위주로 특혜가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대한 전략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지만, 반이민 정책에 따라 고학력·고숙련 노동자의 이민이 어려워지면서 실리콘밸리와 과학기술 관련 산업의 인력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래픽> 미 대선 트럼프 당선과 국내 산업 전망
<그래픽> 미 대선 트럼프 당선과 국내 산업 전망

그러나 기회 요인도 있다.

트럼프는 임기 동안 1조 달러의 공공인프라 투자를 공언했다.

공공인프라 재건은 건설업뿐만 아니라 철강, 운송, 건설 기자재 등 관련 분야의 시장을 함께 키우고 대규모 공공지출이 소비자 지출로 이어지면서 자동차, 가전, 정보통신(IT), 의류제품 등 일반 소비재 수요가 증가해 우리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석유·가스산업 개발 찬성론자인 트럼프의 당선으로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추진해 온 친환경 에너지 개발 등의 정책이 전면 폐기되고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는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항공방위, 의료·제약분야에서도 새로운 시장 창출이 기대된다.

트럼프는 미국의 국방예산을 대폭 늘려 장병의 수를 540만 명까지 늘리고 전투기, 군함, 미사일 방위시스템 현대화 등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것을 공약했다.

의료·제약 분야에서는 미국 공공보건 시스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의약품 수입을 적극적으로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해당 분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우리 기업의 진출 기회도 확대될 수 있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양국 간 무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

무역협회는 "트럼프는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 때문에 미국의 일자리가 감소했다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에 이러한 부정적인 시각을 바로잡고자 노력해야 한다"며 "특히 양국 간 무역과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 현지 생산이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u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1/09 17:1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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