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광부, 구출 1년만에 폐인..병원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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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 춤을 추는 에디손 페냐 (AP=연합뉴스 자료) 칠레 산호세 광산에서 기적적으로 생존한 광부 중 한명인 에디손 페냐(35)가 미국 멤피스의 농구 경기장에서 엘비스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
'희망 전도사' 페냐, 명성 끝에 약물 중독
(산티아고=연합뉴스) 김태균 특파원 = 1년 전 칠레 북부 사막의 수백m 땅속에서 한 광부는 미국 팝의 전설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들었다. 69일이나 계속된 어둠의 공포를 이긴 비결이었다.
지상에 올라와서는 프레슬리의 히트곡을 흥얼대며 세계적인 '희망 전도사'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사실 그는 다시 캄캄한 나락으로 추락하는 중이었다.
구출 1주년을 맞은 칠레 광부 33인의 하나인 에디손 페냐(35)가 약물과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다 재활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칠레 유력 시사잡지 '사바도(Sabado)'가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사바도에 따르면 페냐는 이 잡지와 한 인터뷰에서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계속 술을 마셨다. 광대 짓을 한다는 진실을 숨겼지만 내면적으로 어딘가에 다시 갇힌 것 같다"고 털어놨다.
페냐는 지하에 갇혔을 당시 동료와 엘비스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그의 곡을 들으며 매일 갱도를 수 ㎞씩 뛰었다는 일화 덕에 관심을 끌었다.
친근한 인상과 유머 덕에 인터뷰와 방문 요청이 쏟아졌다. 엘비스의 저택이 있는 미국 멤피스를 여행했고 토크쇼에 출연해 엘비스의 장기인 '골반춤'을 췄다.
그러나 불길한 징조가 잇따랐다. 애초 정신질환 전력이 없었지만 구출 이후에는 이유없이 마구 울고 비명을 지르는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금주하고 절제된 생활을 하라는 의료진의 조언은 유명세 탓에 유명무실이었다. 잦은 국외여행 사이에 폭음을 거듭했고 단 한 달에 1천200만 칠레 페소(한화 약 2천800만원)를 탕진하기도 했다.
코카인에 손을 댔고 외출할 때는 자신의 폐인 같은 모습을 파파라치가 촬영할 것을 두려워해 주변을 살피는 버릇까지 생겼다.
페냐는 가족의 설득 끝에 지난 8월30일 재활병원에 입원했다. 전화나 인터넷을 쓸 수 없고 식단도 철저히 통제받아 교도소 생활이나 다름없다.
그는 "술을 보면 다시 빠져들고 싶은 생각이 들어 묘하고 재미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광부들도 다양한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다. 국가가 사고 이후 당사자의 사생활에 개입해 생활 관리와 진료를 하기에는 법적 장벽이 크다.
한 정부 의료진 관계자는 "광부들의 가족 관계망을 통해 치유를 돕는 것이 더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생환 1주년 기념일이지만 정작 칠레에서는 33인 광부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는 일이 거의 없다.
구출작전을 이끈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이 교육개혁 문제로 지지율이 급락한데다, 광부들도 '돈만 쫓는다'는 비난 탓에 대중적 인기를 잃었기 때문이다.
생존자 중 적지 않은 이들은 건강상 이유로 조기 은퇴를 했으며 광산 복귀를 원하는 동료들은 후유증 탓에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31명은 7월 칠레 정부가 광산 안전규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1인당 54만달러(5억7천만원)를 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ta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10/13 10:36 송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