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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신념' 병역거부에 엇갈린 판결…여호와 증인 신도 무죄

울산지법 "양심의 자유 인정해야"…작년 '징역 1년 6월' 선고와 대비

양심적 병역거부자(PG)
양심적 병역거부자(PG)[제작 이태호]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 2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법원에서 똑같은 혐의로 기소된 신도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것과 대비되는 판결이어서 눈길을 끈다.

울산지법 형사4단독 이준영 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2)씨 등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A씨 등은 신병교육대에 입영하라는 통지서를 받고도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재판에서 "여호와의 증인으로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이므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종교관 등에 따라 인간 살상을 위한 집총이나 훈련을 이행할 수 없다는 양심상의 결정을 하였다면, 이는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에 해당한다"면서 "그러나 헌법이 보장하는 국방의 의무와 병역법은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사람을 형사처벌하도록 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가치가 충돌할 때는 두 가치를 모두 실현시킬 수 있는 규범조화적 해석 원칙을 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병역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한다"면서 "여기서 '정당한 사유'는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한 사람이 그 사유로 내세운 권리가 우리 헌법에 의해 보장되고, 나아가 그 권리가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능가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국방의 의무만을 확보하면서 양심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법률해석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군 복무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대체복부의 근무 기간과 여건을 설계·운영한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인데, 피고인은 집총 형식의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대신 대체복무를 기꺼이 이행할 의사가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병역 기피와는 구별된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7월 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런데 울산지법에서는 지난해 10월 병역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B(22)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는 판결도 나왔다.

당시 신우정 부장판사는 "양심 실현의 자유는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면서 "관련 법리를 떠나 생각하더라도 종교적 신념만으로 절대다수의 대한민국 남자들이 숙명적으로 짊어져야 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고, 그것이 병역법상 '정당한 이유'에까지 해당한다는 주장은 국민의 건전한 상식과 동떨어져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신 부장판사는 납세의 의무와 비교해 '정당한 사유'를 내세운 B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신 부장판사는 "어떤 사람이 '세금을 내는 일은 내 양심에 반한다'고 믿고 과세처분에 불응한다면, 절대다수의 사람은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는 거창한 논리를 댈 필요도 없이 '나는 세금을 내는데 너는 왜 안 내는가' 등의 소박한 논리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같은 세금 거부와 병역 거부 사례는 다른 사람의 박탈감, 불평등감, 위화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면서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상황이나 징병제가 여전히 유지되는 현실에서 나라를 지킬 사람의 확보는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hk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3/08 16:2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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