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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문서조작 위기서도 '마이웨이'…"지리멸렬 야권 고맙다"

중심없는 야권…문서조작·지지율 급락 호재에도 대여공세 역부족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재무성의 문서조작 파문 등 잇따른 악재에도 총리직을 고수하며 마이웨이 행보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학스캔들과 관련된 재무성의 문서조작 파문, 존재하지 않는다고 국회에서 주장했던 이라크 파견 육상자위대의 일일보고 문서 발견이다.

여기에 중앙 성청(省廳) 직원 이메일 주소 2천여건이 인터넷에 유출되는 일까지 생겼다.

모두 해당 성청 책임자는 물론 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총리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 내에서는 재무성 이재국장 출신 인사 외에는 아직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최고위급 인사는 없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문서조작이 확인된 뒤 국회 등에서 "(문서조작 등으로) 행정 전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데 대해 행정의 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 전부다.

소관 성청 책임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도 국회에서 '유감'. '사죄'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사과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문서조작 사태 이후 13%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30.3%(닛폰TV)를 기록하는 등 위험수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북중에 이은 남북, 북미정상회담 등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의 틀에서 일본이 배제되며 '재팬패싱' 비판을 받는 등 외교면에서도 초라하기 그지없는 신세가 됐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최근 국회에서 총리직 사퇴 의사를 묻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없다"라고 일축했다.

'국회 오면 피곤해'
'국회 오면 피곤해'[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베 총리는 4일 신임 국가공무원 합동연수회 인사말을 통해 "높은 윤리관을 갖고 세심하게 공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각종 문서조작과 은폐 사태의 최고 책임자이면서도 이에 대한 반성 등의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취임 후 최악의 '내우외환' 상황에서도 총리직을 사퇴하기는 커녕 당 안팎의 행사참석 등 국내 일정은 물론 미국 방문 등 외교 일정까지 빼곡하게 잡아놓았다.

정치권에서는 이것이 지리멸렬한 야권의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총선 전만 해도 민진당(구 민주당)을 중심으로 전열을 정비했던 야권은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 및 총선 카드를 던지자 이합집산을 거듭했다.

당장 민진당만 해도 희망의당, 입헌민주당, 등잔류 등 3개파로 나눠졌다.

이어진 총선 결과 자민당은 종전 개헌 발의 의석(의원 정수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한 것은 물론 의석 점유율을 오히려 더 높였다. 역으로 야권의 입지는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야권은 문서조작 파문 과정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그대로 노출했다.

야권은 의혹의 당사자인 아키에(昭惠) 여사를 국회로 불러 증인심문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여권의 반대로 성사시키지 못했다. 아키에 여사는 아베 총리의 부인이다.

그나마 국회로 부른 증인은 문서조작이 이뤄져던 지난해 2~4월 해당 부서인 재무성 이재국 책임자(이재국장)였던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전 국세청장이 유일했다.

그러나 사가와는 "문서조작에 아베 총리나 아소 부총리의 지시·관여는 없었다"고 아베 편들기로 일관했다.

구체적인 조작 시기나 경위 등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중이라 답변을 피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럼에도 야권은 동일한 질문만 반복했을 뿐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했다. 무기력한 야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국회 출석한 일본 재무성 전 이재국장
국회 출석한 일본 재무성 전 이재국장[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후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야권 내에서는 아베 정권의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속속 나왔지만, 실질적인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우선 야권의 한 축인 입헌민주당이 부정적이다. 민진당과 희망의 당은 간사장 회의를 갖고 통합 논의에 착수했다.

그러나 민진당측의 통합 논의 동참 요구에 입헌민주당의 후쿠야마 데쓰로(福山哲郞) 간사장은 "우리를 지원해 준 사람들이 이해하지 않을 것"이라며 통합논의 참가를 거부했다.

이들 3당 모두 민진당을 뿌리로 하고 있지만, 지난해 총선 당시 나타났던 불신과 반목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전 민진당 대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 등 무소속 그룹도 현재 진행되는 통합 논의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오카다 전 총리는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당에 대해 현 시점에서 결정된 것은 없다. 정권교체가 가능한 정당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정권의 입장에서는 악재들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이에 따라 지지율도 급락한 상황이지만 총리 교체론이 좀처럼 고개를 들지 않는 것도 이런 야권의 상황과 무관치 않은 셈이다.

아베와 오카다 가쓰야(왼쪽)
아베와 오카다 가쓰야(왼쪽)[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choina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4/04 16:2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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