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향수 자극..新 복고 물결 눈길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오랜만에 옛날 노래 한번 불러볼까?" (시원)
"야 이 가시나야. 그게 무슨 옛날 노래데?" (동일)
온 가족이 모인 노래방에서 '옛날 노래' 한번 뽑아보겠다며 마이크를 집어든 딸 시원(정은지 분)의 선곡은 H.O.T.의 1996년 작 '캔디'.
부모님에게는 H.O.T.의 '캔디'나 태티서의 '트윙클'이나 똑같이 '시끌벅적한 요즘 노래'일뿐이지만 시원에게는 분명 15년 전 옛 노래다.
'아빠의 복고는 '세시봉'이다. 그리고 나의 복고는 H.O.T.'라는 시원의 혼잣말처럼.
tvN의 16부작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은 바로 이 미묘한 간극을 비집고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응답하라 1997, 화답하는 2030 = '응답하라 1997'은 지금은 서른 살이 훌쩍 넘어버린 시원과 윤재(서인국)의 고교 시절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주인공 시원은 당대 최고의 아이돌그룹 H.O.T. 토니의 열혈 팬. 장래 희망이 '토니 부인'이라는 시원은 토니를 보러 무작정 상경, 그의 집 담을 넘어 침입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드라마는 H.O.T.를 매개로 1990년대 중반 학창시절을 보낸 2030세대와 교감을 시도했다. 결과는 대성공.
시청자들은 그 시절 자신들의 우상 H.O.T.를 오랜만에 떠올리며 열광했다.
8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드라마는 전날 케이블 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1.3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실 2030세대는 그동안 대중문화의 저변에서 애매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해 '세시봉' 열풍을 필두로 영화 '써니', 80년대 노래 리메이크 붐까지 7080 문화가 대대적으로 조명받았지만 2030세대에게는 한 세대 전 이야기였던 것.
7080 문화를 접하기에는 너무 어리고 최근 아이돌 열풍에서는 한발 비켜선 '갈 곳 없는 그들'을 드라마는 '정조준'했다. 상반기 영화 '건축학개론'이 지핀 1990년대 향수가 TV로 건너온 것.
프로그램을 연출한 신원호 PD는 "90년대를 복고라고 생각하고 추억하는 계층이 문화소비의 주체로 등장했다"며 "요즘 어린 친구들에게는 15년 전도 어마어마한 과거다. 사람들이 나이를 먹어가는만큼 복고가 조명하는 시대도 늦춰지는 것 같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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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같은' 소품으로 90년대 완벽 재현 = 카폰, 게스 티셔츠, DDR 게임, PC 통신, 다마고치,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
'응답하라 1997'에는 H.O.T. 말고도 199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소재가 가득하다.
지금까지 시대극은 종로 거리, 옛 조선총독부 건물 등 전형적인 장소를 통해 시대의 '분위기'를 빚어내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러나 '응답하라 1997'은 1990년대를 풍미한 실제 물건들을 곳곳에 배치, 당시의 일상을 세밀하게 재현해냈다.
시원은 H.O.T.를 만나려 '제일은행' 입금증을 받아 제출하는 수고를 감내하고, 그의 가족은 거실에 둘러앉아 1997년 '도쿄 대첩' 한·일 축구 경기를 시청한다.
15년전 우리가 경험한 그대로다.
신 PD는 "1997년은 사실 얼마 안 된 과거다. 있을 것은 다 있을 때인지라 '장소'로 복고를 표현하긴 불가능했다"며 "소품·의상·헤어 디자인 등이 복고를 나타낼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재현의 완성도가 드라마의 승부처라고 판단한 그는 제작진을 총동원해 1990년대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긁어모았다.
그는 "테이프, 만화책, CD 등 나를 포함해 작가, 스태프의 물건들이 전부 작품에 들어갔다"며 "심지어 몇백만 원을 주고 빌린 물건도 있다"고 작품에 쏟은 노력을 전했다.
제작진은 이 밖에도 영화적 촬영 기법을 동원하는 한편, 실제 집과 학교를 빌려 100% 야외 촬영을 감행했다.
신 PD는 "영화에서 흔히 느껴지는 아련한 감정을 영상의 질감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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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연기자 '꽤 하네' = 드라마는 에이핑크의 정은지, 인피니트의 호야, 서인국 등 아이돌이 총출동한다.
아이돌 연기자라면 으레 연기력 논란이 따라붙기 마련이지만, 이들은 깔끔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정은지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일등 공신.
첫 작품에서 주연까지 맡은 그는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와 구수한 부산 사투리로 한창 주가를 올리는 중이다.
성동일·이일화 두 명품 조연들은 '연기돌'들 사이에서 자칫 지나치게 가벼워지기 쉬운 극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전라도 남자·경상도 여자' 부부로 등장하는 이들은 해학과 진지함을 오가며 극을 한층 더 맛깔스럽게 꾸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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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백 투 1990' 열풍불까 = 최근 방송가에서는 '응답하라 1997'을 필두로 1990년대 복고 콘셉트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 4일과 1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개그학 개론' 편이 대표적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을 패러디한 이날 방송에서 멤버들은 게스트 이나영과 함께 개그 동아리 MT를 떠났다.
'무한도전'은 촌스러운 글자체의 자막, 1990년대 풍 의상 등으로 웃음과 동시에 추억을 선사했다.
1990년대 오락실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2'를 재현한 엠넷 '유세윤의 아트비디오', 추억의 간식을 내놓는 KBS '해피투게더'의 야간 매점 코너 등도 비슷한 맥락에 있다.
신 PD는 "복고는 아예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며 "1990년대 문화가 콘텐츠로서의 힘이 지금의 문화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2/08/09 06:10 송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