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벼들이 뻘겋게 다 타버렸으니…올해 농사는 다 틀렸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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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벼들이 뻘겋게 다 타버렸으니…올해 농사는 다 틀렸슈"

홍성 서부·결성면 농민들 "매년 가뭄 되풀이…대책 없어"

(홍성=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지금쯤이면 이삭이 패 알알이 맺혀야 하는데…저렇게 타버리면 이젠 아무리 물을 줘도 살려내긴 글렀슈."

폭염과 가뭄으로 붉게 탄 벼를 들어 보이는 엄문석 씨
폭염과 가뭄으로 붉게 탄 벼를 들어 보이는 엄문석 씨[박주영 기자 촬영]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엄문석(68) 씨는 10일 바싹 말라버린 벼를 뽑아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물이 차 있어야 할 논바닥은 손이 다 들어갈 만큼 쩍쩍 갈라졌고 땅은 말라 허옇게 일어나 있었다.

이삭이 패야 할 벼 줄기는 끝이 누렇게 시들었고, 일부는 붉게 타 고사했다.

엄씨는 "이대로 계속 비가 오지 않는다면 논 전체(3천300㎡)가 붉게 물들어 버리게 될 것"이라며 "살수차를 동원해도 그때만 잠깐 촉촉할 뿐 다시 말라버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가뭄으로 갈라진 논바닥
가뭄으로 갈라진 논바닥[박주영 기자 촬영]

해안지역과 인접한 홍성 서부·결성면 지역은 염분 때문에 매년 농사철 농업용수 부족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

올해는 특히 기록적인 폭염에 증발량이 늘어난 데다 가뭄이 이어지면서 기존 관정이나 간이 양수장으로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이상훈(55) 씨는 아예 집에서 1㎞가량 떨어진 자신의 논까지 수도에 호스를 이어 물을 댈 계획이다.

이씨는 "벼가 물을 먹고 이삭이 나와야 하는데 줄기째 그대로 있으니 이대로 쳐다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다음 달이면 햅쌀이 나와야 하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한 해 농사를 망치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뿌리를 들어보면 두 손에 한 아름 맺히던 생강 역시 한 알이 맺힌 것도 찾기 어렵고, 들깨는 물이 없어 심지도 못했다고 이씨는 전했다.

말라버린 생강을 들어 보이는 이상훈 씨
말라버린 생강을 들어 보이는 이상훈 씨[박주영 기자 촬영]

이씨는 "올해 잘 된 농사는 선인장밖에 없다"며 "고추, 들깨, 배추, 대파 등 밭작물 대부분이 폭염에 말라죽었다"고 덧붙였다.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홍성에서만 벼와 콩·생강·고구마·들깨 등 밭작물, 인삼 등 특약작물 58.5㏊가 폭염 피해를 봤다. 도내 15개 시·군의 폭염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면적은 133.2㏊에 이른다.

도 관계자는 "수도작 벼의 경우 저수지 수로와 연결돼 있어 이번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없지만, 서해안 간척지는 용수가 부족한 데다 흙 속에 있던 염분까지 올라오면서 모세관 현상에 의해 벼가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홍성군은 내년 5월께 통수할 예정이던 서부면 결성 양수장을 지난 6일부터 긴급 가동했지만, 현재까지는 용수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씨는 "수압이 약한 건지 용수를 공급해 준다고 들었는데 이곳 속동마을 지역까지는 오지 못하고 있다"며 "마을 곳곳까지 곳곳에 물을 대려면 관정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엄씨도 "이 지역은 매년 가뭄이 반복되는 데도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전기세를 내도 좋으니 소규모 관정 개발을 지원해주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jyou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8/10 14:2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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