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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키드' 대거 입성한 프랑스 하원 180도 변화

여당 초선 의원들, 하원에 기업문화 이식…팀워크 중시, 의정활동 속도감↑
野 다선의원 "젊고 학벌 좋은 여당 의원들 경영자처럼 행동" 비판

 지지자들의 환호 받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지지자들의 환호 받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작년 6월 총선 이후 프랑스 하원에 정치 신인들이 대거 입성하면서 의회 분위기가 180도로 달려졌다.

선출직 경험이 전무한 신예들이 집권당 의원으로 대거 정계에 진출하면서 효율성과 팀워크를 중시하는 기업 문화가 하원의 낡고 비효율적인 관습들을 대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간 르몽드는 3일(현지시간) 달라진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팔레 부르봉(프랑스 하원)의 변화상을 자세히 소개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하원의 각종 상임위와 전체회의 출석률이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다.

프랑수아 드 뤼지(43) 하원의장은 "하원 출석률이 이렇게 높았던 적은 없었다"면서 전자표결시스템 도입 덕분에 주목할 만한 출석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원은 작년 총선 뒤 6월 27일 공식출범한 이후 354개의 사안을 전자표결로 처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40) 대통령이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한 노동시장 구조개편안, 테러방지법 개정안, 새 정부의 첫 예산안 등 29개의 주요 법안이 포함됐다.

의원들의 높은 출석률은 전자투표제 도입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마크롱 대통령이 대선 1년 전 '좌·우를 초월한 새로운 중도'를 기치로 창당해 작년 총선에서 과반의 제1당 지위를 거머쥔 여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M·전진하는 공화국)가 의원들의 출석을 독려하는 이유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LRM은 하원의원들을 100여 명씩 세 그룹으로 짜서 매주 의무적으로 의회 회기에 가급적 전원이 출석하도록 강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제1당이자 집권당으로서의 정국을 주도하기 위한 조치로, 교수 출신 의원 1명을 여당 의원들의 출석 체크를 전담하도록 지정하기까지 했다.

하원 사무처의 한 직원은 "전에는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의사당에서 의원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월요일과 금요일에도 각종 모임이 잡혀서 의사당이 꽉 찬다"고 말했다.

하원이 기존의 좌·우로 나뉘어 거창한 이념적 논쟁을 벌였던 모습에서 탈피해 효율성, 결과 중심주의, 실용주의가 주요 화두로 떠오른 점도 큰 변화다.

이는 민간, 특히 기업 고위직 출신이 대거 집권당 의원으로 하원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LRM은 지난 총선에서 공천자 절반을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젊은 민간 전문가로 채우고 여성을 대거 공천하는 등의 정치실험을 단행했다.

지루한 논의를 싫어하는 여당의 초선 의원들이 정계 진출 후 기업에 있을 때처럼 국정과제들을 최대한 빠르게 추진하려 하는 점도 큰 변화다.

지난 6개월간의 강도 높은 법안 처리 이후 이들은 의회의 기나긴 논의 과정 단축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상임위에서 결정된 내용을 또다시 전체회의에서 지루하게 논의하는 과정에 대한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프랑스 하원의장 프랑수아 드 뤼지(43) 의원
프랑스 하원의장 프랑수아 드 뤼지(43) 의원 (파리 EPA=연합뉴스) 프랑스 하원(국회)이 작년 6월 개원해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 소속 의원 프랑수아 드 뤼지(43)를 의장으로 선출했다. 뤼지 의장은 녹색당 소속으로 2선 의원을 지냈고 올해 초 마크롱 대통령의 신당에 합류해 총선에 당선됐다. 그는 프랑스 제5공화국 역사상 두 번째로 젊은 하원의장이다.

의원들이 주로 혼자서 사무실에 틀어박혀 일했던 전 국회들과 달리 팀을 짜서 토론하며 일하는 모습도 새로운 모습이다.

의회 도서관이나 구내식당에는 여당 의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토론을 하고 역할을 분담해 과제를 추진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은 은행가 출신인 마크롱 대통령도 많이 쓰는 '프로세스'(process),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팀 빌딩'(team building), '체인지 매니지먼트'(change management) 등 영어로 된 '첨단' 어휘를 구사하며 동질감을 강화하기도 한다.

스마트폰 사용에 능한 젊은 의원들이 모바일을 기반으로 의정활동을 펼치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여당 의원들은 의회 출범 직후 사무처에 인터넷 환경 개선부터 요구했다. 이들은 인스턴트 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해 여러 개의 대화방을 상임위와 소주제별로 개설해 토론하면서 법안을 다듬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여당의 스타니슬라스 게리니 의원은 "우리의 풍부한 민간기업 경험을 살려야 한다. 유권자들이 정치성향과 관계없이 새로운 방식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선 의원 중에는 이런 급격한 변화가 못마땅해 하는 기류가 강하다.

공화당의 필리프 고슬랭 의원은 "새 의회는 역설적으로 전보다 국민을 덜 대표한다. 어리고 학벌 좋은 의원들이 많아졌는데 이들은 강력한 기업 기반의 문화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의회를 '경영'하려는 여당 의원들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서 "하원은 현대화할 필요가 있는 낡은 기관이지만, 기업은 아니다. 의원들이 경영자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하원의 변화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통계가 하나 더 있다.

르몽드에 따르면 작년 7∼10월 하원의 구내식당에서 와인과 코냑 등 주류 판매량이 50% 감소한 대신, 프랑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청량음료인 '코카콜라 라이트'의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한다.

yonglae@yna.co.kr

프랑스 국회(하원) 의사당
프랑스 국회(하원) 의사당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1/04 05:4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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