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의존적 운영이 문제" 지적 속 `자생력' 확보 목소리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이하 충북 한적)가 회장 선출을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충북 한적은 지난 9일 상임위원 중 1명인 성영용 전 충북도 교육위원회 위원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성 전 위원장은 전임자인 김영회 회장의 임기가 20일로 끝나면서 정상적이라면 21일부터 임기를 시작해야 했다.
그렇지만 한적 본사의 유중근 총재는 21일 현재까지 성 회장 당선자의 인준을 미루고 있다. 충북도가 밀었던 인사를 제치고 당선된 성 전 위원장에 대해 도가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지역 한적 사업이 원활할 수 있다고 보는 한적 본사로서는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선출됐다고는 하지만 무작정 성 당선자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처지다.
이 때문에 충북 한적은 부득이하게 당분간 `부회장 대행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충북한적-충북도 불협화음 왜
충북 한적 정관 어디에도 충북도가 회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단지 상임위원회가 회장을 선출한다는 규정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충북 한적 회장은 관행적으로 도가 추천한 인사가 자연스럽게 추대됐다. 이번에도 도는 남기창 전 청주대교수를 추천했다.
이런 가운데 충북 한적 상임위원회는 지난 9일 오전 제28대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회의가 시작되자 돌연 성 전 위원장이 후보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떨어져도 좋으니 후보로 나서 보겠다"는 것이었다.
상임위원들은 두 부류로 갈렸다. 한쪽은 누구든 후보를 단일화해 만장일치로 추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쪽은 투표로 적임자를 뽑아야 한다고 맞섰다.
이들은 별도의 회의까지 벌인 논쟁 끝에 투표로 회장을 선출하기로 결론 내렸다.
결국 낮 12시께 진행된 투표에서 성 전 위원장이 상임위원 15명 중 10표를 얻어 회장으로 선출됐다. 도가 추천한 남 전 교수는 5표를 얻는 데 그쳤다.
◇충북도 `선출 절차 불공정' vs 충북 한적 `하자 없다'
추천 인사가 고배를 마시자 도는 발끈했다.
박경국 행정부지사가 지난주 한적 본사를 직접 방문, 고경석 사무총장에게 신임 회장 선출 절차를 문제 삼았다.
박 부지사는 "신임 회장 선출 때도 추천 인사가 출석하지 않았고, 성 전 위원장만 정견을 발표한 가운데 투표가 진행됐다"고 불공정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지사는 성 회장 당선자가 상임위원 자격으로 자신에게 투표권을 행사한 데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충북 한적은 "상임위 회의 개최 전날 남 전 교수에게 참석을 요청했으나 불참한 만큼 절차상의 하자는 없다"고 도의 주장을 일축했다.
회장 후보로 나선 상임위원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한적 정관에 없는 만큼 성 당선자의 투표권 행사 역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충북 한적의 한 관계자는 "총선이나 대선 후보도 투표권을 행사하는데 성 당선자가 상임위원 자격으로 투표한 것은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회장 자리는 지방선거 `전리품'(?)
논란이 가열되자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자치단체의 후보 추천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순수한 구호 지원 단체인 충북 한적 회장 자리를 마치 지방자치단체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행태를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가 추천한 남 전 교수는 이시종 지사 당선 직후 구성된 `민선 5기 충북도정 기획단'의 단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도가 남 전 교수를 충북 한적 회장으로 민 것 자체가 논공행상 차원에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관행은 과거에도 반복됐다.
6년간 `장기 집권'한 김영회 전 충북 한적 회장은 정우택 전 지사의 인물로 분류된다. 김 전 회장 역시 정 전 지사의 `지사 직무 인수위원장'을 맡은 뒤 2006년 8월 도의 추천으로 회장직에 올랐다.
적십자 활동을 해 본 적이 없는 김 전 회장에 대해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그는 제26대 회장에 선출됐고 3년 임기를 마친 2009년 8월 도의 추천으로 연임에도 성공했다.
◇한적-자치단체 관계 재정립해야
이시종 지사가 지난해 특별회비로 충북 한적에 전달한 성금은 200만원이 전부다. 충북 한적이 지난해 모금한 성금 16억4천만원의 0.12%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한적이 해마다 모금하는 성금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자치단체의 협조와 지원이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적십자 회비 모금은 일선 이장과 통장들이 지로 용지를 각 가구에 나눠주고 납부를 독려해 이뤄진다.
모금액이 예상보다 적어 미납자에게 지로용지를 2∼3차례 더 배부하는 일도 이장과 통장들의 몫이다. 이런 방식으로 모금된 성금이 충북 한적 한해 모금액의 91%에 달한다.
국제적 구호기구인 한적이 자치단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충북 한적의 한 관계자는 "자치단체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성금은 모금 목표액의 80%대로 떨어진다"고 밝혔다.
한적이 `바로서기'를 하려면 지자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성금 모금 방식부터 바꿔 내부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발적인 정기 후원자를 꾸준히 확보해나가는 자구 노력이 그동안 소홀했다는 지적과 함께 지자체 의존형에서 탈피, 후원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성금 모금을 전환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충북 한적 일부 상임위원들이 자신들과 정치적 성향이 다른 도 추천 인사를 의도적으로 배척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는 주장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 만큼 상임위원 역시 정치적 성향보다는 꾸준하게 봉사활동을 한 `투철한 봉사자' 중에서 선출할 수 있는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한적의 한 관계자는 "도의 반발에 한적 총재가 회장 인준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웃지 못할 일"이라며 "이번 기회에 한적이 순수한 구호ㆍ봉사기구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2/08/21 11:02 송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