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많은 사람이 말로만 '소통' '소통' 하는데 진정한 소통을 얘기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배우 조재현은 국내 유일의 다큐멘터리 영화제인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을 4년째 맡고 있다.
오는 21일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최근 만난 그는 올해 영화제 주제인 소통을 오랜 시간 얘기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한국의 정치적인 상황을 많이 반영했죠. 우리 영화제가 지원한 작품 '두 개의 문'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물론 올해도 그런 부분이 있지만 진정한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나아가 대중과 친숙하게 만날 수 있는 다큐를 많이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그가 직접 기획하고 출연까지 한 트레일러(영화제의 주제를 함축한 영상)에는 이런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영상은 포장마차에서 술에 취한 한 남자(조재현)가 주절대는 얘기를 담았다.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얘길 하면 네가 내 얘길 듣고 나는 네 얘길 듣고. 그래야지 서로 대화가 되는 거지. 너는 내 얘기하지도 못하게 하고. 넌 바보 같은 놈이야."
김문수 도지사 체제에서 경기도 지원으로 출범한 이 영화제에 곱지 않은 시선이 아직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시각에 그는 영화제가 정치적으로 공격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보수적인 여당 시절에 출범해 자리를 잡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은 태생 자체가 진보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좌파냐 우파냐를 떠나서요. 그래서 정치인들이 마음에 안 들면 그 영화제를 흔들어버리는 그런 문제가 있지요. DMZ다큐멘터리영화제는 사실 야당이 하면 더 어울릴 만한 영화제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치색과 굉장히 밀접한 영화제로 비쳐 정권이 바뀌었을 때 유지하기가 더 위험하다고 봅니다. 오히려 여당 시절에 인정을 받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봤어요. 그래야 더 오래갈 수 있으니까요. 나는 색깔 나누기는 하지 말자고 하고 싶어요. 문화예술인들이 지나치게 (정치에) 편승해서 같이 가는 건 좋지 않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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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서는 지자체 지원으로 시작된 영화제가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DMZ영화제는 어느덧 4회째를 맞았고 내용 면에서도 해를 거듭할수록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처음엔 당시 한나라당 소속인 김문수 도지사의 이벤트성 행사 아니냐는 시선이 많았고 영화제 내용에 앞서 색안경을 끼고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대중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다큐를 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외면받았어요. 조재현이 언제부터 다큐를 좋아했냐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들이 영화제를 보고는 마음이 달라지더군요. '뭔지 한 번 보자'고 왔는데 '어, 프로그램이 괜찮네' 하는 식이었죠. 2회부터는 해외 게스트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면서 해외에서 오히려 더 많이 알려졌어요. 자원봉사자만 해도 1회 때는 60명을 뽑는데 30명이 지원해서 2차 공모로 근근이 채웠는데 이번에는 100명 뽑는데 600명이 지원했어요. 부산영화제의 다큐 섹션도 매진이 안 되는데 우리는 작년에 10여 차례나 매진이 됐습니다."
그는 "결국 영화제는 프로그램이 질을 말해주는데 훌륭한 영화를 틀면 영화제가 발전한다는 진리를 보여줬다"고 결론지었다.
DMZ영화제가 아직 안고 있는 취약점도 있다.
"국내 모든 영화제가 독립된 사단법인으로 1년 동안 영화제만 준비하는 데 우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기영상위원회에서 영화제를 운영하지요. 그러다 보니 영상위원회의 다른 일들과 겹쳐 직원들의 업무량이 굉장히 많아요. 해외에서도 우리 영화제의 이런 구조를 보고 계속 지속될 만한 곳이냐 하는 의문을 품는데 신뢰를 못 주고 있죠. 앞으로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입니다."
세간의 일부 시선처럼 실제로 정치를 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일축했다.
"내가 그런 생각이 있었으면 벌써 했죠. 사람마다 자기 분야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결국 배우예요. 지금까지 해온 다른 일들은 모두 배우 생활과 병행할 만하기 때문에 했던 거죠. 하지만 정치는 병행할 수가 없어요. 만약 배우 생활을 멈출 만큼 그 일이 매력적이라면 하겠는데 정치는 매력적이지 않아요. 유인촌(전 문화부 장관), 김명곤(전 문화부 장관) 선배들은 다 배우를 멈추고 했던 일이에요. 나는 그동안 상근직이 아닌 것들만 하면서 배우로 계속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를 그들과) 비교하고 있어요."
그는 실제로 연극 무대에 서거나 영화를 찍거나 TV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쉼 없이 배우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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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무게'(전규환 감독) |
대학로 '연극열전' 프로젝트의 기획자로 활동하며, 작년엔 MBC 사극드라마 '계백'에 출연했고, 최근엔 작가주의 감독인 전수일의 신작과 전규환의 영화 '무게'에서 주연으로 열연했다. 두 영화 모두 개런티를 받지 않았다.
특히 전규환 감독과는 고교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다 배우와 매니저로 만나 고락을 함께하기도 한 특별한 사이다.
이번에 두 사람이 함께한 작품 '무게'는 지난 29일 개막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비경쟁부문 '베니스데이즈'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시체를 닦는 꼽추 역할이에요. 외로울 때 시체를 보고 그림을 그리고 폐병을 앓는 인물이죠. 그런데 전규환 감독이 놀라운 건 암울한 상황을 암울하게 그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감독으로서 능력이 있구나 인정하게 됐죠. 작가주의 영화들은 어쩌면 감독 위주의 영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배우의 연기와 어우러져서 보이는 데에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 외의 일에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는 올해 영화제가 끝나면 취미로 가끔 그린 그림을 전시하는 자리를 갖게 될 거라고 귀띔했다. 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크로키 작품은 전업 작가가 아니라고 하기에는 놀라운 솜씨였다.
그는 내년 여름에는 다큐를 직접 연출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
"내가 감동받는 것들을 가만히 보면 잘사는 사람들보다는 못사는 사람들의 생활이나 아픔을 볼 때인 것 같아요. 최근 전수일 감독과 페루에 갔다 왔는데, 그곳 우범지대에서 마약 거래나 소매치기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확 꽂혔어요. 왜 이 아이들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 아이들의 미래는 어떨지 밀착해서 찍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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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2/09/02 08:03 송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