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푸터 컨텐츠 바로가기 상단메뉴 바로가기
속보 | 연합뉴스가 전해드리는 최신 북한 뉴스입니다.
 이전 화면으로

<이산상봉> 북한 최고령, 딸 요청에 즉석에서 노래 열창

<이산상봉> 마지막 밤을 함께하는 가족들
<이산상봉> 마지막 밤을 함께하는 가족들 (금강산=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오전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 행사에서 이산가족들이 마지막 밤을 함께 하고 있다.
"눈물의 선물"…연필로 고향집 그림 그려 동생에게 선물

(금강산=연합뉴스) 공동취재단·차지연 기자 = 첫날보다는 어색함이 줄었다. 꿈인가 생시인가 벅차고 놀란 마음도 한결 차분해져 도란도란 대화도 늘었다.

그러나 또 한 번의 기약 없는 이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가족들은 서운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서로 추억할 그림과 노래를 선물로 주고받았다.

21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두 번째 단체상봉에서 북측 최고령자 리흥종(88) 할아버지는 즉석에서 노래를 불렀다.

딸 이정숙(68)씨가 "아빠, 지금도 그때 부르던 기억 나요? 노래하실 수 있어요?" 하니 리씨는 또렷한 목소리로 젊은 시절 자주 부르던 '백마강' 곡조를 뽑았다.

딸은 아빠의 손을 꼭 잡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래가 끝나자 딸이 말했다. "아빠, 어떻게 가사도 다 기억해. 아빠 노래 잘하시네!"

추억에 잠긴 딸은 "엄마가 나 3∼4살 때 나를 팔에 놓고 노래를 불러주셨어. 아빠 생각나면 나를 안고서 이 노래를 했다고. 내가 아빠한테 지금 그 노래 불러줄까? 여기 가만히 귀에다 대고 해 드릴께, 지금." 하고 말했다.

그러나 리 할아버지는 "북에서는 그 노래 하면 안돼" 하며 거절했고, 딸은 노래 부르기를 포기했다.

곡명은 끝내 알 수 없었다.

<이산상봉> 동생에게 선물한 형이 그린 그림
<이산상봉> 동생에게 선물한 형이 그린 그림 (금강산=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오전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 행사에서 북측에서 온 리한식(87) 할아버지가 남측에서 온 동생 이종인(55) 씨를 위해 65년 전 리 할아버지가 살던 집을 그려 선물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또 북측 상봉단인 리한식(87) 할아버지는 흰 종이에 연필로 어머니 권오희(92) 할머니와 65년 전 함께 살았던 경북 예천의 초가집을 그렸다.

리 할아버지가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남측 이복동생 이종인(55)씨가 "형님이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보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리 할아버지는 목에 걸었던 이름표를 벗어 자 대신 쓰면서 한획 한획 정성스레 초가집을 그려나갔다. 온 정신을 집중하며 그림을 그리는 아들을 권 할머니는 가만히 지켜봤다.

40분 만에 초가집의 기둥과 담벼락, 초가의 음영, 마루의 무늬, 댓돌까지 생생하게 그려낸 리 할아버지의 그림에 동생들은 탄성을 질렀다.

그림 아래에는 '상봉의 뜻 깊은 시각에 그린 이 그림을 종인 동생에게 선물한다. 2015.10.21'라는 문구가 적혔다.

이종인씨는 "두 시간이 참 아까운 시간이지만, 형님의 마지막 선물이 될 수 있으니까…." 하며 눈물을 훔쳤다.

안춘란(81) 할머니의 남측 조카는 테이블 위의 북한 과자를 두고 "간식도 허투루 먹을 수 없다. 남겨서 가지고 가려고 한다"며 "이모님이 여기서 드시는 과자니까 돌아가서 이모님 생각하면서 먹을 거다"라고 말했다.

charg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10/21 19:14 송고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