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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순국 100년> 진척없는 외교협상
안중근 의사의 옥중 유언 모습 ( 자료사진)

일본정부 모르쇠 일관, 유해발굴 요원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옆에 묻어두었다가 나라를 되찾거든 고국으로 옮겨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마땅히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쓸 것이다."(안중근 의사 유언)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죄아닌 죄'로 먼 이국땅의 차디찬 뤼순감옥에서 안중근 의사가 스러져간 지 한 세기가 흘렀지만 그는 아직도 묘역이 없다.

   안 의사의 사형을 집행한 일본이 유해 소재지를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형 직후 감옥 근방 야산에 묻혔는지, 아니면 유해가 일본 등 또 다른 곳으로 이장됐는지를 알고 있을 `전범(戰犯)' 일본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안 의사가 민족정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임에도 우리 정부가 손쓸 도리없이 일본의 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참혹한 현실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안 의사 유해 확보를 위한 외교적 교섭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정부가 본격적인 대일(對日) 외교전에 뛰어든 것은 문민정부가 출범한 1993년이다. 당시 외교부는 일본 정부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은 `불가'였다.

   지난 2008년 3월 유해매장 위치 확인 자료를 재차 일본 정부에 요구했지만 `문서정리 차원에서 찾아봐도 없더라'는 무성의한 답변이 전부였다.

   지난 2월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유해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데 협조해달라'고 비공식 타진했지만 일본 정부는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외교 교섭은 1993년 이후 안 의사가 순국한 장소인 중국을 상대로도 이뤄졌지만 일본에 의해 자행된 만행인터라 중국 정부 자료에도 한계가 있었다.

   정부가 각종 사료와 증언을 토대로 직접 현장 발굴에 나서거나 남북이 함께 유해발굴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성과는 전혀 없었다.

   지난 2006년 6월 남북이 공동 유해조사단을 중국 대련에 파견해 뤼순감옥 북서쪽 야산을 유해매장 추정지로 확정하고 2008년 3~4월 남측 단독으로 29일간 발굴작업을 벌였으나 동물 뼛조각만 발견됐을 뿐 망국의 한을 품은 의사의 유해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자 정부는 안 의사 순국 100년을 맞은 올해 강수를 들고 나왔다. 올 1월 안 의사 유해발굴을 책임진 국가보훈처 수장인 김 양 처장이 안 의사 유해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일왕의 방한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김 처장은 "남의 나라 땅을 마냥 뒤질 수만은 없다"며 "일본이 가진 보다 정확한 자료를 갖고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는 안 의사의 목숨을 앗아간 일본 정부가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그 이면에는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현 상태로는 유해발굴은 요원하다는 현실인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편으론 일본 정부가 안 의사 유해 관련 정보를 `극비외교문서'로 분류해 문서고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 관계자는 21일 "기록을 중시하는 일본이 안 의사 사형 이후의 사진은 물론 유해 매장지에 대한 기록도 반드시 갖고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금껏 발뺌하던 일본이 갑자기 자료를 내놓으면 또 다른 비난을 받을 수 있고 안 의사의 유해 매장지가 밝혀질 경우 이곳이 성지화돼 한국 내 반일의식이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엄포'에도 일본 정부는 꿈쩍도 않고 있지만 정부로서는 당장 뾰족한 수가 없어 외교적 교섭에 따른 안 의사 유해 확보는 앞으로도 난항을 거듭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의 극비문서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로, 우리 자체적으로도 일본 문서고에 접근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매장지의 흙 한 줌이라도 봉환하겠다는 의지로 끝까지 확인 노력을 거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honeybe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3/21 09:1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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